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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영화 흥행의 압도적 1위는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이자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룬 ‘오펜하이머’다. 영화의 원작은 2006년 출판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이다. 프로메테우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의 신들 이전에 존재했던 티탄족으로 ‘먼저 보는 자’라는 이름만큼이나 완벽한 예지력을 가졌다. 그는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가져다준 걸로도 모자라 미래를 알려달라는 제우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죄로 영원히 바위에 묶인 채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러한 자신의 운명을 미리 내다보고도 인류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자기 간을 내주었을 것이다.평전의 저자들은 미국인들에게 핵무기를 안겨주고도 소련 간첩으로 몰려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던 오펜하이머를 프로메테우스에 비견했다. 하나 프로메테우스는 신으로부터 처벌받은 대신 인간들로부터는 숭배받았지만, 오펜하이머를 처벌한 건 그로부터 핵무기를 받은 인간들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를 영원히 괴롭혔던 진정한 형벌은 공직을 박탈한 청문회나 그의 등 뒤에서 벌어진 배신과 암투가 아니라 형언할 수 없이 무거운 죄책감과 무력감이었을 것이다. 1945년

사설 | times | 2023-09-06 11:46

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 토론회가 개최됐다. 그리고 다음 날 지역의 일간지에는 ‘포스텍 의대 설립,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 우선 고려를’이라는 사설이 실렸다. 의대 설립을 통해 우리대학이 추구하는 방향과 지역사회에서 희망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우려의 사설이었다. 포스텍이 지향하는 연구중심대학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바이오헬스 기술과 바이오의약품의 상용화를 통한 산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일각에서는 의대와 병원 신설을 통해 지역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의료서비스가 개선되기를 우선적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다양한 요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986년 포스텍이 설립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포스코는 첨단과학기술 개발과 소수정예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세계적인 대학 설립을 목표로 하였지만, 당시 4년제 대학이 없던 지역사회에서는 지역의 우수인재가 굳이 서울로 가지 않고 진학할 만한 좋은 대학의 설립을 희망했다. 당시로서는 둘 다 좋은 목표였지만 현시점에서 바라본다면, 첨단과학기술 개발과 신산업 창출을 통해 지역사회의 ‘격(格)’과 ‘부(富)’를 높이는 지금의 포스텍이 훨

사설 | times | 2023-06-15 09:31

이제 대학은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의 학기를 시작해 어느새 학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한동안 잃어버렸던 대학 생활의 일상도 차차 회복 중이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 기능 역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의 모습을 찾아간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치열한 논쟁이 있는 대학 모습을 되찾아간다.대학이 교육을 하는 곳인지 연구를 하는 곳인지 논쟁을 벌이곤 한다. 대학을 학교라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은 이런 논란이 의외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초연구가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대학원생 교육 및 양성 과정에서 연구 활동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특히 우리대학과 같은 연구중심대학은 이런 특징이 더욱 뚜렷하다. 한편 대학이 산학협력과 창업에 더욱 전념해야 한다고도 한다. 최근 대학이 더욱 기업가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이에 맞서 그러면 집은 누가 지키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들 간의 차이가 마치 칼로 무를 자르듯이 뚜렷하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모든 대학이 연구기관이라거나 창업사관학교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체 사회를 하나의 규범으로 좌지우지하려는 시대와 다를 바 없다. 나아가 대학이 연구를 잘 하기 위해 연구환경을

사설 | times | 2023-05-19 10:18

파리 6구에 위치한 생제르맹데프레 교회에는 프랑스의 철학자,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르네 데카르트가 잠들어있다. 파리에 머물다 그 주변을 지날 때면, 나는 빠짐없이 생제르맹데프레에 들러 부속 예배실 한편에 놓인 그 무덤 앞에 서곤 한다. 근대학문 전반에 그가 끼친 영향은 가늠할 길 없이 크지만, 그의 고전적인 합리주의는 어떤 면에서 지금 21세기 현실과 더 치열하게 맞닿아 있는 것만 같다. 데카르트는 그의 책 방법서설에서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는 실체이원론을 논하는 가운데, ‘인간’과 ‘기계’를 가르는 구분법을 제시했다. 그중 첫번째가 바로 ‘언어를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이다. 데카르트가 스웨덴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감하고 삼백 년 뒤,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공학의 개척자였던 앨런 튜링이 인공지능의 충분조건으로 언어 모방게임을 제안했을 때, 그는 분명 데카르트의 글을 참고했을 것이다. 이제 놀랍도록 그럴듯한 글을 써내는 인공지능 챗봇이 연일 화제가 되는 이 시점에, 여러분은 이 데카르트의 주장이 마침내 기각됐고 따라서 인간과 기계 사이의 존재론적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무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럴듯한 글을

사설 | times | 2023-03-01 21:17

우리대학에 있어 2월은 참으로 의미 있는 달이다. 그동안 매진했던 학업과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졸업생들이 학위를 취득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우선 값진 결과를 이끌어낸 학위 취득자들에게 커다란 축하를 보내면서 몇 가지 생각을 같이 나누고자 한다. 학위를 받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는 졸업생들에게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함께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상당한 긴장감이 함께할 것이다. 사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대부분 사람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해 새로운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잘 분석해 보면 불확실성의 원인이 되는 것은 일부분이고, 상당 부분은 예측과 이해가 가능하다. 이런 확실한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노력한다면, 더욱 즐겁고 자신 있게 미래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 이제 미래라는 대상에 대해 확실한 부분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첫째로 미래는 ‘밀려오는 엄청난 에너지’라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에게 미래는, 저 멀리 존재하는 미지의 나라로 형상화돼 있으며 오직 용기 있는 사람들만이 탐사를 시도한다는 등 행동의 주체를 우리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래(未來)라는 한자어와 같이 아직 오지 않은 그

사설 | times | 2023-02-17 22:28

오늘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학기술은 사회 여러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학과 생명과학, 공학이 융합돼 과거에는 보지 못하던 새로운 분야가 나타났다. 생체 조직 공학의 발전으로 장기 이식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졌고, 생체 소재 기술의 발달로 인공뼈, 임플란트, 인공 피부 등 다양한 인공 장기와 인공 조직들을 선보이고 있다. 로봇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수족과 오감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 보조 기기의 개발로 이어졌다. 뇌과학과 첨단 로봇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다면 미래에는 영화에서만 보던 인간과 기계의 잡종 형태인 사이보그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충격적인 미래가 예측되면서 생명과학과 관련된 윤리적, 법적, 사회적 이슈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생명기술과 바이오산업은 성장 초기부터 윤리적, 법적 문제와 씨름해야 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유전자변형식품과 줄기세포 치료 등을 들 수 있다. 생명기술의 연구 방식과 바이오산업에 대한 규제 방식은 각 나라 별로 시민 인식의 차이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됐다. 영국에서는 공동체의 경험을 강조하며 합의를 통해 규제 방식을 정했고, 독일에서는 시민들의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가 높은 까닭에 이해 단체를

사설 | times | 2023-01-07 00:06

재작년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경제,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산업현장에서는 D.N.A.(Data, Network, Artificial Intelligence) 등 디지털 신기술들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과 새로운 과학기술들이 융합해 모든 분야의 초연결화가 현실화 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적으로는 이종 기술간의 융합을 넘어 인문사회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가치들이 창출되고 있다. 그래서 이전에 뚜렷이 구분되던 기술 및 상품들의 기능이 통합되고 산업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뉴노멀 시대(기존 체계와 다른 새로운 표준)를 맞이하고 있다.이런 변화 가운데 AI·빅데이터·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건강한 삶과 만성질환 극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증대되고 있다. 인간 건강을 위한 △질환의 예방 △조기 진단 △예후 예측 △치료 △사후관리 등에 있어 전주기적인 진단-치료의 통합적 관리 시스템을 통한 개인형 맞춤의료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기폭제가 돼 디지털 기술과 건강 및 복지가 결합된 디지털 헬스 제품 및 서비스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해 나가고 있으며 개인이 주

사설 | times | 2022-12-10 01:38

계절이 바뀌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며, 이미 가을도 막바지에 이르러 겨울로 들어감을 느낀다. 봄에 피어나 여름에 성장해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에 마무리하는 사계절의 순환이다. 우리의 삶도 태어나고 성장해 수확하고 저물어가는 순회의 길을 걷는다. 다른 세상 만물도 이를 따르는 것인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도 겨울로 접어드는 건 아닌가 싶다. 그만큼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부분에서 인구 감소의 영향이 서서히, 그리고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미 성년들이 다닐 때의 초등학교에 비해 단출한 인원으로 학급과 학년을 구성할 만큼 학교들의 변화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이제 대학도 서서히 학생들이 줄기 시작한다. 대학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학령인구의 감소는 운영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대학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도 더뎌진다. 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부터는 취업자 마이너스 시대가 열린다. 그동안 당연히 매년 는다고 생각했던 취업자가 드디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다. 앞으로 아주 극적인 변화가 생겨서 저출산과 고령화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하는 청년은 줄고 일하는 노인은 더 늘어난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앞서간 나라가

사설 | times | 2022-11-13 01:12

얼마 전 인공지능 신경망 챗봇(Chatbot) 개발에 참여했던 한 구글 엔지니어가 그 신경망 챗봇이 마치 사람과 같은 지각을 가졌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됐다. 회사는 곧 자체 조사를 실시해 그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결국 해당 엔지니어는 해고되고 말았다.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 일어난 대수롭지 않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이 사건이 혹시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 전조이진 않을까? SF영화와 소설들에서 수없이 봐온 장면들.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미래. 진실과 상관없이, 어떤 많은 사람에게 정말 실존적인 현실로 다가올 그런 익숙한 미래 말이다.인공지능이라 불리는 기계들이 주변에 넘쳐나게 될 미래에, 인간으로서 제정신을 다잡기 위해 물어야 할 질문 한 가지를 한번 다뤄 보자. 인공지능은 진정한 ‘지능’인가? 이세돌이 바둑 시합에서 알파고에 패배했다고 해서, 알파고의 지능이 이세돌의 지능보다 높은 것일까? 최소한 바둑 지능에 한해서라도 말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은 지능이 무엇인 줄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지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한다. 하

사설 | times | 2022-10-03 01:54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과 기후변화 우려에 따른 환경친화적 방안으로 유기성폐자원을 활용해 바이오에너지를 얻는 기술이 국내외적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유기성폐자원은 가축의 분뇨, 생활하수ㆍ폐수처리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기물, 주거ㆍ사무활동에서 발생하는 폐종이류나 음식물 등 다양한 형태의 생활ㆍ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높은 농도의 유기물을 포함한 폐기물을 지칭하는데, 과거 단순‘폐기물’이라는 개념에서 재활용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요즘은 재생 가능한‘폐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재활용 가능한 자원의 개념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여전히 활용되지 못하고 단순 폐기된다면 하천 및 지하수 오염으로 인한 음용수 활용의 문제가 발생하고, 방치돼 썩는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많은 양의 메탄가스가 발생해 지구 온난화 등 환경파괴의 주범이 될 수 있다.이런 유기성폐자원 중 일반인이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우리와 후대의,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음식물 쓰레기의 관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실 식탁에 오르는 다양한 음식물류는 상상만으로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전문적 용어로는 ‘음식물류폐기물’로 칭함)를 상상할 경우 우

사설 | times | 2022-09-14 20:16

2020년 초부터 거세게 몰아친 코로나19의 기운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 2022학년도 2학기부터는 마침내 전면적으로 대면 수업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가져온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단 대학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비대면 문화와 초연결·초지능을 강조하는 스마트 환경에 확연히 익숙해졌다.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의 무인 단말기, Zoom을 포함한 LMS 고도화, VR로 진행되는 실험 수업 등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대학 생활이 가능해졌다. 지난 2년 우리가 경험한 디지털 혁신은 정말 놀랍다. 어떻게 보면 대학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미디어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코 편리함, 효율성, 안전성 등일 것이다. 가상, 증강, 혼합 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이 가져다주는 동시성, 가역성, 초지역성, 초시간성 등은 분명 매력적이며, 특히 가상적 근접성이나 물리적 거리감의 약화는 우리 대학에 큰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그리고 낙관적인 ‘솔루션’ 기술에만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 이러한 기술은 마치 물고기가 자신이 헤엄치는 물을 의식하지

사설 | times | 2022-06-20 00:05

21세기 들어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팬데믹, 기후변화 등 거대한 도전을 연이어 맞이하고 있다. 한편 최근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ICT의 기하급수적인 발전과 가속화되는 혁신은 우리의 삶의 일자리 터전과 일상을 크게 바꾸고 있다. 졸업생 여러분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지구촌 공동운명체의 일원으로서 개인의 자발적 의지와 무관하게 이 첨단과학기술 문명의 패스트트랙에 올라타게 됐다. 앞으로 인류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지속적인 번영을 함께 도모하려면 이제 여러분도 과학기술 혁신과 함께할 미래의 수많은 도전적 과제에 동참해나가야 한다.다가오는 미래에도 과학기술은 인류 지식의 경계를 어떻게 계속 확장해갈 것인가? 인류는 어떻게 세게와 함께 바이러스와 싸워 현재와 미래의 공중보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인류는 어떻게 지구촌 전체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난제를 풀어갈 것인가? 특히 새롭게 펼쳐지는 우주, 극지, 심해 등 공동의 공간을 어떻게 탐험하고 집단적으로 관할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지구촌 전반에 높아지는 긴장과 다양한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미래 세상의 번영과 안전을 담보해나갈 것인가?큰 갈림길 앞에 선 우리 지구촌 전체의 미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사설 | times | 2022-05-15 02:01

중국의 과학 기술 발전이 놀랍다. 최근 발표된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과학 기술은 생명과학, 의학을 제외하면 과학 기술의 전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 양적인 차원에서는 이미 2016년을 기점으로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었는데 이제는 질적인 면에서조차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 논문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피인용 최상위 1% 논문 수를 국가별로 비교한 결과, 물리학, 수학, 공학 및 컴퓨터과학 등 과학, 기술 대부분 영역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섰다고 보고했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2016년 7월 과학 저널 네이처가 세계적 수준의 자연과학 학술지 68개에 우수한 연구성과를 발표한 국가와 연구기관을 분석해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네이처 인덱스’에서 중국이 1~9위를 차지했다. 또한, 컴공, 전자 분야의 최고 저널 중 하나인 IEEE 계통의 논문의 70% 이상이 중국의 대학이나 기관에서 출판된 것이다.중국 과학 기술의 놀라운 발전 이면에는 시진핑 집권 후 그들이 추구해온 ‘과학 굴기’가 자리하고 있다. 즉,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중국을 일으켜 세우고 미중 다툼에서 패권을 잡겠다는 야망을 실현코자 ‘과학 굴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이

사설 | times | 2022-05-02 22:59

성경에 바벨탑이 나온다. 원래 세상은 한 가지 말을 쓰고 있었는데, 하늘 높이 탑을 쌓는 인간의 욕심을 보고 신이 벌을 내렸다. 사람들이 쓰는 말이 서로 달라져서 알아듣지 못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살게 해 더 이상 하늘에 이르지 못하게 했다. 우리 역시 한반도를 벗어나면 다른 언어를 써야 한다. 이를 이어주는 것이 통역과 번역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를 다 익힐 수는 없기에 영어를 공통어로 택해 여러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한다.뿐만 아니라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소통이 잘되지 않는 바벨탑도 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다르다는 것을 틀린 것으로 오해한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본인의 주장만 앞세운다. 사람의 귀는 억지로 닫을 수 없지만 입은 본인의 의지로 다물 수 있다. 항상 귀를 열어 잘 듣고, 본인의 말은 아끼라는 자연의 뜻인 듯하다. 그런데 이를 거스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인지 서로 반목하고 거리를 두며 사회는 분절된다. 세대 간의 갈등뿐 아니라 젠더, 빈부, 지역 등 세상에 존재하는 바벨탑이 점점 늘고 있다.바벨탑은 학문에도 있다. 태초에 학문

사설 | times | 2022-05-02 22:59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월 초순에 오만 명을 넘고는 중순 들어서는 10만 명을 넘나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20년 1월 국내에 코로나19가 처음 등장해 소수 확진자의 동선이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때나 대구 신천지 교인의 집단감염 사태로 여론이 시끄러웠던 때와 비교하면, 최근의 감염 양상은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로 전개되고 있어도 국민과 언론 모두 차분한 상태다. 이러한 안정 상태는 K-방역의 성공 경험과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대한 정보의 확산 덕분이라 하겠다. 널리 알려진 대로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력은 매우 높지만 치명률은 그렇지 않은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백신을 맞았고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방역 규칙을 준수하는 한 따로 걱정할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신규 확진자의 대부분을 재택 자가 관리로 돌림으로써 방역 당국 차원에서 사실상의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는 것도 이러한 판단에 따른 일이다.요컨대 코로나19 사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 우리대학의 교육 방침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2년간 우리대학은 학부 교육을 사실상 전면적인 비대면으로 시행해 왔으며 학교 교정은 코로나19 청정 지대에 가까운 놀

사설 | times | 2022-02-26 21:35

원래 의학은 단순한 경험 지식에서 출발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시대에 와서 의학은 처음으로 합리적 철학, 즉 과학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의학이 과학과 연결되며 의사들의 사회적 처우에도 변화가 생겼다. 중세 대학에서 내과의들은 교수로 자리 잡으며 사회적 신분이 상승했다. 당시 의학은 병에 대한 관찰 위주의 처방이 대부분이었고, 의학 지식으로 병을 실제로 치료할 수 있었던 예는 많지 않았다. 19세기까지도 사람들은 인간의 병에 대해 의사의 처방보다는 자연이 치유한다고 생각했다.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기에도 의사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들을 격리하거나 위로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요즈음 성형외과 의사들이 높은 대접을 받고 있지만 본래 외과의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열악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도 의사들은 수술을 직접 하지 말고 칼을 잡는 일은 외과 의사에게 맡기라고 지시하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발사가 외과의도 겸하고 있었다. 흑사병 시대를 거치고 군대에서 수술의 중요성이 인정되면서 이발사-외과의의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 더욱이 베살리우스가 근대 해부학 시대를 열면서 외과 의사는 인체에 대한 체계적인 해부학적 지식도 얻게 됐다. 하지만 아직 감염에

사설 | times | 2022-01-07 01:18

지난 7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90년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이 컴퓨터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지만, 수리에 성공하면서 다시 ‘지구의 눈’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 31년간 지구 상공 547km를 돌며 우주의 나이를 밝히고 은하 중심에서 거대한 블랙홀의 증거를 발견하는가 하면, 우주 팽창 속도를 규명하는 등 천문학 교과서를 다시 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망원경 이름은 20세기 초 천문학자였던 에드윈 허블에게서 따왔다. 1920년대까지 사람들은 우리 은하가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은하라고 생각했지만, 허블은 우주가 훨씬 더 넓고 외부에 다른 은하가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을 발견하고, 이 변광성의 위치가 우리 은하 가장자리보다 훨씬 먼 곳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허블의 이 발견은 천문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2021년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 그리고 대학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코로나19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의 정치, 사회,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으로 한정한다면 지난

사설 | times | 2021-12-14 01:50

매년 12월이 오면 달력이 1장밖에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과 함께 남은 마지막 한 달이라도 열심히 살아서 한해를 잘 마무리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12월에는 우리대학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는 개교기념일도 있어서 대학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대학이 1986년 12월 3일에 개교를 했으니 이제 만 35년을 지나 이제 36년차로 접어들게 돼, 사람으로 따지면 청년으로서 최고의 전성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대학은 실제로 그런 전성기에 해당될 만큼의 상태에 있으며 그런 성과를 보여주고 있을까? 필자는 우리대학이 설립된 지 약 10년 정도 되는 시점에 부임했다. 그때만 해도 우리대학은 대한민국에서는 단연 최고로 평가받았고, 우리의 경쟁 상대는 대한민국에 있는 대학이 아닌 글로벌 최고 수준의 대학이었다. 우리대학에서 이룩한 크고 작은 성과는 자주 신문이나 방송에 소개됐고, 국민들은 우리대학 학생이나 교수를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와 전문가로 인정했다. 그 당시 학생들도 그리고 교수들도 포항공대의 구성원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았다.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다른 대학들도 정부의 BK사업 등을 계기로 점점 내실화와 투자에 집중

사설 | times | 2021-11-14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