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우리나라에서 영국의 유명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이 진행됐다. 6번의 공연 동안 역대 내한 공연 최다 관객을 경신하며 큰 호응을 얻은 이번 내한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화제를 일으켰다. 실제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다양한 콘서트에서 발생하는 많은 오염을 줄이기 위해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 문화인 ‘그린 투어링’ 실천을 위해 애쓰고 있다.
콜드플레이의 환경을 위한 노력
콜드플레이는 지난 2019년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투어를 잠정 중단한 뒤, 공연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이전 투어 대비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공연을 진행 중이다. 이번 내한 공연 역시 지속 가능한 콘서트에 초점을 맞췄다.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 금지, 재활용 종이 및 퇴비화할 수 있는 봉투 사용 등 다양한 친환경 실천이 도입됐다. 무대 장치로는 페달을 밟아 전기를 만들 수 있는 ‘파워 바이크’와 관객의 움직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키네틱 플로어’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관객이 공연을 보며 자연스럽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응원 도구인 ‘자이로 밴드’는 식물성 원료로 제작되며 재사용이 가능해 기존의 일회용 응원용품 낭비를 줄였다. 대부분의 응원 용품은 일회용이거나 특정 연예인을 위해 제작돼 사용 횟수가 적고 자원 낭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주목한 콜드플레이는 수만 개의 자이로 밴드를 회수해 재사용했다. 재사용을 위한 재치 있는 회수 방법 역시 호평받았다. 국가별 회수율을 공개해 팬들의 경쟁심을 자극한 결과, 도쿄 공연의 높은 회수율에 영향을 받아 국내 두 번째 공연에서는 98%의 회수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공연을 위한 움직임, ‘그린 투어링'
2019년 연구에 따르면 1년 동안 영국에서만 라이브 공연으로 인해 405,000톤의 탄소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콘서트 공연 자체가 많은 오염을 동반하는 활동이기에 많은 뮤지션들이 친환경 투어인 ‘그린 투어링’에 주목하고 있다. 그린 투어링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비영리 단체로는 2004년 설립된 ‘REVERB’가 있다. 이 단체는 밴드 ‘Guster’의 음악가 아담 가드너와 그의 아내가 공동 설립했으며, 설립 이후 ‘마룬 5’를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350개 이상의 친환경 투어를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약 42만 톤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그린 투어링 현황은?
지난해 8월에 개최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는 인천시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함께 ‘함께해요 환경 사랑’ 캠페인을 실시해 축제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지원했고 약 98%에 달하는 높은 회수율을 기록했다. 해당 다회용기 기획 행사는 친환경 기업 ‘잇그린’과 협력해 진행했으며, 기업이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회수된 용기를 고압 세척 및 위생 검사를 거쳐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뿐만 아니라 2023년에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는 국내 콘서트 중 이례적으로 공연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관객들의 탄소발자국 조사를 실시해 탄소 배출량을 측정했다. 해당 콘서트 이후에도 ‘지속 가능 공연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며 환경 보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 공연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대중들 및 공연 업계의 ‘지속 가능한 공연’에 대한 관심이 해외에 비해 낮으며, 지속 가능성을 내세우는 페스티벌에서 다회용기 사용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그 이유다.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서울 환경 연합이 생각하는 국내의 그린 투어링
본지는 이번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의 콘서트 부스 운영 파트너로 협업한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활동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린 투어링에 대한 시민 단체의 의견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봤다. 박 활동가는 국내의 그린 투어링 실태는 발생하는 쓰레기와 사용된 에너지에 대한 조사와 통계가 거의 진행되지 않아 기초적인 정보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개선점을 찾기가 어렵다며, 자원 사용과 순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린 투어링을 실천하기 위해 바라는 점에 대해 “국내에도 콘서트에만 국한하지 않는 다양한 지속 가능성이 존재한다. ‘2025 무해런’과 같이 쓰레기 없는 마라톤을 비롯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다양한 행사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고 홍보가 부족해 시민 접근성이 낮다”라며 관련 단체와 기관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인터뷰를 통해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규모나 영향력이 아직은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공연이나 축제에서 얼마만큼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에너지를 소비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통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국내 업계가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는 우리대학 축제인 2025해맞이한마당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행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부스와 주점에서는 모든 용기를 일회용기로 제공했다. 국내 페스티벌이나 행사에서 다회용기 사용이 점차 확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축제에서는 다회용기 사용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해맞이한마당의 준비위원으로 활동한 김태린(무은재 24) 학우는 학교 캠퍼스라는 공간을 활용하는 만큼 환경적 측면에서 많은 신경을 쏟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해맞이 한마당은 축제 기간동안 곳곳에 인원을 배치해 쓰레기 배출을 점검하고 대다수의 물품을 이전 축제때 구비한 것을 회수해 재사용했다”라며 우리대학의 노력을 설명했다. 서울대는 2022년 가을을 시작으로 3년째 일회용기 없는 대학 축제를 실행해 온 바 있고 고려대는 2024년 석탑 대동제에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진행했다. 앞으로 우리대학이 해맞이한마당과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 학교 차원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지원하고,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축제 운영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