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365건)

우리는 흔히 인간의 감각을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오감(五感)’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현대 신경과학에서는 △평형을 유지하는 전정 감각 △신체 위치와 운동 상태를 파악하는 고유 수용성 감각 △압력과 온도를 감지하는 체성 감각 △체내 장기 상태를 감지하는 내수용 감각 등을 세분화하여 신경 기능 단위로 9~10개 이상의 감각으로 파악한다. 인간은 이 다채로운 감각 신경망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적절한 행동을 판단해 운동 신경으로 이를 실행하며 생을 영위한다.이 중 외부 정보 수집과 상황 판단의 80~85%는 시각이, 약 10%는 청각이 담당한다. 즉, 인간이 인지하는 외부 정보의 90~95%가 시청각에 편중돼 있는 셈이다. 컴퓨터와 미디어 기술이 디스플레이와 스피커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청각 데이터를 획득하고, 디지털로 압축·저장하며, 정밀하게 재현하는 기술은 인류의 지식 전달과 문명 발전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3%의 기적, 세상을 만지고 행동하게 하는 감각이에 비해 햅틱(Haptic) 정보, 즉 촉각과 역감이 차지하는 정보량은 전체의 3% 내외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보의 절대적 양이 적다고 해서 그 중요성까지 미미한 것은

학술 | 최승문 / 컴공 교수 | 2026-10-07 21:11

AI는 세상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사진 속 고양이를 알아보기 위해 AI는 털 한 올의 색과 배경의 나뭇잎 위치까지 모두 기억해야 할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장면을 픽셀 단위로 복원하지 못해도 고양이를 알아보고, 움직임을 예측하며, 비슷한 대상을 구별한다.컴퓨터가 현실을 다루려면 결국 그것을 숫자로 바꿔야 한다. 사진은 픽셀의 배열이 되고 문장은 토큰의 열이 된다. 현대 딥러닝의 중요한 성취는 사람이 특징을 일일이 정하는 대신 데이터로부터 유용한 내부 표현(representation)을 스스로 학습하게 했다는 점이다. 거대언어모델(이하 LLM)도 단어와 문장을 고차원의 벡터로 바꾸고 그 관계를 계산한다. 이렇게 보면 AI의 학습은 현실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일이 아니라, 복잡한 세상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를 배우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컴퓨터 과학자 얀 르쿤(Yann Le Cun)이 제안한 Joint-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JEPA)는 이런 관점을 잘 보여준다. 이미지 일부가 가려졌을 때 사라진 픽셀을 하나하나 복원하기보다, 보이는 영역의 표현으로 가려진 영역의 표현을

학술 | 김예성 / 전자 교수 | 2026-09-09 06:05

‘더 크게, 더 많이’가 만든 AI 혁명오늘날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은 하나의 거대한 법칙으로 요약된다. 바로 △모델의 크기 △데이터 △컴퓨터 연산 자원을 늘릴수록 인공지능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다는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이다. 과거에는 인공지능에게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 인간 설계자가 수많은 문법 규칙을 일일이 코딩해 컴퓨터에 입력해 줘야 했다. 반면 최신 거대 언어 모델(LLM)은 인간이 평생 읽을 수 없는 엄청난 양의 글을 컴퓨터에 통째로 학습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인터넷에서 수집한 수조 개의 문장 속에서 다음에 올 단어를 맞히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문장의 통계적 패턴을 스스로 깨치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원리도 그 규모를 키우자, 인공지능이 스스로 맥락을 파악하고 창의적인 결과물까지 내놓기 시작했다. 이는 인간이 규칙을 직접 설계하던 시대를 넘어, 데이터와 컴퓨터 성능이라는 ‘규모의 경제’가 거둔 승리였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AI의 성공은 이처럼 양적인 팽창이 질적인 도약으로 이어진 결과다. 스케일링 법칙이 마주한 한계그러나 최근 인공지능 학계에서는 이런 방식이 명백한 한계에 직면했음을 지적한다. OpenAI의 공동

학술 | 모상우 / 산경 조교수 | 2026-05-27 14:09

왜 지금 양자컴퓨터인가요즘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됐다. 그러나 이 유행이 단순한 기술 트렌드인지, 아니면 실제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인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사실은, 기존 반도체 기반 컴퓨터의 발전 방식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속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랜지스터 미세화와 메모리 병목은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졌고, 전력과 발열 문제는 성능 향상의 가장 큰 제약이 됐다. 결국 문제는 명확하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미래의 계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양자컴퓨터는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단순히 더 빠른 컴퓨터가 아니라, 계산의 규칙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다만, 이 시도가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아직 판단이 끝나지 않았다. 고전 컴퓨터와는 무엇이 다른가고전적인 컴퓨터는 비트(Bit)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모든 정보는 또는 1로 환원된다. 반면, 양자컴퓨터의 큐비트(Qubit)는 중첩(Superposition)을 통해 여러 상태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 얽힘(Entanglement)이 더해지면 상황은 훨씬 직관적이지 않게 변한다. 여러 큐비트가 하나의 상태처럼 묶이면서, 고전적인 방식으로는 기술하기

학술 | 이문주 / 전자 부교수 | 2026-04-29 09:35

우리 주변의 물질은 대게 전기적 성질이 비교적 분명하다. 유리나 나무처럼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 부도체, 구리나 철처럼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인류는 이 둘 사이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물질, 즉 반도체를 활용해 컴퓨터 혁명을 이뤘다. 트랜지스터는 게이트 전압을 이용해 반도체 구조물의 전도 상태를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해 오늘날 모든 전자기기의 핵심이 됐다. 이런 점에서 우린 흔히 석기·청동기·철기에 이어 ‘실리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단지 도체와 부도체 사이를 오가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혁명이 가능했다면, △초전도체 △자성체 △위상 물질(Topological material, 표면과 내부의 물리적 특성이 다른 물질)처럼 훨씬 더 다채로운 양자 물질 상태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또 어떤 미래가 열릴까?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그래핀 다중층이 상상을 현실로 바꿀 가능성을 보여준 물질이 있다. 그것도 복잡한 화합물이 아니라,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원소인 탄소로만 이뤄진 물질, 바로 그래핀이다. 원자 한 층 두께의 그래핀 한 장만 놓고 보면, 게이트 전압으로 전자의 수를 조절할 수는 있어도, 금속이라는 성질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학술 | 최영준 / 물리 조교수 | 2026-03-25 16:11

알고리즘 이론은 컴퓨터가 어떤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 수 있고, 어떤 문제는 그렇지 못한지를 수학적으로 분류하는 학문이다. 흔히 알고리즘 연구라고 하면 ‘더 빠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면에는 ‘계산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어떤 문제는 다항 시간(문제의 크기가 커져도 계산 시간의 증가량이 다항식 수준에 머물러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 안에 풀 수 있고, 어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이론적으로 증명된다. 알고리즘 이론의 목적은 바로 이런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따라온다. “우리가 말하는 ‘컴퓨터’란 무엇인가?”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알고리즘 이론에서는 컴퓨터를 수학적으로 정의하는 계산 모델을 도입한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튜링 머신과 RAM(Random Access Machine) 모델이다. 튜링 머신은 계산 가능성의 경계를 정의하기 위한 이론적 모델로, 어떤 문제가 원리적으로 계산 가능한지를 밝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제안된 RAM 모델은 우리가 사용하는 실제 컴퓨터에 더 가까운 추상화로서, 컴퓨터가 켜져 있는 동안, 필요

학술 | 오은진 / 컴공 부교수 | 2026-02-26 15:17

4차 산업혁명은 전례 없는 속도로 산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반도체 기술과 AI 기술이 서로를 가속하는 선순환 구조가 존재한다. 반도체는 AI의 연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고, AI는 다시 고성능·고집적 반도체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며 산업 전반의 혁신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반도체는 단순한 전자 부품이 아닌, 모든 산업을 움직이는 기간 산업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무기로 자리 잡았다. 과거 철강이 국가 산업의 근간이었다면, 오늘날 그 역할은 반도체가 대체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세계 각국은 반도체 기술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그야말로 사력을 다하고 있다.옹스트롬 시대의 개막과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트랜지스터가 개발된 지 100년, 집적회로(IC)가 등장한 지 50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반도체 발전은 일관되게 트랜지스터 ‘Scaling(미세화)’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90nm에서 45nm, 다시 10nm 이하까지 내려가는 과정에서 반도체는 △성능(Performance) △전력(Power) △면적(Area) △비용(Cost) 즉 PPAC를 동시에 개선하며, 반도체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수가 24개월마다 두

학술 | 백록현 / 전자·반도체 부교수 | 2025-12-03 11:09

최근 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경제·경영·통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거래마다 발생하는 고빈도 데이터(예시-그림 1)가 대규모로 축적된다. 이런 데이터는 분·초, 심지어 틱(Tick) 단위로 발생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일·주·월 단위의 저빈도 데이터에 비해 월등히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금융 시장의 데이터화와 함께 통계·경제·인공지능이 융합된 해석 중심 모델링이 부상하다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뿐 아니라 팬데믹 이후의 불확실성과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은 데이터 환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과거에는 전문가의 직관이나 경험이 금융 의사결정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량적 판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데이터는 더 이상 보조적 참고 자료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필수 언어가 됐다.이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 사이언스가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단순히 많이 모은다고 가치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금융 데이터처럼 고빈도·고차원의 특성이 있는 데이터는 잡음(Noise)이 많고, 기존의 통계적 접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데이터는 그 자체로 불안정하며,

학술 | 신민석 / 산경 조교수 | 2025-11-05 11:29

현미경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한’ 발명이다. 1600년대에 최초 개발된 이후로 미생물을 처음 인류가 마주하게 했고, 나무줄기와 동물 조직의 발견을 통해 ‘세포’라는 개념을 정립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줬다. 오늘날 현미경은 단순한 관찰 도구를 넘어 △의학 △생명과학 △산업 등 전 영역에서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현재를 여는 기술 동력: 레이저, 광센서, 컴퓨팅최근 30년 사이 △레이저 및 LED 광원 △ 고감도 카메라 등 광센서 △AI 분야 컴퓨터 연산의 발전이 맞물리며 현미경의 능력은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배양 접시 속 세포를 넘어서 생체 세포(in-vivo cell) 영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암세포의 전이 과정 △면역세포의 기능 △뇌신경 세포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현미경이 오랫동안 병리 검사의 표준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자동 디지털 스캐닝이 가능해져 방대한 병리 슬라이드를 생성할 수 있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검사 결과를 선별·보조 판독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이에 더해 임상 현장에서는 세포 단위의 검사 또한 가능해져 정밀 진단을 내리거나 수술 전 수술

학술 | 김기현 / 기계 교수 | 2025-10-01 10:24

마이크로바이옴, 왜 주목받을까?요즘 광고에서도 흔히 들리는 말이 바로 마이크로바이옴과 프로바이오틱스다.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는 우리 몸에 사는 세균뿐 아니라 곰팡이, 바이러스까지 포함한 미생물 전체를 뜻한다. 그중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장내 마이크로바이오타’라고 부른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이 미생물과 그들의 유전정보, 기능까지 포괄하는 더 큰 개념이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을 의미하며, 대표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유산균이 여기에 속한다.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건강의 열쇠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식이 △약물 △생활 습관 등)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비만 △당뇨 △치매 △파킨슨병 △아토피 △천식 등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로부터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변화가 관찰됐고, 일부에서는 인과관계까지 밝혀졌다.특히 식이는 장내 미생물의 구성에 큰 영향을 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하면 며칠 전 무엇을 먹었는지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기간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단을 유지하면, 섬유소를 분해하는 특정 미생물이 사라지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즉, 우리의 똥은 과거의 식

학술 | 고아라 / 생명 조교수 | 2025-09-02 22:01

본 기사는 최동구 교수가 저자로 참여해 발간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차세대리포트 ‘국가 과학기술로 바라보는 RE100의 전략적 접근(2024. Vol. 01)’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위해서는 해당 보고서를 참고하길 바란다.기업 전력 사용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자 하는 RE100,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글로벌 기준이 되고 있어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최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보호 의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의 탄소중립 실천과,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경영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목표를 선언하고 실천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이니셔티브가 활성화되고 있고, 이는 세계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자 최소한의 자격증으로 인식된다.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낮지만 높은 참여 의지를 보이는 한국 기업들, RE100 참여 의향에서 상위 국가로 평가돼전 세계 전력의 70%가 산업과 상업 부분에

학술 | 최동구 / 산경 부교수 | 2025-05-28 15:59

기술을 지탱하는 학문, 고체역학고체역학은 물질이 외부에서 힘을 받을 때 나타나는 변형과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건축 △기계 △항공 △토목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기초 이론이다. 특히 기계공학에서 기계 부품이나 구조물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엔진 부품이나 로봇 팔은 반복적인 하중으로 인해 피로와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학문이 고체역학이다. 구조물 설계에서는 주어진 목표를 만족하는 디자인을 찾고, 실제 환경에서 거동을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실물을 제작하고 실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고체역학을 기반으로 한 구조 해석이 활용된다. 이런 해석 기술은 △건물의 내진 설계 △로켓과 위성의 구조 최적화 △자동차 충돌 해석 △3D 프린팅 제조의 안정성 확보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된다. 초기에는 이론과 실험을 바탕으로 구조 해석이 이뤄졌으나, 이후 컴퓨터 기반 해석 및 모델링 기술이 도입되면서 더욱 정밀한 수치 분석이 가능해졌고, 해석의 신뢰성 또한 크게 향상됐다.인공지능의 발전과 구조 설계의 진화최근 10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인공지능은 구조 해

학술 | 신동일 / 기계 조교수 | 2025-04-23 18:01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국의 시트콤 ‘빅뱅 이론’에서는 이론물리학자 쉘든과 신경생물학자 에이미의 만남이 그려진다. 둘의 유별난 성격에서 오는 소통의 어려움, 상대 학문에 대한 경시로 인해 좌충우돌하는 에피소드들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의외로 과학적 엄밀함에 있어서는 두 사람의 합이 잘 맞는 데가 있다. 필자와 같은 생물물리학자에게는 이 얼마나 반가운 모티브인가!생물물리학은 물리적인 기술로 생명 현상을 연구하고, 이로써 그 뒤에 숨어 있는 물리적 원리를 밝히는 분야다. 중·고등학생 때 생물이 암기 과목이라 싫고, 물리의 수식이 어려워 싫어했던 사람들에게는 이런 학문이 말만 들어도 고역일 것이다. 하지만 생명 현상의 경이로운 가능성에 감탄하고, 물리적 원리의 간결함에 매료됐던 학생들에게는 이보다 더 매혹적인 학문도 없을 것이다. 생명의 신비는 복잡성에 있다. 생체 물질 몇 종류의 조합만으로는 세포의 역동성을 설명할 수 없고, 더욱이 인간처럼 나름 창의적이고 고등한 개체의 발생은 영겁의 세월을 통한 무작위적 시행착오와 자연선택으로 설명한다. 반면 물리학자의 ‘추구미’는 단순함이다. 하나의 수식을 통해 세상을 기술하고자 하고, 물리 법칙은 예외를 허용치 않는다. 그렇다면

학술 | 손민주 / 물리·시스템생명 부교수 | 2025-03-26 19:54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광역권은 건조한 기후와 적은 강수량 등의 특성상 대형 산불(Wildfire)이 종종 발생하는 지역으로 잘 알려졌지만, 지난 1월 7일 발생한 대화재는 이전에 발생했던 화재와 비교해 훨씬 큰 피해를 유발했다. 예년 겨울과 달리 강수량이 매우 적었고, 수개월째 이어진 가뭄으로 인해 바짝 마른 풀과 나무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며, 피해지역(팰리세이즈)의 국지적 강풍이 화재 범위를 확대했다.소위 기후변화(Climate Change)로 인해 증가하는 극한 기상현상(Extreme Weather Events)은 일반적으로 사회 전반에서 대규모 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 이번 LA 산불도 이미 1만 2,000채 이상의 주택 소실 및 다수의 인명 피해와 함께 약 400조에 육박하는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전문업체 Accuweather가 추정한 경제적 손실은 약 2,500억~2,750억 달러로, 이는 대략 400조에 육박한다.증가하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대응체계를 견고하게 발전시켜 가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기본적인 책임이지만, 재해로 인한 리스크를 100%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시장을 통해

학술 | 정광민 / 산경 부교수 | 2025-02-26 20:57

인간은 끊임없이 소유하려는 욕망이 있다고들 한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1976년 저서 ‘To Have or to Be?’에서 인간 본성에 내재한 지나친 소유욕을 꼬집으며, “If I am what I have and if what I have is lost, what am I?”라는 질문을 던졌다. 소프트웨어의 세계에서도 유사한 맥락을 엿볼 수 있다.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개발자나 기업이 많은 것이다. 소스 코드란 소프트웨어의 정확한 동작 로직과 알고리즘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한 것이다. 따라서 소스 코드를 공개한다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핵심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게 만든다는 뜻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문화’는 인간의 소유욕을 거스르며 성장해 현재는 주류로 자리 잡았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란 소스 코드가 공개돼 누구나 자유롭게 재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1991년 리누스 토발즈가 리눅스 커널을 개발해 오픈 소스로 공개한 이후, 오픈 소스 커뮤니티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리눅스 커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재사용되는 코드 기반이 됐다(그림 1). 오픈 소스 소프트

학술 | 김슬배 / 컴공 조교수 | 2024-11-27 14:34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매년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는 2024년 현재 10제타바이트(ZB)를 넘어섰으며, 그 양은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터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기술의 중요성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데이터 저장 매체는 여러 가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하드 드라이브 △서버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같은 현재의 데이터 보존 방식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물리적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 아니라 장기 보존 시 데이터 손실의 위험성도 있다. 특히, 마그네틱테이프와 같은 매체는 수명이 짧아 몇십 년 내에 데이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더 적은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이런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DNA를 이용한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최고의 정보 저장 소재 - DNADNA는 사실 이미 자연에서 수백만 년 동안 정보를 저장해 온 최적의 정보 저장 소재다(그림1). 모든 생명체는 DNA에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있으며, 이 정보는 세대를 거쳐 전달되면서도 극도로 안정적으로

학술 | 정우빈 / 화공 조교수 | 2024-10-30 13:00

*본 기사는 다음 연구논문을 재구성한 것이며,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전문을 이용할 수 있다. 이종식, “대학교수들을 위한 연구 “왕국” 만들기: 물리학자 김호길의 연암공학원 및 포항공과대학교 구상과 건학,” 『한국과학사학회지』 제46권 제1호, 2024.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철석같이 믿어 의심치 않는 명제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대학이 한국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우리대학이 세워진 1986년 이전에 한국에는 수월성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대학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았다. 전문 과학사 연구자들은 보다 앞선 1950~60년대나 심지어 일제강점기에도 연구를 수행했거나 수행하기를 지향했던 여러 대학의 역사를 분석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대학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이 ‘당연함’을 받아들이게 됐을까? 우리대학을 한국 최초 연구중심대학이라고 할 때, 그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개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며 과거의 유사한 모델들과는 어떻게 다른가? 더 나아가 1980년대 한국 과학기술사의 맥락에서 대학은 어떻게 ‘연구’, 특히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연결되고 있었는가? 이 모

학술 | 이종식 / 인문 조교수 | 2024-06-12 16:18

배경 : 리스크 환경 변화와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의 필요성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는 기존 태풍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한반도에 상륙했다. 북위 25도보다 북부 해상에서 발생해 대만 방향으로 서진하다가 한반도 방향으로 급격히 북상한 것이다. 이는 특이하게도, 통상 북상하면서 수온이 낮아지는 중위도 즈음 태풍 규모가 약화하는 양상과는 달리 초속 54m 이상 규모의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해 한반도를 강타했다.힌남노의 상륙과 함께 국내에서는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단연 가장 심각한 사례는 포항 냉천의 범람과 함께 일어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침수 피해였다. 여의도 3배 면적의 포항제철소로 범람한 물이 집중적으로 유입되면서 포스코는 △압연지역·수전설비 침수 △생산·제조 시설 마비 △정전 △화재 등 각종 피해로 인해 제철소 가동 이래로 50년 만에 처음 셧다운을 겪었다.포항제철소의 셧다운과 장기간 복구 작업으로 인한 영업 중단, 사업 휴지(Business Interruption)는 약 2조 원의 피해 비용과 전년 대비 46.7%의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포스코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는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큰 손실이라고도 평가할

학술 | 정광민 / 산경 부교수 | 2024-04-22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