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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대학 학생이라면 학부 1학년 때부터 과제가 쏟아지고, 밤 9시까지 이어지는 수업과 시험 기간의 밤샘이 일상이 되는 현실 속에서 문득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하는 회의감과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무기력이 마음을 누를 때가 있을 것이다.대학 진학 이후 나 역시 이런 버거움의 빈도가 늘었다. 이번 학기만 해도 전공 팀 프로젝트와 학회 활동이 겹쳐, 시험이 코앞인데도 정작 학과 공부는 손도 대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휘몰아치듯 지나갔다. 그러다 주말에 서울로 올라가 친구들을 만날 때면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같은 17학점을 듣고 있음에도, 그들은 훨씬 여유로워 보인다. 나는 주말에도 밀린 과제와 공부에 쫓기는데, 그들은 영화관에 들르고 한강을 거닌다. 그런 그들의 여유와 낭만이 나에겐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얼마 전 SNS에서 아프리카의 한 어린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빵을 팔아 생계를 돕는 틈틈이 책을 펴 공부하는 영상을 봤다. 어린 나이임에도 생존과 배움을 함께 짊어진 모습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늘 환경을 탓하며 내가 가진 조건에 대한 불만을 정당화해 왔지만, 사실 나는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할 수

지곡골목소리 | 신요섭 / 무은재 23 | 2025-05-28 15:56

2024 노벨상은 현시대의 연구 트렌드가 ‘AI’임을 여실 없이 보여줬다. 관심 분야였던 AI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은 기뻤지만, 한편으론 ‘AI가 학문 연구에 끼치는 강력한 영향’과 ‘이제는 너무나도 똑똑해진 AI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홀로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더 다양한 연구자들 혹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성을 느꼈다.노벨 위크 학생 파견단으로 노벨 위크에 참가했다. 노벨 위크는 전 세계 각지의 연구자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술의 장이다. 내가 떠올리지 못한 다양한 생각을 듣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 뿐만 아니라 직접 설문을 만들어 수집했다. 강연장 입장을 위해 줄 서서 대기하거나, 노벨 위크 대화(Nobel Dialogue) 세션 중간 쉬는 시간에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소개하고 설문을 요청했다.설문을 통해 받은 소중한 의견을 곱씹으며 고민한 결과, 미래의 연구자로서 내가 어떠한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지 정리해 볼 수 있었다.첫째로는 AI가 앞으로의 기초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받아들이고, A

지곡골목소리 | 최선우 / 수학 21 | 2025-03-26 18:15

5년 전, 합격 통지서를 받고 부푼 꿈을 안은 채 우리대학에 첫발을 내디뎠다. 설렘과 기대 속에서 맞이한 대학 생활이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개강마저 계속 미뤄졌다. 결국 6월이 돼서야 처음 등교할 수 있었다. 막연히 꿈꾸고 기대했던 대학 생활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 속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전에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들을 필요가 없었던 기초영어1 수업을 따로 추가로 신청해 듣다가 출결 문제로 결국 수강을 포기하는 등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1학년 때는 학교에서 짜준 시간표대로만 생활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냈지만, 2학년 1학기 때 매우 크게 방황했다. 매일 혼자 술을 마셨고, 공부는 하지 않은 채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험을 망치거나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인생이 망할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아무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끙끙댔다. 결국 모든 것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에 도피성 입대를 선택했다.몇 년이 지나고 나서 그때를 돌아보니, 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고 있었을까 싶다. 돌이켜 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지곡골목소리 | 문영진 / 전자 20 | 2025-02-26 20:42

최근에 나는 누군가와 아무리 가까워져도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중학교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가 중학교 때 알았던 그 모습에서 많이 바뀌어져 있었다. 그때는 철없는 장난꾸러기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은 현실적이고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대화 주제도 정말 많이 달라져서 같은 사람이 맞는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 연락을 이어가며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많이 나눴다.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는 여기저기 공연을 다니며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친구가 겪은 크고 작은 사건을 알게 되니 변화의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나로서는 친구가 겪은 사건의 무게와 그 순간의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그랬겠거니 하는 추측에 기반한 불완전한 공감과 위로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이 과정에서 나는, ‘내가 상대방의 인생을 모두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어떤 상황에서 그들이 느낄 감정과 생각을 완벽히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느꼈다. 처음 이것을 깨달았을 때, 조금 외롭다고 느꼈다. 바꾸어 말하면, 내가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 중 그

지곡골목소리 | 손도원 / 컴공 석사 | 2025-02-07 00:32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던 이번 학기도 어느새 끝자락에 이르렀다. 돌아보니, 내가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의연함’이라는 태도였다. 흔히 의연함이라 하면 굳세고 흔들리지 않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내게는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예기치 못한 위기에 부딪혔을 때, 흔들릴 수밖에 없는 마음을 다시 붙잡아 주는 작은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오랜 기간 준비해 온 뮤지컬 동아리 OPCA의 정기 공연이 막판에 외부적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취소됐을 때는 눈앞이 깜깜했다. 공연 날짜를 맞추느라 쏟아부었던 열정과 노력이 허무하게 사라진 것 같아 분노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그런데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임을 깨닫고 나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내가 할 수 있었던 선택은 ‘이미 벌어진 일에 매달리지 말고, 이 실패에서 뭔가를 배우자’였다. 함께 밤낮없이 연습해 온 동료들을 떠올려 보니, 비록 공연은 무산됐어도 우리가 쌓아 온 우정과 그 과정에서 얻은 배움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야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에서 얻는 것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게 의연함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학

지곡골목소리 | 정호영 / 무은재 23 | 2025-01-06 09:00

멀리 떨어진 본가에 갔다가 학교로 돌아올 때면 부모님은 항상 나를 배웅해 주신다. 배 웅은 만남의 끝자락에서 이뤄지는 짧고도 긴 순간이다. 나를 배웅하는 부모님의 시선은 특 별하다. 그 시선에는 수많은 말이 묻혀 있고, 그리움과 애정이 깊이 담겨 있다. 이것은 단 순한 배웅이 아니라 ‘눈바래기’라는 말로 더 깊이 표현될 수 있다. ‘눈바래기’는 떠나는 사 람을 배웅할 때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을 의미하는데, 단순히 떠나는 사람을 바라 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시선에 수많은 감정 과 마음을 담아 보내는 말 없는 인사이자 걱 정, 그리고 다정한 응원의 표현이다. 눈바래기의 순간은 따뜻하다. 떠나는 내가 등을 돌린 순간에도 그 시선은 나를 감싸고 있다. 그렇게 부모님의 눈바래기를 받고 학교 로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불씨가 심겨 있다. 그 불씨는 언제나 함께라는 응원과 위로를 준 다. 이처럼 눈바래기는 말로 다 전하지 못할 사랑과 응원, 그리고 염려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배웅을 넘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속에 항상 함께함을 상기시킨다. 눈바래 기의 따뜻함은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의미가 깊어진다. 그것이야말로 소중한 사람의 마음 이 닿는 순간이다

지곡골목소리 | 김민준 / 전자 20 | 2024-11-27 14:32

최근에 핸드폰 사진 정리를 하며 고등학교 시절의 사진까지 거슬러 갔다. 사진을 보며 문득 ‘그때가 좋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 론 수능이 얼마 안 남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의 갤러리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지만, 이런 사진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나는 추억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때만 의 그 감정, 분위기, 향기, 소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겪고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분명 매 순간은 항상 좋았을 리 없다. 가끔 ‘그때는 왜 그랬을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러나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항상 행복했다. 인간은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한다. 즉, 우리는 과거에도 최선의 선택을 해왔을 것이다. 지금에서야 과거가 후회되고 미련이 남는 것은 그때보다 더 성장했다는 증거다. 또 다른 증거가 있다. 대학생인 나는 고등학 생의 나를 그리워한다. 온전한 자유는 없었지 만, 학교라는 보금자리가 나를 감싸안아 줬 다. 대입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3년을 달 려오며 열정과 치열함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고등학생의 나는 중학생의 나를 그리워했다. 마찬가지로, 중학생의

지곡골목소리 | 김주연 / 산경 22 | 2024-10-30 13:00

다양성, 나에게는 학창 시절 도덕 시간에 가볍게 들었던 단어에 불과했다. 그 당시에는 그저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여겼던 이 단어가,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갈등,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배척,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 등 다양성과 관련된 문제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이 문제들은 단순한 사회적 갈등으로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양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나조차도 다양성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 과정을 한국에서 마쳤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었고, 같은 언어를 사용했으며, 동일한 문화를 공유했다. 심지어 남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대에 진학하며 군대를 다녀오는 과정에서 성별 역시 동일한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나에게 다양성은 그저 도덕적으로 존중해야 할 가치 혹은 배려를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마도 많은 한국 학생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며 자라왔기에, 다양

지곡골목소리 | 제태호 / 컴공 20 | 2024-09-06 19:20

2022년 우리대학에 입학하고, 이전에는 상 상조차 하지 못했던 범위의 수많은 선택지 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학 입시 자체가 나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학과 △진로 분야 △직업을 모두 내 손으 로 결정해야 했다. 물론 내가 직접 나의 삶 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보고 선택할 수는 없기에 △어떤 기준으로 △어느 시점에 △무엇을 골라야 할지 쉽사리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다 양한 교수님들과 상담할 기회가 있을 때마 다 항상 같은 질문을 했다. “어떻게 지금의 연구 분야를 정하게 되셨 나요?”라는 질문이었는데, 삶을 걸고 평생을 도전할 분야가 그냥 정해졌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교수님들과 같은 한 분야의 대가는 더더욱 어떤 터닝 포인트 로부터 지구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하셨다거나, 암에 걸린 아이들을 도 와야겠다는 사명 의식을 얻으셨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놀랍게도 ‘우연히’ 였다. 우연히 학회에서 들은 발표가 흥미로 워서, 이 분야를 하는 연구실인 줄 모르고 들어갔는데 사실 다른 분야를 하고 있어서 등 거창한 이유와는 거리가 먼 대답이었다. ‘우연히

지곡골목소리 | 사수현 / 화공 22 | 2024-06-12 16:13

당신은 ‘일상’이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 는가? 일상의 사전적 정의는 ‘날마다 반복되 는 생활’이다. 사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하루를 똑같은 일과로 보낼 수는 없다. 날마 다 듣는 수업이 다르고, 어떤 날은 동아리 모임이 있다. 사람마다 일상의 주기는 다르 겠지만, 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일상은 ‘새롭지 않고 익숙한 나날’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익숙한 수업들을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규칙적으로 듣고, 주기적으로 동아리 모임에 나가며, 때로는 열정적으로 도전에 나서기도 하는 일상을 만끽하고 있다. 대학생이 된 지 벌써 2년이 지나고 어느 새 3학년이 된 지금,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장 크게 체감한 것은 일상을 유지하는 것 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문장이 굉장히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일상이란 익숙해야 한다. 하지만 익숙한 날 을 보내는 데 에너지가 들어간다면 이를 익 숙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일련의 사고 가 특별한 논거 없이 그저 감각적으로 떠올 랐기 때문에, 차분히 이런 생각이 든 이유에 대해 정리해 봤다. 먼저, 일상의 변화는 특별한 계기로 인해 급격히 일어날 때도 있지만, 서

지곡골목소리 | 김용담 / 생명 22 | 2024-05-22 15:52

난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라왔기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세상 뉴스에도 별로 관심이 없어 시사상식도 풍부하지 못하고, 부끄럽지만 대학에서도 높은 성적이 아니며 잘하는 운동이 있지도 않다. 성실하고 멋있는 우리대학 학우들과 내 모습은 비교할 점들이 많았고, 신입생 시절 내 자존감은 매우 낮았다.분야를 막론하고, 능수능란한 사람들은 내게 정말 멋있게 비춰진다. 특정 부분에 강점을 보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다. 그래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는 욕구가 강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집단 내에서 1등이 되고 싶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친한 형이 속해 있어서 별생각 없이 연극부 활동을 시작했다. 첫 무대로 중학교 2학년 시절 지나가는 경비 역할로 무대에 섰을 때 내 주변 친구들로부터 그런 발연기는 처음 본다고 혹평을 들었다. 하지만 무대에 섰을 때의 그 짜릿함과 커튼콜에서의 감동을 잊지 못해 계속해서 연극 생활을 이어갔다. 거듭된 연습과 쌓여가는 경험들로 점차 발성과 액팅이 자연스러워지며 연극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는 주연까지 맡으며 연극에 대한 자부심이

지곡골목소리 | 문준혁 / 전자 21 | 2024-03-22 18:39

삶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무언가를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게 주어진 기회를 누군가는 용기 있게 자신의 프로세스에 스케줄링 해놓는 반면, 누군가는 실패의 가능성을 두려워하며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끝에 대한 각인된 공포가 시작 자체를 반사적으로 막는 것이다.요즘 사회는 끝의 형태가 실패인 것에 상당히 박해진 것 같다. 사람들은 시작하면 그것이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며, 실패할 바에는 시작도 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나도 이러한 유형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관심 분야가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원래 하던 R&E 외에도 1개를 추가로 진행했다. 하지만 학업적인 부분과 연구 활동의 무리한 병행으로 인해 정신적인 피로가 곧 육체적인 적신호로 나타나게 됐다. 결국 새로 시작한 R&E를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R&E 활동을 시작한 친구들과 선생님을 향한 미안한 감정과 함께 나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했던 경험이었고, 이에 따라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게 됐다.“게임을 즐긴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게임 내의 어떤 목표에 대해서 플레이

지곡골목소리 | 김준서 / 컴공 21 | 2024-02-29 20:02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이란 무엇보다 건강에서 찾을 수 있다’, ‘재산을 모으기 위해 건강을 해치지 마라, 건강이 곧 재산이다’ 등의 명언들을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건강은 시대를 막론하고 중요하다. 그렇다면 건강이 중요한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로 본인이 아프면 일상이 어그러지고 돈이 많이 들며, 주변 사람들에게 염려를 끼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아픈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것이다. 안정적인 삶을 중요시하는 나는 일상에 악영향을 미치는 아픔이 더욱 싫다.며칠 전, 나는 몸이 몹시 좋지 않았다. 기침이 끊이지 않았으며 콧물도 계속 훌쩍거리고, 열은 38.9도까지 올라갔다.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니 B형 독감이었고, 수액과 주사를 맞았다. 독감에 효과가 좋은 약을 써 다음 날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아플 때 새내기새로배움터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계절학기 강의 또한 듣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사를 맞은 약의 효과는 좋았지만 무척 비쌌으며, 근처에 병원이 없기에 택시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당연하게도 아프다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대학에서는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지곡골목소리 | 김근형 / 반도체 23 | 2024-02-03 15:39

다들 책을 즐겨 읽는가? 필자는 대학생이 되면 책을 즐기는 사람이 돼 있길 바랐다. 그러나 바쁜 학교생활에 책 읽기는 뒷순위가 됐고, ‘리더스 클럽’이라는 장치를 둠으로써 책을 읽고자 했다. 리더스 클럽은 한 학기 동안 3권의 책을 읽고 모임을 가지며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이다. 마지막 모임에서 ‘노인과 바다’라는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혼자 가지기 아까운 교훈을 얻어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노인과 바다는 한 노인의 고기잡이 이야기다. 노인은 소년과 고기잡이를 나가지만, 84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 결국 소년의 부모가 반대해 소년은 다른 배를 타게 되고, 노인 혼자 먼 바다로 나가 사흘의 싸움 끝에 거대한 청새치를 잡는다. 그러나, 상어 떼의 공격으로 고기 뼈만 가지고 돌아오게 된다.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 ‘낚시’, ‘항해’라고 느껴 당황스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읽다 보면 우리의 삶이 항해와 닮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노인은 자신을 잘 따르는 소년이 있으나 ‘항해’를 할 때는 혼자다. 죽을 위기를 다해가며 큰 물고기를 낚시하는 동안, 노인은 이따금 소년을 떠올리지만 혼자 힘으로 이겨내고 돌아온다. 기진맥진해서 돌아와 잠든 노인에게 소년은 이불

지곡골목소리 | 이민주 / 무은재 23 | 2024-01-01 20:01

대학생이 되면 미성숙했던 학창 시절의 내 모습은 사라지고 마땅히 성숙한 어른으로 바뀔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곧장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제야 어른이 되는 출발점을 밟고 있던 것이다. 그 출발 과정에서 내 정체성을 돌이켜 봤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인생은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홀로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교수님들과 고민을 나누다 보면 고민의 가닥이 잡힐 듯싶어 김진택(융공) 교수님과 백승태(생명) 교수님께 개인적으로 면담을 요청했다. 두 교수님과 면담하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됐고,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동력은 모두 인류애(人類愛)로 귀결됐다.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인류애의 가치를 드높이고, 여러 사람이 서로 배려하고 아끼며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인생의 방향성을 정한 뒤로 현재 나는 장애아동 시설 봉사, 멘토링 등 삶 속 작은 인류애의 가치를 키워가고 있고, 더 따뜻해질 세상에서 내가 맡을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젊은 연령층의 인류애가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한때 성인들만의 평온한 분

지곡골목소리 | 서우현 / 무은재 23 | 2023-12-05 20:51

2023년 7월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분의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났다. 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충격적이면서도 슬픈 일이었다. 그때 나는 대처랍시고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내놓은 교육부에, 자극적인 타이틀만을 보여주며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것에는 무신경한 언론에 화를 냈다. 그리고 그 슬픔과 분노를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하지 않도록 내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신문에 글을 써보겠느냐는 제안을 들었을 때 나는 그 글을 정리해서 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지금은 생각이 바뀐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제대로 짚어가며 글을 써보려 한다.학교만이 아니라 어딘가의 음식점에서, 어딘가의 회사에서, 어떤 SNS에서 폭력과 폭언, 모욕과 비난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는 일들이다. 나는 이런 일들이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타인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최근에는 권리라는 단어를 여기저기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지곡골목소리 | 최세현 / 물리 22 | 2023-11-07 20:33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나를 소개하는 항목에서 흔하게 봤던 문장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많이 벌어서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라고 적어왔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일이 있었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은 꿈이 어떻게 돼요?” 초등학교 아이들의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수많은 질문 중 가장 나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질문이었다. 평소와 같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을 꿈으로 말하기에는 아이들이 실망할 것 같았고 기대하는 답변이 아닐 것 같았다. 나도 거창하고 멋있어 보이는 꿈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득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급하게 “유명한 공학자가 돼 돈을 많이 버는 것이야~”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집에 가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방송 PD, 작가, 연예인, 의사, 사육사 등 되고 싶었던 것도 많고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미래에는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어쩌면 답

지곡골목소리 | 박지윤 / 전자 21 | 2023-09-06 11:51

예전부터 일상에서 낭만을 찾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가끔은 소소한 일탈의 시간을 가지며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 고1 때는 동네를 산책하며 보이는 꽃들의 꽃말을 조사하는데 하루를 다 보낸 적도 있었고, 고3 때에도 힘들 때면 한강 다리 위에 있는 카페에서 공부하며 생각을 환기하곤 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놀러 다닌 것과 다름이 없지만, 그것이라도 없었다면 일상을 살아갈 힘이 부족했을 것이다.대학에 와서도 내 몸은 낭만을 잊지 못했다. 포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바쁜 와중, 쏟아지는 과제와 꼬여버린 인간관계는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이 와중에 술은 내 정신을 더 빠르게 갉아먹었고, 게임은 좋지 않은 실력으로 나에게 좌절감만 안겨주었다. 정신력을 회복하기 위해 하루빨리 ‘낭만’이라는 연료를 어디선가 공급해 와야만 했다.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형산강을 산책하는 것이다. 강가 주변의 식물과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상쾌함을 얻을 수 있었다.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 일상과 분리된 느낌을 주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주었다. 특히 혼자서 산책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지곡골목소리 | 조영찬 / 무은재 22 | 2023-06-15 09:35

조금은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이 감정을 느끼며 많은 성장을 했기에 관련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내가 20대가 되고, 대학교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년째가 됐다. 20대가 되기 전의 나는 내가 느끼는 세세한 감정을 살피기에 너무나도 바빠 흘려보내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나는 최대한 많은 감정을 마주하고 되새김질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발맞춰 내가 어른이 됐듯이, 주변인들도 각자의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정신없이 흐르는 시간에 따라 살아오다 보니,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일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영향이 컸던 것이 작년과 올해 맞이한 소중한 사람들의 부고이다.작년에는 나의 영원한 단짝이었던 할머니가, 올해에는 아버지처럼 나를 챙겨 주시던 고등학교 스승님이 내 곁을 떠났다. 내 앞에 주어진 현실에 쫓겨 살다 보니 주변을 살필 여력이 없었고,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무기력하기만 했다. 당시 바쁜 대학 생활을 보내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외로이 기숙사에서 눈물을 절제하지 못한 채 흐느끼는 것이었다. 눈물의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가장 나를 슬프게 만든 것은

지곡골목소리 | 류나은 / 무은재 22 | 2023-05-19 10:20

우리는 참 많은 목표를 세우며 살아간다. 과학도로서의 목표나 자녀로서의 목표 같은 장기적이고 거창한 목표부터 이번 시험의 목표, 오늘 저녁 식사의 목표 같은 소소한 목표들까지. 살다 보면 서로 다른 목표가 충돌해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도, 이유 없이 목표가 바뀌기도 한다. 목표를 이뤄내지 못해 자책하기도 하며, 또 새로운 목표를 세워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한때 이 ‘목표’ 때문에 고민이 많던 시기가 있었다. 눈앞의 소소한 목표들을 이루기 급급한 채 그래서 무엇이 되고 싶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야지”라고 얼버무리던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달까. 그러던 중 친구의 소개로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임에 들어가게 됐다. 두 달 동안 매주 주어지는 질문들에 답하며 각자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뤄나갈 방법을 설계해 공유하는 자리였다. 참여한 학생들은 저마다 정말 멋있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인류를 구원할 기술을 개발하겠다거나 자신이 다루는 악기의 연주자로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처럼 확고하고 원대한 꿈을 가진 학생들을 보니 내가 더 우습게 느껴졌다. 열심히 고민해 적어간 내

지곡골목소리 | 이태훈 / 신소재 19 | 2023-03-01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