기사 (163건)

AI의 확산은 대학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자료 조사와 문서 작성, 코딩과 데이터 분석 등 그동안 사람이 수행해 온 여러 업무에 AI가 활용되면서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 정해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만으로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본지가 이번 호에서 다룬 청년 일자리 문제 역시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AI가 신입사원이 담당하던 일부 기초 업무에 활용되고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강화되면서, 청년이 직장에 진입해 경험과 숙련을 쌓는 과정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은 산업 현장의 변화에 대응해 대학이 학생들에게 어떤 역량과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AI를 활용하는 능력은 앞으로 특정 전공자에게만 필요한 특별한 기술이라기보다 여러 학문과 직업에서 요구되는 기본 역량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누구나 비슷한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단순히 도구를 다룰 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 AI를 활용할 것인지 판단하고, AI가 제시한 결과의 근거와 오류 가능성을 검토하며,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사설 | times | 2026-10-07 20:48

지난 6월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제일고 야구부와의 경기 중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을 연상시키는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쳤다. 이어 나온 음성에서는 ‘탱크데이’ 단어가 언급되며 5·18 민주화운동과 광주 지역에 대한 비하의 의도가 존재함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에 7월 1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해당 사안을 ‘경기장 질서 문란 행위’로 받아들여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장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가 이후 1개월 출장 정지로 징계를 감경했다.해당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어느 정도의 징계를 내리느냐’였다. 아직 학생인 점 등을 고려해 봉사 활동, 역사 교육 이수 등의 교육적 징계 정도에서 마무리 짓자는 주장부터, 잘못된 역사 인식을 기반으로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 점을 고려해 학생은 물론, 학교 차원으로도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여러 의견이 엇갈렸다. 이는 여러 의견이 중시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응당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개인의 성향이 엄벌주의적 입장인지 아니면 교화주의적 입장인지에 따라 가지는 생각이 다를 것이다.그러나 진영논리에 매몰된 일부 극단주의자들

사설 | times | 2026-09-09 06:05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축소판처럼 바라본다. 실제로 선거철이 되면 지역의 현안보다 정당 간 대결 구도와 정치적 진영 논리가 먼저 주목받곤 한다. 그러나 포항에서 연구하고 배우며 살아가는 우리대학 구성원의 입장에서 지방선거는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지역의 산업 구조와 도시의 방향성, 청년의 삶과 연구 환경을 결정하는 매우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문제다. 특히 과학기술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지방정부가 어떤 비전과 철학을 갖고 있느냐는 대학과 연구기관의 미래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포항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산업화를 상징하는 도시였다. 철강 산업은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고, 포항은 그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경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이차전지와 같은 첨단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도시 역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요구받고 있다. 포항이 미래 산업 도시로 전환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과학기술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역과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대학은 단순한 대학

사설 | times | 2026-05-27 14:03

우리대학이 2026 QS 학문 분야별 평가에서 공학과 자연과학 분야 각각에서 67위와 64위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연구중심대학인 우리 대학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평가자로 참여하는 학문 분야별 평가에서 강세를 보이며, 종합 순위보다 40계단 이상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가 대학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은 국내 대학 간 순위 경쟁을 집중 조명하지만 예민하게 동조할 필요는 없다. 대학 평가의 본질은 서열 다툼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으로, 우리 대학의 연구 역량과 대외 평판을 가늠하도록 돕는 유용한 건강 검진 지표기 때문이다. 타 대학과의 단편적인 비교에서 벗어나, 세부 지표들이 보여주는 건강 신호를 꼼꼼히 읽고 나아갈 방향의 이정표로 삼아야 할 때다. 우리대학의 학문 분야별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공학과 자연과학 모두 국제화 지수(Global Engagement) 항목이었다. 논문 피인용 지수나 산업계 평판도가 80~90점대인 반면, 국제화 지수는 50점대에 머물렀다. 국제화 지수는 얼마나 다양한 국가와 협력하는지, 국제 학생이나 교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고려한다. 또, 평가 지표로 사용되는 평판도의 주관

사설 | times | 2026-04-29 09:30

눈을 감고 우리대학에서의 하루를 돌아보자.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당신은 지금 휠체어를 타고 있다. 만일 눈을 뜬 곳이 RC(Residential College)라면 당신은 협소한 엘리베이터에 휠체어를 어떻게든 밀어 넣어야 한다. 그래도 RC 정도면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RC를 제외한 생활관에는 변변한 엘리베이터 하나 설치돼 있지 않다. 그렇다고 경사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얼기설기 내려왔다고 가정하자. △경사진 캠퍼스 △부족한 엘리베이터 △좁은 건물 입구는 일상을 가로막는다. 교내 셔틀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라 탑승이 불가하다. 박태준학술정보관 이용 역시 경사로 없는 현관 계단과 좁은 출입구의 벽을 넘어야 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에게는 캠퍼스의 100%를 누리는 것뿐만 아니라, 하루의 일과를 탈 없이 보내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지난 2024년, 포항공대신문 대학 면에 ‘캠퍼스 내 배리어 프리, 휠체어 어디까지 갈 수 있나’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갔다. 해당 기사에서는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경로를 시각화한 우리대학 ‘배리어 프리’ 지도를 제시하며, 캠퍼스 곳곳에 대한 휠체어 접근성이 부족함을 꼬집었다. 해당 지도에서 제시된 경로를 살

사설 | times | 2026-03-25 15:50

지난 5년간 우리대학 졸업생의 평균 64.7%가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 수치가 입증하듯, 우리대학 구성원 대다수는 정답이 분명한 수식과 데이터의 세계에 몰입하며 연구자로서의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두가 있다. 바로 본인의 관심 연구 주제, 혹은 본인이 연구 중인 주제에 관한 것이다. 그런 대화의 유형은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연구 주제를 술술 읊어내 문외한인 청자를 즐겁게 하거나, 온통 전문 용어를 쏟아내 청자를 소외시키는 경우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후자가 적지 않았다.당신은 과학 전공자가 아닌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께 ‘나의 연구 이야기’를 전해 본 적이 있는가. 또 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 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화자가 될 수 있는가. 이때, 소통을 고려하지 않은 전문성은 본의 아니게 차가운 벽이 된다. 또,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잊은 채 연구에만 매몰될 때, 과학은 사회와 단절된 섬으로 남는다.흔히 과학자는 실험실에서 고독히 진리를 탐구하는 존재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직 △신뢰 △개방 △협력 △객

사설 | times | 2026-02-26 14:44

우리대학의 2026학년도 2학기 외국인 학부 신입생 선발이 지난 1월 마무리됐다. 몇 달 뒤면, 캠퍼스에는 사상 첫 외국인 학부생들이 발을 내딛게 된다. 이에 발맞춰 전공 및 교양 수업의 영어 상용화, 영어 인증제 개편 등 학사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돼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현재 R&D는 국가 간 경계 없는 협력 속에서 이뤄지며, 우리대학이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재 유치의 시야를 전 세계로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역설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유학생 규제와 연구비 삭감 기조는 국내 대학들에 기회가 되고 있다. 미국을 이탈하는 글로벌 인재들을 흡수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주요 대학들이 장학금과 편입 제도를 정비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우리대학의 외국인 전형 신설 또한 이런 거대한 흐름에 몸을 싣는 필연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문제는 ‘방향’이다. 국제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어떤 국제화를 지향하는가에 따라 대학의 정체성과 구성원이 체감하는 교육의 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만약 ‘영어 수업이 곧 국제화’라는 이분법적 사고

사설 | times | 2026-02-15 13:48

학기 중 우리대학의 밤은 밝다. 모두가 잠든 새벽 4시에도 캠퍼스를 배회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우리대학이다. 누군가는 이를 ‘꺼지지 않는 열정’이라고 하겠지만, 정작 그 불빛 아래의 당사자들에겐 ‘생존’의 현장일 뿐이다.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모인 이곳에서, 새내기의 빛나던 눈동자는 왜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가. 혹자는 요즘 학생들이 의지와 열정이 약하고, 치열하지 못해서라며 혀를 찰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학생들이 나약하거나 성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문제는 학생들을 번아웃으로 내모는 사회 구조와 문화에 있다.가장 먼저 학생들을 숨 막히게 하는 것은, ‘무은재’란 이상과 ‘과부하’란 현실 사이의 괴리된 교육 시스템이다. “학문에는 경계가 없다”라는 무은재학부의 이상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길을 잃었다. 대부분의 학생은 ‘전공 탐색’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기초필수 과목의 버거운 난이도와 성적에 대한 부담에 파묻혀 감히 그 너머의 무언가를 탐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왜 배우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을 상실한 채 진도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다. 또한 내용을 제대로 소화할 시간도 없이 쏟아지는 전공과목들은, 학생

사설 | times | 2026-01-01 11:40

올해 우리대학은 대입 면접 방식에 의미 있는 변화를 도입했다. 개별 면접에 더해 그룹 면접 방식을 새롭게 적용한 것이다. 이는 지원자의 지식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중점으로 보던 과거의 틀을 넘어,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하며 공동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대학의 명확한 의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는가’를 묻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대학 입학 후 어떤 태도로 학습하고, 공동체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며 성장할지를 살피려는 요구가 제도적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교 폭력 조치 사항을 모든 전형에 의무 반영한다’라는 원칙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이는 더 이상 개별 대학의 선택이나 정책 실험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공식적으로 ‘학업 성취만으로는 인재를 평가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공고히 한 것이다. 이처럼 ‘성적이 전부’라는 낡은 기준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교육 현장의 공통된 방향이 되고 있다. 우리대학의 그룹 면접 도입도 이런 사회의 흐름을 반영한다. 그룹 면접은 단순한 협동 문제 풀이가 아니라, 타인의 의견을 어떻게 수용하고 충돌

사설 | times | 2025-12-03 11:04

9월 9일 학생총투표로 ‘포항공과대학교 총여학생회 폐지’ 안건이 가결됐다. 본 글에서는 총여학생회 폐지 과정 속에서 드러난 절차적 문제와 민주주의적 빈틈을 짚어보고자 한다.이번 사안은 지난 4월 29일 제13차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부총학생회장이 총여학생회 폐지 관련 논의를 발의하면서 본격화됐다. 사유는 ‘대표자가 없고, 세칙을 지키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이어 5월 13일 제14차 중운위 회의에서 ‘총여학생회 폐지’ 안건을 전체학생대의원회(전학대회)에 상정했다. 안건의 목적은 ‘방향성 논의’라 했지만, 공식 발의문에는 ‘세칙 개정’이라는 표현이 포함됐다.6월 15일 제3차 전학대회에서는 ‘총여학생회 폐지 통과’라는 안건이 세칙 개정이라는 중요 의결 안건임에도 일반 의결 요건으로 표결됐다. 출석 14명 중 찬성 8명으로, 세칙 개정 요건인 ‘출석 2/3 찬성’에는 미달됐다. 이후 8월 17일 제4차 전학대회에서 앞선 의결을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수정’함으로써 표현상의 오류를 시정했다. 동시에 총여학생회 폐지 여부를 ‘총학생총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했다.9월 1일 총투표가 공고되며, 총여학생회 폐지를 안건으로 공지됐다. 9월 9일 총투표 결과, 투표율 50

사설 | times | 2025-10-01 10:26

사람들이 개인 비행기로 이동하고, 고래가 잠수정을 끈다.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해 영상화하고, 건설 현장에서는 기계가 무거운 물체를 옮긴다. 이는 모두 1900년대에 활동했던 프랑스 예술가 장 마크 코테가 2000년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린 작품들에 등장한 장면들이다. 작품 속에는 비현실적인 상상도 있었지만, 21세기 현재의 기술과 놀라울 만큼 유사한 부분도 많다. 100년 전 사람들이 꿈꾸던 기술이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 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과학과 기술도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 있으며, 아직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 또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미래를 향한 기대와 호기심이 커지는 이때, 반드시 던져야 할 물음이 있다. 미래 과학과 기술은 누가 누릴 수 있는가.이 질문은 단순히 과학과 기술의 공공성을 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혜택을 실제로 누릴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그 미래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다. 역사 속에서도 비슷한 질문은 반복됐다. 조선 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의병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 거요? 백정은 살 수

사설 | times | 2025-09-02 21:42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영국의 경제학자였던 앨프레드 마셜의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취임 연설에서 인용한 말이다. 경제학자로서 사회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하되 항상 빈민 구제와 사회복지 등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마음을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담고 있다. 해당 문구의 뜻처럼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은, 비단 경제학자뿐 아니라 누구나 목표로 해야 할 이상적인 태도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와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차가워지고 있다.요즘 미디어에는 자극적인 뉴스가 흘러넘친다. 유명인의 논란부터 정치적 이슈, 갈등 요소까지 사실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면 자칫 여론에 휩쓸리기 쉬운 소재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여론에 곧잘 휩쓸려버린다. 사실 파악은 하지 않고 글이나 유튜브 등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다른 의견은 수용하지 않고, 자신이나 주변인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는 등, 점차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다. 지금 사람들의 반응은 마치 ‘불’과 같다. 이리저리 옮겨붙는 불처럼 여론은 이곳저곳으로 확산하며 점점 커진다. 그렇게 커진 불은 타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댓글, 가짜뉴스를 통

사설 | times | 2025-05-28 15:50

포스테키안이라면, 특히 졸업을 앞둔 상황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봤을 것이다. ‘나는 대학원에 잘 맞는 사람일까’, ‘앞으로 어떤 분야에 취직 혹은 진학을 해야 할까’. 언뜻 보면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한 질문이지만, 실제로 답을 찾으려 하면 너무 복잡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선배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봐도 돌아오는 답은 ‘대답하기 어렵다’라는 말이 되레 많을지도 모른다.왜 우리는 이런 질문을 자꾸만 던질까? 그 끝에는 아마도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짙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포스테키안들은 대개 성실하고 뛰어난 모범생들이다. 지금까지는 분명한 정답과 확실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대학원과 연구, 그리고 취업이라는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붙들고 고민하며, 교과서에 없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며, 성과는 긴 기다림 후에야 희미하게 드러난다. 그러니 그 과정이 두렵고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분야나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잘 나가는 분야를 선택하면 좀 더 안정적인 미래가 펼쳐질 거라 기대한다. 어쩌면 커다란 흐름 위에 올라타야 긴 대학원 생활이나 취

사설 | times | 2025-04-23 17:43

우리대학은 2026년부터 외국인 학부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대학이 그동안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서의 명성을 획득하는 동안 잠시 후순위로 밀려 있었던 국제화를 필수적인 과제로 삼고 있는 하나의 예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학생 유치, 한국어 교육 강화, 한국인 학생들의 영어 교육 강화, 그리고 영어 강의 정책의 효율적 시행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대학의 국제화는 단순히 외국인 학생 수의 증가나 해외 교류 프로그램의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다양성 확보, 교육 및 연구의 질적 향상,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종합적인 비전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우리대학의 국제화 전략에서 중요한 첫 번째 과제는 우수한 외국인 학생 선발이다. 현재 우리대학은 외국인 학생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의 다문화적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외국인 학생 수를 늘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수한 외국인 인재의 선발과 이들이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외국인 학생이 학문적 성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한국

사설 | times | 2025-03-26 18:11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 재판이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기만 하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민주주의의 수호를 외치고 있지만, 이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작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국내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갈등의 조정과 타협, 양보와 합의를 통한 다양한 세력의 평화적 공존이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적 목표의 달성은 커녕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고 상대편을 제거하고자 하는 극단적 대결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러한 민주주의의 퇴행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문제는 아니다. 정치학 연구에서 각국의 정치체제 분류에 널리 사용되는 권위 있는 지표인 POLITY 점수에 따르면, 지난 1월 발표된 자료에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 국가로 이행하고 있는 국가로 분류되었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받아들여졌던 한국과 미국 모두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국내외 많은 정치학자는 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유지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민주적 규범 준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헌법을 비롯한 각종 법령으로 규정된 공식적인

사설 | times | 2025-02-26 20:37

2024학년도 학위 수여식을 마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포스테키안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소속한 기관이나 조직에 대한 애정보다는 불만을 가지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환경에 살고 있을까?’, ‘내 학교는 왜 이 모양일까?’, ‘내 지도교수는 나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할까?’ 등 친구, 선후배, 동료들과 모이면, 함께 속한 조직을 비방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으며 버텨왔던 것 같다.박사과정 시절, 같은 연구실을 졸업한 선배를 한 학회에서 만나 지도교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때 한국의 한 교수님이 우리에게 다가와 지도교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하고 있던 행동은 결국 내 얼굴에 침을 뱉고 있는 것이구나, 나부터 내 지도교수와 내가 속한 조직에 애착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나는 불만보다는 지도교수의 본받을만한 점을 말하고, 내가 속한 학교의 좋은 점들을 주변에 말하다 보니, 지도교수의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사설 | times | 2025-02-07 00:32

자연에서 평등하게 태어난 우리는 모두 고귀하고 고유한 삶을 살아갈 자유를 지 니고 있다. 삶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과 같다. 대학은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우리대학의 학부생은 무은재학부로 입학한 후 3학기가 지나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고 관심에 따라 세부 전공을 깊이 학습하며, 졸업 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 우리대학은 학생 개개인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대학 내 다양한 연구참여, 국내 산업계 경험, 해외 단기유학과 연구소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학과 간의 벽은 낮아졌고 융합학부를 통해 새로운 복수/부 전공 기회도 많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우리 학생들은 여느 청춘이 그러하듯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궁금해한다. 아직 걸어보지 않은 자기만의 길에 대한 궁금증은 가슴 뛰며 설레지만 불안하기도 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어떻게 진로를 결정했나요?”라는 중요하지만 진부한 질문에 정답은 없다. 우리 는 모두 다르고, 각자의 삶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로 선택은 어릴 적부터 부모, 형제, 친지, 동료, 선생님, 혹은 한 권의 좋은 책으로 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대학에서의 다양한

사설 | times | 2025-01-06 09:00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에게 매우 경사스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학기술인들의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만든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자신하며 우리 학교가 개교한 지도 벌써 3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며 텅 빈 채 덩그러니 놓여있는 동상 좌대를 매일 마주치는 우리 포스테키안도 복잡한 마음이 들 것이다.노벨과학상이 지닌 의미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 여부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성취 수준을 단편적으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반적인 세상의 시선에 마주칠 때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과학기술인들이 느끼는 답답함을 이해할 만하다. 과학기술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지금 수준의 성과를 거두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그깟 노벨상이 뭐라고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가. 그깟 노벨상이 뭐길래 노벨상을 받지 못하면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달성한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노벨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은 과학기술인들을, 노벨상을 향해 질주하는 경주마의 처지로 몰고 있다. 순수한

사설 | times | 2024-10-30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