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안테나 탐침을 이용하는 초 분해능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
나노 안테나 탐침을 이용하는 초 분해능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
  • 박경덕 / 물리 부교수
  • 승인 2023.09.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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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광학현미경의 공간분해능 한계 및 NSOM의 원리를 설명하는 간단한 구조도(A), 빛의 개구가 없는 플라즈모닉 탐침을 이용한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의 구조도 및 종류(B)
▲그림 1. 광학현미경의 공간분해능 한계 및 NSOM의 원리를 설명하는 간단한 구조도(A), 빛의 개구가 없는 플라즈모닉 탐침을 이용한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의 구조도 및 종류(B)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광학현미경

광학현미경은 이공계 학생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과학 장비다. 렌즈로 광학적 이미지를 확대하는 간단한 원리이기에 니콘이나 올림푸스 같은 유명 카메라 회사가 아니더라도 여러 중소기업에서 일반인을 위해 간단한 형태의 광학현미경을 판매한다. 따라서 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학실에서도 광학현미경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작은 대상을 관찰하는 데 흥미가 있는 사람들은 약 10만 원 대의 광학현미경을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인의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광학현미경은 많은 과학자가 필수로 사용하는 장비다. △물리학 △화학 △신소재 과학 등 작은 물질이나 분자를 연구하는 대부분 분야에서 현미경을 사용한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처럼 작은 세포나 생체분자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마치 안경처럼 필수 불가결한 장비로 사용된다.

광학현미경은 빛이 가지는 고유한 성질 중 하나인 회절 현상에 의해 공간분해능이 결정된다. 성능이 매우 좋은 대물렌즈를 이용할 때 사용하는 빛의 파장 혹은 반 파장 정도의 길이가 공간분해능이 된다.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사용할 때 대략 500nm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생명과학 연구에서 주로 다루는 바이러스의 크기는 대략 100nm 정도이고, 단백질들은 수 nm에서 수십 nm 정도의 크기인데 어떻게 정교한 연구가 가능할까? 또한, 화학에서 다루는 분자들도 수 nm 크기이고 다양한 신소재 물질들도 새로운 물리적인 특성이 나노 스케일에서 새로 발현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기존 광학현미경의 공간분해능을 넘는 새로운 광학현미경이 필요한데, 어떤 방식의 광학현미경들이 개발되고 있을까?

 

본문에서는 초 고분해능 광학현미경의 한 종류로서 나노 안테나 탐침을 이용하는 ‘초 분해능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을 소개하고자 한다. 

 

초 분해능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의 초기 모델은 1984년에 개발된 근접 장 주사 광학현미경(Near-field Scanning Optical Microscopy, 이하 NSOM)이다. NSOM은 광통신에 사용하는 광섬유를 이용해 빛을 진행하게 하되, 끝단의 크기가 수십 나노미터 정도인 바늘처럼 뾰족한 탐침을 제작한다. 이때 빛이 탐침의 끝단에서 투과하도록 약 100nm의 개구를 만드는데, 개구를 제외한 탐침의 옆 부분은 금속으로 코팅한다. 이를 통해 파장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광학적 탐침을 제작할 수 있다. 광학적 탐침은 1980년대 초반에 개발된 주사 탐침 현미경(Scanning Probe Microscopy, 이하 SPM) 방식을 이용해 시료 표면을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스캔할 수 있으며, 2차원 영역의 각 좌표에서 얻어진 높이 정보와 광 신호를 매핑해 표면형상이미지와 더불어 100nm의 공간분해능을 갖는 광학 이미지를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NSOM은 100nm의 개구를 통과하는 빛의 세기가 매우 약했기 때문에 주변 잡음 신호가 제거된 순수한 근접장 신호만을 검출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NSOM의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금이나 은과 같은 플라즈모닉 탐침을 이용해 근접장 현미경을 제작하는 방식이 2000년도에 도입됐다. 벌크 상태에서 금은 금색으로 보이지만 100nm 이하로 금 입자를 제작하면 금의 색깔은 와인색으로 바뀐다. 그 이유는 금의 크기가 나노입자로 작아지면 유전율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변화된 유전율에 의해 금 나노입자 내 전자들이 가시광선 영역의 전자기파와 공명진동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현상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공명진동에 의해 빛을 파장보다 훨씬 작은 크기인 금나노입자에 높은 광밀도로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공명진동은 나노 광학 안테나 효과를 유도하고, 따라서 나노 스케일 영역에서도 매우 강한 세기의 근접장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설명한 NSOM의 원리를 생각해 보면, 광섬유 탐침 대신에 금 탐침을 이용할 경우, 매우 높은 감도의 근접장 현미경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처럼 플라즈모닉 탐침을 사용하는 방식을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이라고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플라즈모닉 탐침에 의해 증강된 근접장의 세기가 주변 잡음 신호를 압도할 만큼 매우 크기 때문에,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과 같은 단순한 탄성 광산란 신호만을 이미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광 발광(Photoluminescence)이나 라만 산란(Raman Scattering)과 같이 시료로부터 발생하는 매우 작은 세기의 비탄성 광산란 신호 또한 충분한 감도로 분광 분석을 하고 이미지 처리할 수 있다.

▲그림 2.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2차원 반도체 나노 결함 이미징 및 분광 분석 연구
▲그림 2.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2차원 반도체 나노 결함 이미징 및 분광 분석 연구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의 활용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연구의 예로 2차원 반도체 나노 주름의 물리적 특성을 수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관찰하는 데 성공한 연구를 간단히 소개하겠다. 2차원 반도체 물질은 두께가 원자 수준으로 얇아 제조 과정에서 수십 나노미터 수준의 주름이 불가피하게 생긴다. 이 주름은 반도체 물질의 △기계적 △전기적 △광학적 균일성을 해치는 요소로 꼽힌다. 주름의 크기가 작아 기존 분광 기술로는 정확한 특성 분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차원 반도체의 상용화가 더딘 것이다.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은 나노 주름의 구조적, 광학적 특성 등을 15nm 수준의 공간분해능으로 정밀 분석할 수 있기에, ‘빛 입자’로 불리는 엑시톤이 이셀레늄화텅스텐(WSe2)의 나노 주름으로 모여드는 엑시톤 깔때기 현상을 규명할 수 있다. 빛 입자가 주름으로 몰려 나노 주름의 발광 특성이 오히려 주름이 없는 상태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또한 나노 스케일에서 자유자재로 물리적 특성을 제어하는 새로운 방식의 초소형 튜너블 나노 광원 플랫폼도 실험적으로 제시했다. 금 탐침의 압력에 의한 나노 주름 구조 변형으로 △전자띠구조 △발광 양자수율 △엑시톤 거동과 같은 물리적 특성을 바꾸는 원리다. 기존 통념에 기반한 단순 관찰에서 멈추지 않고 능동형 근접장현미경의 독특한 기능을 활용해 골칫거리로 여겨지던 나노 주름이 스위칭과 변조가 가능한 양자 광원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 연구는 물질의 구조·광학적 특성을 3차원 공간에서 초 고분해능으로 분석한다. 이와 동시에 원자현미경 기술을 접목해 물질의 기계적 특성과 이와 연관된 전기·광학적 특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4차원 복합현미경을 개발한 것으로, 이로써 나노 현미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정밀 측정 및 제어 장비 개발의 중요성

이처럼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은 단순히 보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시료의 특성을 변화시키거나 빛과 물질 간의 상호작용을 강하게 유도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전통적인 광학현미경의 역할만이 아닌 작은 것을 보면서 동시에 나노 스케일에서 물성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와 같은 광학현미경의 새로운 시각은 기존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광학 및 응집물질물리학 연구를 가능하게 만든다. 현재 본 연구실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빛과 물질 간 상호작용을 나노 스케일 공간에서 제어하는 것으로 기존의 수동적인 제어방식이 아닌 능동적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초분해 분광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또한, 탐침 증강 광학현미경은 광 측정 감도가 매우 높아서 양자 정보 과학에 이용할 수 있는 양자 광원을 발생시키거나 에너지 및 세기를 제어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2차원 반도체 물질에서 나타나는 양자 광원을 극저온이 아니라 상온 상압 조건에서 발현시킬 수 있어 양자 센싱 분야에서 다양한 응용 연구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신개념 정밀 측정 및 제어 장비 개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과학 선진국인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원천기술 개발 연구가 물리학 연구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장비 산업의 발달로 인해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새로운 계측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의 비중을 늘리고 많은 후학이 양성돼 관련 분야의 국가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