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20건)

2023년 7월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분의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났다. 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충격적이면서도 슬픈 일이었다. 그때 나는 대처랍시고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내놓은 교육부에, 자극적인 타이틀만을 보여주며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것에는 무신경한 언론에 화를 냈다. 그리고 그 슬픔과 분노를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하지 않도록 내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신문에 글을 써보겠느냐는 제안을 들었을 때 나는 그 글을 정리해서 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지금은 생각이 바뀐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제대로 짚어가며 글을 써보려 한다.학교만이 아니라 어딘가의 음식점에서, 어딘가의 회사에서, 어떤 SNS에서 폭력과 폭언, 모욕과 비난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는 일들이다. 나는 이런 일들이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타인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최근에는 권리라는 단어를 여기저기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지곡골목소리 | 최세현 / 물리 22 | 2023-11-07 20:33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나를 소개하는 항목에서 흔하게 봤던 문장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많이 벌어서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라고 적어왔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일이 있었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은 꿈이 어떻게 돼요?” 초등학교 아이들의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수많은 질문 중 가장 나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질문이었다. 평소와 같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을 꿈으로 말하기에는 아이들이 실망할 것 같았고 기대하는 답변이 아닐 것 같았다. 나도 거창하고 멋있어 보이는 꿈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득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급하게 “유명한 공학자가 돼 돈을 많이 버는 것이야~”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집에 가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방송 PD, 작가, 연예인, 의사, 사육사 등 되고 싶었던 것도 많고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미래에는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어쩌면 답

지곡골목소리 | 박지윤 / 전자 21 | 2023-09-06 11:51

예전부터 일상에서 낭만을 찾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가끔은 소소한 일탈의 시간을 가지며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 고1 때는 동네를 산책하며 보이는 꽃들의 꽃말을 조사하는데 하루를 다 보낸 적도 있었고, 고3 때에도 힘들 때면 한강 다리 위에 있는 카페에서 공부하며 생각을 환기하곤 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놀러 다닌 것과 다름이 없지만, 그것이라도 없었다면 일상을 살아갈 힘이 부족했을 것이다.대학에 와서도 내 몸은 낭만을 잊지 못했다. 포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바쁜 와중, 쏟아지는 과제와 꼬여버린 인간관계는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이 와중에 술은 내 정신을 더 빠르게 갉아먹었고, 게임은 좋지 않은 실력으로 나에게 좌절감만 안겨주었다. 정신력을 회복하기 위해 하루빨리 ‘낭만’이라는 연료를 어디선가 공급해 와야만 했다.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형산강을 산책하는 것이다. 강가 주변의 식물과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상쾌함을 얻을 수 있었다.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 일상과 분리된 느낌을 주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주었다. 특히 혼자서 산책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지곡골목소리 | 조영찬 / 무은재 22 | 2023-06-15 09:35

조금은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이 감정을 느끼며 많은 성장을 했기에 관련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내가 20대가 되고, 대학교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년째가 됐다. 20대가 되기 전의 나는 내가 느끼는 세세한 감정을 살피기에 너무나도 바빠 흘려보내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나는 최대한 많은 감정을 마주하고 되새김질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발맞춰 내가 어른이 됐듯이, 주변인들도 각자의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정신없이 흐르는 시간에 따라 살아오다 보니,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일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영향이 컸던 것이 작년과 올해 맞이한 소중한 사람들의 부고이다.작년에는 나의 영원한 단짝이었던 할머니가, 올해에는 아버지처럼 나를 챙겨 주시던 고등학교 스승님이 내 곁을 떠났다. 내 앞에 주어진 현실에 쫓겨 살다 보니 주변을 살필 여력이 없었고,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무기력하기만 했다. 당시 바쁜 대학 생활을 보내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외로이 기숙사에서 눈물을 절제하지 못한 채 흐느끼는 것이었다. 눈물의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가장 나를 슬프게 만든 것은

지곡골목소리 | 류나은 / 무은재 22 | 2023-05-19 10:20

우리는 참 많은 목표를 세우며 살아간다. 과학도로서의 목표나 자녀로서의 목표 같은 장기적이고 거창한 목표부터 이번 시험의 목표, 오늘 저녁 식사의 목표 같은 소소한 목표들까지. 살다 보면 서로 다른 목표가 충돌해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도, 이유 없이 목표가 바뀌기도 한다. 목표를 이뤄내지 못해 자책하기도 하며, 또 새로운 목표를 세워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한때 이 ‘목표’ 때문에 고민이 많던 시기가 있었다. 눈앞의 소소한 목표들을 이루기 급급한 채 그래서 무엇이 되고 싶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야지”라고 얼버무리던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달까. 그러던 중 친구의 소개로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임에 들어가게 됐다. 두 달 동안 매주 주어지는 질문들에 답하며 각자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뤄나갈 방법을 설계해 공유하는 자리였다. 참여한 학생들은 저마다 정말 멋있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인류를 구원할 기술을 개발하겠다거나 자신이 다루는 악기의 연주자로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처럼 확고하고 원대한 꿈을 가진 학생들을 보니 내가 더 우습게 느껴졌다. 열심히 고민해 적어간 내

지곡골목소리 | 이태훈 / 신소재 19 | 2023-03-01 21:19

졸업 학년이 다가올수록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내가 여태껏 해 온 것들이 맞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에 관해 하루에 다섯 번 이상은 고민하는 것 같다. 짧은 고민의 과정이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얻은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주변 사람은 더 좋은 직업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고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그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나 또한 휴식의 필요성을 무시한 채 끊임없이 달려왔다. 나는 학창 시절 때부터 피 튀기는 경쟁과 입시를 거치면서 항상 최고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잘못된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지며, “저들과 달리 반드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뤄야지”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대학교에 다니면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얻기도 했고, 이런 좌절의 시간을 견뎌내고 더 크게 성장해나가는 주변 사람들을 겪으며 가치관이 바뀌었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며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타인의

지곡골목소리 | 박은하 / 컴공 20 | 2023-02-17 22:30

디즈니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는 학교 음악 교사로, 재즈가 자신의 진정한 소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존경하는 도로시아 밴드에 합류하는 것을 삶의 궁극적 목표로 삼고 그 외의 모든 일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단계일 뿐이라며 터부시한다. 목표를 이루게 된 날, 그가 공허함을 토로하자 도로시아는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줬다.“젊은 물고기가 나이 든 물고기에게 물었지. ‘바다를 찾고 있는데요’ 나이 든 물고기가 말했어. ‘여기가 바다야’ 그러자 젊은 물고기는 이렇게 대답했어. ‘여기? 이건 그냥 물인데. 내가 찾는 것은 바다라고’”‘소울’은 21살이 되자마자 본 영화였는데, 조에게 내 모습이 보였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설정했고, 이를 이루고 나면 마냥 행복해질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목표를 이룬 후에는 행복이 아닌 허망함만 남았다. 입학과 동시에 혼자 해결하기 힘든 과제들이 쏟아졌고, 수업 내용은 따라가기 어려웠다.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타인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이해하지 못한 내용들이 늘어갔고, 학기 말에는 수업을 듣기 위해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매분 매초가 내 무능력을 증명당하는 시간 같았다. 조의 “오늘 내가

지곡골목소리 | 이현아 / 화공 20 | 2023-01-07 00:08

나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이상하리만큼 좋아했다. 중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이 야심 차게 기획했던 ‘또래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그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중학교 때도 교육 봉사를 알아봤지만, 어느 누가 검증되지 않은 중학생에게 교육 봉사를 맡기겠는가. 폭풍 같은 과학고 생활을 지나, 어느덧 우리대학에 진학해 조금이나마 검증을 얻게 된 나는 본격적으로 교육 봉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후로는 우리대학 교육 봉사 자치단체 ‘가치배움’에서 활동하고, 교육혁신센터의 ‘포스텍 온라인 멘토링’에도 참여했다. 휴학 기간에는 집 근처 아동센터에서 학생들을 길게 가르치기도 했었다.매주 아동센터나 인근 중학교에서 멘티들을 만나다 보면, 한국의 중고등학교 생활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 다시금 놀라게 된다. 고입 혹은 대입과 직결된 시험 대비, 이른 등교 시간, 방과 후 활동이나 학원 일정에 이르기까지… 불과 몇 년 전 내가 겪은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멘티들을 보면 안쓰럽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 그 마음 뒤에는 9시 반 수업도 힘들어서 조는 ‘나’, 듀 이펙트를 쓰겠다며 과제를 한계에 치달을 때까지 미루고 또 미룬 ‘나’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의

지곡골목소리 | 홍나경 / 화학 18 | 2022-12-10 01:42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얼마 전 새내기와의 SA 면담에서 받은 질문은 마치 2년 전 내가 던진 질문을 되돌려 받는 기분이었다. 고작 두어 살 많은 내 대답에 크게 위로받고 도움을 얻었다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니 내 새내기 시절이 떠올랐다.새내기 시절 중앙집행위원회에 가입한 후 사무실에 처음 들어가자 새내기라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주던 선배들의 모습은 잔뜩 긴장했던 내게 위로가 됐다. 고민이나 문제가 생기면 줄곧 선배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온 선배들의 조언은 내가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항상 커 보였던 선배들이지만, 내게 찾아오는 후배들의 질문은 어느새 내가 누군가에겐 그때 그 선배들 같은 존재가 됐음을 깨닫게 한다. 이런 깨달음은 어느덧 SA가 됐음에도 변한 바 없는 나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든다. “대학생활을 열심히 해왔지만, 3년의 세월 동안 변한 점이 뭘까?”, “좋은 선배란 어떤 선배여야 할까?” 같은 질문들이 떠오르며 머리가 지끈거린다.오랜만에 모인 분반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줬다. 모두가 3학년이 됐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옹기종기 모인 모습과 주고받는

지곡골목소리 | 윤태희 / 산경 20 | 2022-11-13 01:14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다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는 폭우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기상관측소 기준으로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다. 대구에 거주하는 나로선 이 상황이 현실로 와 닿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침수된 차량과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해 물기둥이 솟는 장면이 보도되는 데 반해 고개 돌려 바라본 창밖은 햇볕이 쨍쨍하다 못해 뜨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우로 인해 반지하 건물이 침수돼 일가족이 사망하고, 실종자가 팔당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점점 현실을 깨닫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위기 상태다.기후변화는 길게는 몇십 년, 짧게는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기후변화를 확인하려면 △온실가스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해양 산성화 4가지 핵심 지표가 필요하다. 작년 WHO에서 발표한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인한 극한 기후와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수천억 달러의 경제 손실과 식량 안보 문제를 유발했다. 그뿐만 아니라 4가지 지표에서 모두 역대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149% 높아진 이산화탄소 농도 △매년 평균 4.5mm씩 상승해

지곡골목소리 | 남현동 / 신소재 21 | 2022-09-14 20:18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창작 활동은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는 그림과 구조물, 고등학교 때는 영상, 로봇 등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어 왔다. 우리대학의 동아리 탐방에서 게임 개발 동아리인 G-POS의 설명을 듣고 나와 맞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가입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게임 개발에 대해 한 번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막연했다. 게임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게임 개발 툴 사용법, 여러 프로그래밍 문법 등을 배워나갔다. 그러던 중 여름 방학 때 합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같은 동아리에 속한 친구와 함께 참여를 결심했다. 무엇을 모르는지조차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게임 개발에 대한 감을 익히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합숙을 했기에 합숙 프로젝트로 이름 지어졌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으로 활동이 진행됐다. 프로젝트에서 참가자들은 원하는 팀을 꾸리거나 랜덤으로 배정받아 여름방학 동안 게임을 제작했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며 기획한 내용을 프로젝트 참가자들 앞에서 발표하고, 멘토의 피드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나는 같은 21학번

지곡골목소리 | 하주원 / 무은재 21 | 2022-06-20 00:11

나에게는 주사가 하나 있다. 했던 말을 다섯 번 정도 하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온 길바닥에 내 흔적을 남기는 ‘술자리 최악의 주사 TOP 3’에 들어갈 만한 주사는 다행히 아니다. 술에 진탕 취하면 멀쩡히 걸어서 방에 들어가 잘 씻고 침대에 눕는다. 침대에 누우면 오늘 있었거나 요즘에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줄곧 생각한다. 그러곤 감사한 사람이나 힘든 일이 있던 사람에게 글을 쓴다. 쓴 글을 새벽 아주 늦은 시간에 보내 놓고서 잠자리에 든다. 사실 술에 취하지 않은 새벽에도 일어났던 일들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니, 주사라기보다는 버릇에 가깝다. 다만, 글을 쓰는 빈도가 훨씬 낮을 뿐이다.내가 ‘편지’라 부르는 그런 글을 쓰다 보면 통째로 지우는 일이 잦다. 나는 글 주변이 없어 대개 편지에 내가 느끼는 감사나 위로가 원하는 만큼 드러나지 않는다. 편지의 길이나 표현이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충분하지 않으면 전체를 지우고는 뒤척이며 잠이 든다. “내가 전하고 싶은 감정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니 글이 더 잘 써지는 다른 날을 노려야겠다”라며 자신을 향한 자기변명과 함께, 나의 부족한 글솜씨는 고마움과 응원의 표현을 언제 다시 시작할지 약속하기 힘든 미래로 미룬

지곡골목소리 | 박찬우 / 화학 18 | 2022-05-02 21:57

“나는 1,000억을 벌 거야” 고등학교 때 주위 친구들에게 밥 먹듯이 했던 말이다. 어릴 때부터 남들은 상상도 못 할 큰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좋은 회사로의 취직보다는 회사를 차릴 생각만 했다. 뚜렷한 계획은 없었다. 그냥 내 회사를 차리고, 1,000억을 버는 것이 내 꿈이었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내 회사를 차렸다. 창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이후로 거의 1년 만에 투자를 받아 법인을 설립했다.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구하고 직원들을 뽑아 월급도 주기 시작했다. 가끔은 이러다 정말 1,000억을 버는 것은 아닐까 행복한 망상에 잠긴 적도 있다.행복한 망상도 잠시, 최근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살고 있다. 회사가 망하진 않을지, 아이템이 실패하진 않을지, 어렵게 뽑은 직원이 나가진 않을지 종일 끝없는 고민에 빠져 살고 있다. 또한, 투자사를 만날 때마다 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학교 복학 문제는 없는지, 공동 창업자가 도망갈 일은 없는지 매번 새로운 질문을 받고, 그럴 때마다 마음은 답답해지며 불안이 커진다. 사무실은 강남 한복판에 구해놓고 정작 나는 좁은 단칸방에서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지낸다. 회사에서 밤낮도, 주

지곡골목소리 | 심민섭 / 19 컴공 | 2022-03-27 16:37

지난해 ‘강철 부대’와 ‘가짜사나이’처럼 유명인들이 특전사 훈련을 경험해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해당 프로그램이 유행을 선도하면서 많은 이가 자신의 체력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바라기도 했다. 이런 유행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4일,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고 포항시 체육회에서 주관하는 ‘더 킹 오브 더 포항’이라는 장애물 경주 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1.5km의 경기장에서 모래주머니 들고 달리기, 외나무다리 건너기, 장벽 넘기, 물웅덩이 건너기, 4m 밧줄 오르기 등의 종목을 수행해야 했다.나는 평소 운동을 좋아해 이 대회의 개최 소식을 듣고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대회를 기다리는 한 달 전부터 학교 체육관 트랙을 돌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대회 당일 영일대에 도착하자 포항 각지에서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연인들, 가족들, 해양 소방대원들까지 몰려와 엄청난 인파를 볼 수 있었다. 출발선에 선 순간 굉장히 긴장됐지만,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독였다. 첫 코스는 모래주머니를 메고 달리기였는데, 바닥이 모래라 빠른 속도를 내기가 정말 어려웠다. 이어지는 외나무다리

지곡골목소리 | 최정윤 / 전자 19 | 2022-02-26 21:38

요즘 유튜브나 SNS에서 MBTI 관련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MBTI별 특징을 다룬 영상에는 같은 MBTI를 가진 사람들끼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댓글이 많은데, 나와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한번은 룸메이트가 내 MBTI의 특징을 찾아서 보여줬는데, 내 단점과 특징이 꾸밈없이 그대로 적혀있어서 뜻하지 않게 정곡을 찔리기도 했다.내 MBTI는 ISFJ이다. 친구들과 서로의 MBTI를 이야기하면 예상외라며 놀라곤 한다. MBTI에서 가장 앞 알파벳은 에너지를 얻는 방향을 설명하는데 주로 내향적인 사람들은 ‘I’, 외향적인 사람들은 ‘E’로 표현된다. 나는 새로 만난 친구들에게 낯가림 없이 쉽게 말을 걸고, 친화력 있게 다가가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들은 도저히 내게서 내향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잘못 검사한 건 아니냐고 반문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티를 안 냈을 뿐이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걸 더 좋아한다며, 친화력은 노력해서 얻은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난 방학이면 혼자 방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봤고, 퍼즐이나 레고 같은 정적인 취미를 즐겼다.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노는 것도 좋아

지곡골목소리 | 김현지 / 화공 20 | 2022-01-07 01:21

“오늘 저녁 버거킹이나 갈까?” 우리대학 학우라면 누구나 한번은 지곡회관 버거킹을 이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우에게는 식사를 해결하는 장소이지만, 내게는 추억이 많은 특별한 장소다. 나는 ‘포항공대생’이 아닌 ‘버거킹 아르바이트생’으로서 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많은 전공 수업으로 바쁜 대학 생활을 했던 2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우연한 기회로 버거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다. ‘공부만 하던 내가 첫 아르바이트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만의 걱정일 뿐이었다. 재학생 아르바이트생은 근 2년 만이라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줬고, 일도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아르바이트의 장점으로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것도 있지만,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일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고를 졸업해 공대를 다니는 나로서, 주위에는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다른 가치관, 전공, 배경 등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또한, 내가 자란 세상에

지곡골목소리 | 박형창 / 화공 20 | 2021-12-14 02:02

알고 지내던 후배에게 혹시 신문에 글 한번 써보겠냐고 요청받았다. 거창한 주제로 쓰자니 필력이 좋지 못했고 유머 감각도 뛰어나지 않아 재미있는 글을 쓸 자신이 없었다. 어떤 주제로 쓸지 많이 고민하다가 그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학부 생활을 하며 느낀 점과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공유하고자 한다.먼저, 취미를 가지자.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다 할 취미가 없는 친구들이 꽤 있다. 취미가 중요한 이유는 각자 스트레스를 적절히 조절할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특성상, 과제로 인한 스트레스 축적량은 많지만 이를 풀기 위한 문화 활동을 즐기기는 어렵다. 이런 일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운동, 음악, 사진 촬영 뭐든 상관없다. 당장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어도 괜찮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찾아봐도 된다. 뚜렷한 취미를 가진 친구와 없는 친구의 일상 속 행복도 차이는 극명할 것이다. 몇몇은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술 마시는 것도 취미인가요?” 나처럼 알코올성 치매를 갖고 싶지 않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정말 일상적인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게임, 유튜브 등도 음주와 함께

지곡골목소리 | 오경택 / 화학 18 | 2021-11-14 00:57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성아야, 너 혹시 흡혈귀니?” 그 말을 들은 나와 친구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던 건, 내가 창가 자리에 앉으면 교실의 모든 블라인드를 끝까지 내려 햇빛을 차단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나는 호불호를 밝히는 것에 거리낌이 없기에 당당하게 햇빛이 싫다고 말했고 그날 이후로 반에서 내 별명은 흡혈귀가 됐다.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바닷가에서 선크림을 바르는 것을 잊어서 전신이 심하게 탔던 경험 이후로 햇빛을 싫어하게 된 것 같다. 모래사장은 더 많은 자외선을 반사하고 물에 젖은 피부는 자외선 투과율이 평소보다 몇 배나 높다. 피부가 까맣게 되는 것을 넘어 발갛게 되고 벗겨진 이후 햇빛 쐬는 것을 무척 조심하고 피하게 됐다.대학교 친구들에게 중학생 때 일화를 말했더니 다들 현재의 내게도 어울리는 별명이라며 웃었다. 2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햇빛을 꺼리고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햇빛을 싫어하고 깜깜한 밤에 활동한다는 점에서 내 몸은 점점 흡혈귀와 가까워지는 것 같다. 피를 먹지는 않지만 말이다.그렇지만 햇빛에 노출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지곡골목소리 | 김성아 / 컴공 19 | 2021-06-27 20:09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어느덧 1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대학을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생활 양식인 ‘언택트’를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했을 법한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며 무뎌졌다. 사람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없을 뿐, 지난해 나와 같은 학생들은 여전히 수업을 받을 수 있었고, 물건을 문제없이 구입할 수 있었으며, 가끔 어딘가로 이동이 필요할 때에는 방역 수칙이 철저히 지켜진다는 전제하에 대중교통 역시 이용할 수 있었다. 언론에서는 매일 코로나19에 대한 전염 위험성을 강조하고, 이전의 전염병 상황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붕괴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매우 빠르게 적응했다.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께 이 글로나마 감사를 전한다. 특히나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 노력하시는 의료진, 방역 관계자, 그리고 줄어든 손님과 매출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일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

지곡골목소리 | 남태현/ 화공 19 | 2021-02-28 03:12

사람은 어떨 때 웃을까? 고등학교 때 성대모사 공연을 하고 현재 연극 동아리를 2년째 하는 내가 아직도 답을 얻지 못한 의문이다. 연극 준비는 대본을 읽고 암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배우로서 희극 대본을 숙지하다 보면 특정 장면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공연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져 사람들이 웃음을 멈출 때까지 다음 대사의 타이밍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무대 밖 현실에서도 농담이 어떨 때는 웃기고, 어떨 때는 별 효과 없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인간의 심리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개그의 경향성에 대한 분석으로 공식을 세워 사람을 빵 터뜨리긴 어렵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을 자주 겪다 보니, 평소에 직관적으로 던졌던 농담과 개그에 특별한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해졌고, 이에 관한 이론과 생각을 정리해 봤다.먼저 웃음도 생리 현상의 일부이다 보니 신경생리학적 이론이 존재하는데, 문학 비평가 모롱(Charles Mauron)은 ‘심리 에너지’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인간이 대상의 첫인상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심리 에너지를 A, 대상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적응에 필요한 심리 에너지가 B

지곡골목소리 | 박경수 / 전자 19 | 2021-01-02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