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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영국의 경제학자였던 앨프레드 마셜의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취임 연설에서 인용한 말이다. 경제학자로서 사회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하되 항상 빈민 구제와 사회복지 등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마음을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담고 있다. 해당 문구의 뜻처럼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은, 비단 경제학자뿐 아니라 누구나 목표로 해야 할 이상적인 태도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와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차가워지고 있다.요즘 미디어에는 자극적인 뉴스가 흘러넘친다. 유명인의 논란부터 정치적 이슈, 갈등 요소까지 사실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면 자칫 여론에 휩쓸리기 쉬운 소재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여론에 곧잘 휩쓸려버린다. 사실 파악은 하지 않고 글이나 유튜브 등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다른 의견은 수용하지 않고, 자신이나 주변인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는 등, 점차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다. 지금 사람들의 반응은 마치 ‘불’과 같다. 이리저리 옮겨붙는 불처럼 여론은 이곳저곳으로 확산하며 점점 커진다. 그렇게 커진 불은 타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댓글, 가짜뉴스를 통

사설 | times | 2025-05-28 15:50

포스테키안이라면, 특히 졸업을 앞둔 상황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봤을 것이다. ‘나는 대학원에 잘 맞는 사람일까’, ‘앞으로 어떤 분야에 취직 혹은 진학을 해야 할까’. 언뜻 보면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한 질문이지만, 실제로 답을 찾으려 하면 너무 복잡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선배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봐도 돌아오는 답은 ‘대답하기 어렵다’라는 말이 되레 많을지도 모른다.왜 우리는 이런 질문을 자꾸만 던질까? 그 끝에는 아마도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짙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포스테키안들은 대개 성실하고 뛰어난 모범생들이다. 지금까지는 분명한 정답과 확실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대학원과 연구, 그리고 취업이라는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붙들고 고민하며, 교과서에 없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며, 성과는 긴 기다림 후에야 희미하게 드러난다. 그러니 그 과정이 두렵고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분야나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잘 나가는 분야를 선택하면 좀 더 안정적인 미래가 펼쳐질 거라 기대한다. 어쩌면 커다란 흐름 위에 올라타야 긴 대학원 생활이나 취

사설 | times | 2025-04-23 17:43

우리대학은 2026년부터 외국인 학부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대학이 그동안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서의 명성을 획득하는 동안 잠시 후순위로 밀려 있었던 국제화를 필수적인 과제로 삼고 있는 하나의 예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학생 유치, 한국어 교육 강화, 한국인 학생들의 영어 교육 강화, 그리고 영어 강의 정책의 효율적 시행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대학의 국제화는 단순히 외국인 학생 수의 증가나 해외 교류 프로그램의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다양성 확보, 교육 및 연구의 질적 향상,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종합적인 비전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우리대학의 국제화 전략에서 중요한 첫 번째 과제는 우수한 외국인 학생 선발이다. 현재 우리대학은 외국인 학생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의 다문화적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외국인 학생 수를 늘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수한 외국인 인재의 선발과 이들이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외국인 학생이 학문적 성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한국

사설 | times | 2025-03-26 18:11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 재판이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기만 하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민주주의의 수호를 외치고 있지만, 이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작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국내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갈등의 조정과 타협, 양보와 합의를 통한 다양한 세력의 평화적 공존이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적 목표의 달성은 커녕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고 상대편을 제거하고자 하는 극단적 대결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러한 민주주의의 퇴행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문제는 아니다. 정치학 연구에서 각국의 정치체제 분류에 널리 사용되는 권위 있는 지표인 POLITY 점수에 따르면, 지난 1월 발표된 자료에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 국가로 이행하고 있는 국가로 분류되었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받아들여졌던 한국과 미국 모두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국내외 많은 정치학자는 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유지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민주적 규범 준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헌법을 비롯한 각종 법령으로 규정된 공식적인

사설 | times | 2025-02-26 20:37

2024학년도 학위 수여식을 마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포스테키안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소속한 기관이나 조직에 대한 애정보다는 불만을 가지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환경에 살고 있을까?’, ‘내 학교는 왜 이 모양일까?’, ‘내 지도교수는 나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할까?’ 등 친구, 선후배, 동료들과 모이면, 함께 속한 조직을 비방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으며 버텨왔던 것 같다.박사과정 시절, 같은 연구실을 졸업한 선배를 한 학회에서 만나 지도교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때 한국의 한 교수님이 우리에게 다가와 지도교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하고 있던 행동은 결국 내 얼굴에 침을 뱉고 있는 것이구나, 나부터 내 지도교수와 내가 속한 조직에 애착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나는 불만보다는 지도교수의 본받을만한 점을 말하고, 내가 속한 학교의 좋은 점들을 주변에 말하다 보니, 지도교수의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사설 | times | 2025-02-07 00:32

자연에서 평등하게 태어난 우리는 모두 고귀하고 고유한 삶을 살아갈 자유를 지 니고 있다. 삶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과 같다. 대학은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우리대학의 학부생은 무은재학부로 입학한 후 3학기가 지나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고 관심에 따라 세부 전공을 깊이 학습하며, 졸업 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 우리대학은 학생 개개인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대학 내 다양한 연구참여, 국내 산업계 경험, 해외 단기유학과 연구소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학과 간의 벽은 낮아졌고 융합학부를 통해 새로운 복수/부 전공 기회도 많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우리 학생들은 여느 청춘이 그러하듯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궁금해한다. 아직 걸어보지 않은 자기만의 길에 대한 궁금증은 가슴 뛰며 설레지만 불안하기도 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어떻게 진로를 결정했나요?”라는 중요하지만 진부한 질문에 정답은 없다. 우리 는 모두 다르고, 각자의 삶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로 선택은 어릴 적부터 부모, 형제, 친지, 동료, 선생님, 혹은 한 권의 좋은 책으로 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대학에서의 다양한

사설 | times | 2025-01-06 09:00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에게 매우 경사스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학기술인들의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만든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자신하며 우리 학교가 개교한 지도 벌써 3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며 텅 빈 채 덩그러니 놓여있는 동상 좌대를 매일 마주치는 우리 포스테키안도 복잡한 마음이 들 것이다.노벨과학상이 지닌 의미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 여부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성취 수준을 단편적으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반적인 세상의 시선에 마주칠 때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과학기술인들이 느끼는 답답함을 이해할 만하다. 과학기술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지금 수준의 성과를 거두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그깟 노벨상이 뭐라고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가. 그깟 노벨상이 뭐길래 노벨상을 받지 못하면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달성한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노벨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은 과학기술인들을, 노벨상을 향해 질주하는 경주마의 처지로 몰고 있다. 순수한

사설 | times | 2024-10-30 13:00

현대 사회는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그리고 글로벌 경쟁의 심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이에 우리대학은 △지산학 간 △국가 간 △학과 간 경계를 허물고(3無),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지원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오픈 커리큘럼 기반 교육으로 혁신하고자 한다. 제도적으로 전통적인 학문 영역의 경계를 넘어서고, 지역 수요 현장 중심 산업인력부터 핵심 연구인력까지 전 영역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자 우리대학만의 오픈 커리큘럼 기반 융합학부(School of Convergence Science and Technology)의 신설과 융합전공의 도입이 있다. 이는 단순한 제도적 변화를 넘어, 미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시도이다.융합학부의 가장 큰 특징은 유연성과 개방성이다. 기존의 학과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학생들에게 다양한 융합전공을 부전공 또는 복수전공 형태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학생들의 관심사와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복잡한 현실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사설 | times | 2024-09-27 20:22

개교 이래 포스텍은 세계의 정상을 향해 달렸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포스텍은 글로벌 대학이 됐다. 그런 포스텍 앞에 이제는 글로컬 대학으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임무가 놓여 있다. 글로컬이라는 수식어는 상반되는 두 단어, 글로벌과 로컬이 모순어법적으로 합성된 옥시모론이다. 글로벌은 보편성을, 로컬은 특수성을 가리키는 말이니 글로컬은 ‘보편적 특수성’ 정도를 의미하는 논리적으로는 모순된 말이다. 시대적 요청들은 종종 글로컬이라는 단어처럼 논리적 모순으로만 들리는 옥시모론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환경 파괴의 주된 원인이 되는 성장이라는 단어 앞에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이란 수식어를 더한 녹색 성장이 그랬다. 또한, 경제 민주화, 기업 사회책임, 사회적 기업과 같은 말들도 논리적으로 대립하는 사적 이익과 공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일종의 옥시모론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환경과 성장을 동시에 그리고 사적 이익과 공적 가치를 모두 함께 추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이해해 가고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의 저자 짐 콜린스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이라는 책에서,

사설 | times | 2024-09-06 18:45

우리는 모두 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주변에서 떼를 쓰는 아이들을 본 경험이 있다. 우리 자신들도 그렇게 떼를 쓰면서 자랐지만, 성인이 된 후에 기억을 못 하는 것이다. 물론 떼쓰는 것도 필요하고, 떼쓰는 아이로서는 무엇인가 불편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니 들어 달라고 울거나 관심을 받을 수 있게 고집을 피우는 것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떼쓰는 아이들을 보고 자랐고, 형제자매들이 고집을 부려서 자신들이 원하던 것을 얻어갈 때 주변에서 바라보며 느낀 경험은 다양할 것이다. 이미 성년이 된 후에도 사회나 직장에서 동료나 선후배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탁하거나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나도 한번 나의 욕심을 위해서 떼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한 번씩은 가져봤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은 원하는 것을 위해서 떼쓰고 고집도 피우는데, 가만히 있는 나는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너무 순진한 것일까?”라는 생각도 가져봤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이익이나 목적만을 위해서 큰 목소리를 내거나 떼쓰는 사회 분위기가 당연한 것처럼 경험한 우리는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은 뒤돌아보기도 한다. 과학고를 졸업

사설 | times | 2024-06-12 16:09

모범생은 학생의 통상적 정의 범위 내에서 수행하는 행동이 타인의 모범이 되는 학생을 의미한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한민국에서 학업적 역량과 성과가 뛰어난 학생이 모범생이라는데 이견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범적인 부모의 정의는 무엇인가? 모범적인 인공지능 엔지니어의 정의는 무엇인가? 모범적인 인생·사회·국가의 정의는 무엇인가?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로, 모두 개별적인 담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모범생의 정의에 대한 답변은 왜 상대적으로 쉬워야 하는가? 쉽지 않은 질문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본 글은 대한민국의 교육 체계나 사교육의 폐해에 대해 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 사회 모범생들의 학창 시절 이후에 대해 잠시 논하고자 한다. 모범생들의 양성은 장차 모범적인 사회인들의 출현을 야기하고, 나아가 모범적인 사회·국가 구성의 기본 전제가 된다는 논리는 교육의 중요성을 받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많은 폐해와 부작용의 출현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이 국가 발전의 주요 기인 요소였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교육 체계 수립 입장에서 매우 설득력이 높은 엘리트 양성 접근법이다. 정량적이고 분명한 모범생의

사설 | times | 2024-05-22 15:48

올해 4월 30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우리대학을 설계하고 개교 이후 8년간 초대 총장으로 재임한 무은재(無垠齋) 김호길 박사의 서거 30주기가 되는 날이다. 아직은 할 일이 많았던 향년 61세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너무 허망하게 떠나버렸지만, 그가 남긴 혁신과 창의의 족적은 단기간에 우리대학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언론사에서 발표하는 국내/세계대학 순위가 한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수준을 반드시 정확하게 포착하지 않는다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1998년 아시아 과학기술대학 1위, 2010년 세계대학 28위 등을 차지하며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NTU)과 홍콩 과기대학(HKUST) 등 신흥 유명 대학 설립 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는 점은 분명 우리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지표를 살펴보면 우리대학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영국의 타임즈고등교육(THE)이 개교 50년 이하의 세계대학들을 대상으로 산정한 2023년도 세계신흥대학 평가에서 우리대학을 벤치마킹해 설립된 난양이공대학과 홍콩과기대학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사설 | times | 2024-04-22 17:35

한 사회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고도의 과학화기술화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적 전문지식은 공적 의사결정에서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의 중요한 공적 의사결정을 오로지 과학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는가? 과학기술적 전문지식을 탐구하는 행위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행위이지만, 사회의 공적 의사결정은 정치적 행위이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의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순간 전문가들의 의사결정은 과학적 논리만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정치적 논리의 핵심은 민주주의이다. 전문가주의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와 대립과 긴장의 관계에 놓여있다. 전문가들에 의한 공적 의사결정을 주장하는 전문가주의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적 의사결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동등한 참여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인해 비과학적인 ‘잘못된’ 결정이 내려져 공동체에 해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중우정치’라는 이름으로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제기되어온 민주주의의 약점이다. 자기 스승이

사설 | times | 2024-03-22 18:22

2024년 1학기가 시작됐다. 겨울을 묵묵히 잘 견뎌온 나무의 잎에서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봄은 오고 있지만 최근의 여러 상황은 봄이 아닌 깊은 겨울 속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현상과 이에 따른 학교들의 폐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말처럼 수도권에서 먼 남쪽 지역의 대학들부터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말들이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수도권에서 매우 먼 거리에 있는 우리대학에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도 고려의 대상이다. 우리대학에는 여전히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의료계에 쏠려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를 선도할 대학의 지원자들은 줄어들 것이요, 기존 학생들마저 이공계로부터 눈을 돌리게 될까 염려스럽다.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포스텍 2.0’으로 불리는 제2 건학 추진 계획이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33년까지 총 10년간 1조 2천억 원이라는 사업예산이 혁신적인 방안으로 우리대학의 여러 분야에 투입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 하니 큰 기대를 하게 만든다.그렇다

사설 | times | 2024-02-29 19:58

2023년도 학위수여식을 통해 800명의 포스테키안들은 이제 사회로 나아간다. 각고의 노력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선 졸업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이들을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랑으로 뒷바라지해 주신 학부모님들에게도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들을 지도하고 지원해 주신 교수와 직원, 그리고 재단에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을 경험하고 있다. 문명사적인 변혁의 시대라고 할 만큼 그 변화의 폭과 속도가 놀라울 정도이다. 이런 변혁의 원동력은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다. 과학기술이 이제는 전문가들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또한 환경, 에너지, 보건, 식량,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시대적 과제들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대학 졸업생들에게는 시대적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에 따른 역할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제 교정을 떠나는 졸업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전한다.우선 인생의 한 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짧게는

사설 | times | 2024-02-03 15:37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새해가 오면 이전을 되돌아보며 액운을 떠나보내고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한다. 매해 반복되는 일이라 다소 식상하거나 작심삼일이 돼 겸연쩍은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계획을 짜고 다짐을 새로 하는 일의 의미는 크다. 우리대학은 작년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됐다. ‘글로컬대학30’은 최근 정부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과 대학 혁신을 선도할 대학을 지원한다. 특히 그간 정부 주도의 획일적 기준을 제시하던 방식을 탈피해, 각 대학이 주도하는 자율적 혁신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대학 내외부의 벽을 허물고 산학과 지역 협력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대학을 만든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여 정부에 제안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우리대학은 ‘지역에 뿌리내려, 세계로 뻗어나가 열매 맺는 글로컬대학’을 비전으로 새로운 대학 발전의 모습을 제시했다. 우선 전공과 시공간의 경계를 없애는 3무(無) 수요자 중심의 교육 혁신을 내세웠다. 지역과 산업, 대학 간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첫 번째 ‘무’이다. 이를 위해

사설 | times | 2024-01-01 19:58

최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넘어 지구촌 전반의 국가·진영 간 갈등의 확산 속 우리나라와 세계는 경제·기술 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등 기존 과학기술 협력 체제와 국제 질서에 대해 새롭고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 따르면 “오늘날 세상에서 어떤 나라도 과학기술 없이 혼자 존립하거나 번영할 수는 없다.” 사실 글로벌 무대에서 펼쳐지는 세상의 엄청난 미래 변혁의 기저에 과학기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 △에너지 △우주 △해양 등 분야에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발한 협력과 치열한 경쟁이 교차하는 가운데 과학기술과 외교·안보 측면이 자연스럽게 융합되면서 최근 과학기술 외교와 경제 안보가 부각되고 있다.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의 견제 강화와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기인한다. 하지만 최근 기존 무역 제재 범위를 넘어 기술 및 첨단산업생태계의 제재로 진화함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더불어 첨단·신흥 기술과 국제 정치가 결합하는 기정학이 떠오르고 있다.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과학기술과 △경제 △외교 △안보의 융합에 주목하고, 통상정책뿐 아니라 공급망

사설 | times | 2023-11-07 20:32

부조리가 판치는 이 세상에 우울해져 갈 때면, 나는 언젠가 진실을 보증하는 엄밀한 과학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라는 그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본다. 일찍이 라이프니츠는 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류가 없는 총체적인 추론체계인 ‘보편과학’을 구성하는 것이라 믿었다. 오직 하나의 명료한 의미만을 가지는 보편기호와 이들을 타당하게 조합하는 보편법칙들. 이들로 이 현실 세계와 언어를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면, 옳고 그름은 단지 이 체계를 분석하는 기계적인 일로 깔끔하게 환원된다. 이제 사람들 사이에 논쟁이 있을 때면 우리는 이렇게 외칠 것이다. “누가 옳은지 한번 계산해보자!” 라이프니츠의 이 담대한 기획은 생전에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그 후계자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역사 속에 부활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은 그가 꿈꾸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예상치 못한 세계의 기이한 진실 앞에 이러한 도전들은 번번이 좌절돼 왔기 때문이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웬일인지 자연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면모들은 깊어져만 가고, 인간이 지닌 지능과 의식의 실체는 여전히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 또한, 우리가 판단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은 사

사설 | times | 2023-09-27 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