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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평 | 김수진 기자 | 2025-05-28 16:10

연구자로 살아가다 보면, 내가 걸어가는 방향이 과연 올바른지 문득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새로운 연구 주제를 구상하거나, 지금까지 매진해 온 연구를 정리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갈림길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나아가야 할지 쉽사리 가늠되지 않고, 사람마다 저마다의 판단 잣대가 존재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 곱씹어 보는 작은 화두 하나를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이 화두는 연구자로서 처음 발을 뗐던 계기를 떠올리게 해 주고, 지금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 걸음 더 내디딜 용기를 북돋아 준다.돌이켜보면, 가을이 막 저물어 가던 학부 과정 마지막 학기 말 무렵이었다. 졸업과 함께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감 속에서 나는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친구들은 이미 회사나 대학원에서 각자의 길을 확실히 정하고 있었고, 내 자리에는 불안함을 안고 있는 늦깎이 대학생만이 남아 있었다.한때는 호기심 넘치는 연구를 꿈꾸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를 품었지만, 뒤늦은 방황으로 내 소중한 이십 대는 어느새 그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막연하게나마 품었던 연구자로서의 꿈을 다시 펼치기엔 이미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불

노벨동산 | 오명철 / 반도체 교수 | 2025-05-28 15:56

우리는 자주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대학 학생이라면 학부 1학년 때부터 과제가 쏟아지고, 밤 9시까지 이어지는 수업과 시험 기간의 밤샘이 일상이 되는 현실 속에서 문득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하는 회의감과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무기력이 마음을 누를 때가 있을 것이다.대학 진학 이후 나 역시 이런 버거움의 빈도가 늘었다. 이번 학기만 해도 전공 팀 프로젝트와 학회 활동이 겹쳐, 시험이 코앞인데도 정작 학과 공부는 손도 대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휘몰아치듯 지나갔다. 그러다 주말에 서울로 올라가 친구들을 만날 때면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같은 17학점을 듣고 있음에도, 그들은 훨씬 여유로워 보인다. 나는 주말에도 밀린 과제와 공부에 쫓기는데, 그들은 영화관에 들르고 한강을 거닌다. 그런 그들의 여유와 낭만이 나에겐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얼마 전 SNS에서 아프리카의 한 어린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빵을 팔아 생계를 돕는 틈틈이 책을 펴 공부하는 영상을 봤다. 어린 나이임에도 생존과 배움을 함께 짊어진 모습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늘 환경을 탓하며 내가 가진 조건에 대한 불만을 정당화해 왔지만, 사실 나는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할 수

지곡골목소리 | 신요섭 / 무은재 23 | 2025-05-28 15:56

입학한 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어느새 5월도 중반을 지나고 있다.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환경 속에서 많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요즘,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삶의 균형이었다.우리대학은 학생에게 수많은 기회를 주지만 학업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동아리 △자치 단체 △연구 참여 등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지만 매주 돌아오는 퀴즈, 과제를 하고 9시까지 수업이 이어지는 날도 빈번하다. 다양한 비교과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밤새 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주변의 공연 동아리들은 자정이 넘어서야 연습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고, SMP 활동 역시 수업 이후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흔했다. 더불어 시험과 과제까지 더해진다면 암묵적으로 밤샘은 거의 필수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 실감하게 된 것은 첫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나는 자사고를 졸업해 대학에서 배우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3년간 매달려 온 내신, 수능 공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학업에 적응하는 것조차 벅찼다. 그렇게 개념 복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시험 기간이 다가왔고 그 부담감으로 밤늦게까지 공부하려다 다음날 일과를 망

독자리뷰 | 김소이 / 반도체 25 | 2025-05-28 15:55

지난 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무차별 공습을 가하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양측의 반복된 전쟁범죄와 보복을 바라보며,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떠올렸다.영화는 십자군 전쟁 시기의 세 명의 지도자를 조명한다. △예루살렘 왕국의 국왕 보두앵 4세 △예루살렘 왕국의 기사 발리앙 △아이유브 왕조의 살라딘이다. 초반에 가톨릭 진영의 보두앵 4세와 이슬람 진영 살라딘의 모습을 각각 제시한 후, 보두앵 4세 사후 일어난 가톨릭 진영의 이슬람교도 상인 공격과 이에 대한 보복 전쟁을 보여준다.감독은 종교를 믿음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믿음보다 선행과 관용을 중시한 주인공들을 보여주며 종교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시간을 제공한다. 종교적 성지보다 민간인의 안위를 우선한 발리앙의 모습을 제시해 평화적 공존의 중요성과 진정한 종교의 가치를 역설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와 동시에 세련된 영상미와 훌륭한 미장센 또한 놓치지 않는다. 볼 때는 재밌게 즐기다가도, 관람 후에는 종교와 평화에 대해 자연스레 성찰하게 된다.감

포스테키안의픽 | 최진현 기자 | 2025-05-28 15:54

학교에 입학한 지 벌써 1년 6개월이 다 돼 간다. 이제 새내기의 부푼 꿈과 설레는 마음은 떠난 지 오래, 부쩍 동기들과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나 그동안 뭐 했지?’라는 물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대부분 비슷한 마음. 자신 있게 내놓을 만큼 대단한 학점을 가진 것도 아니고, 외부 대회에 나가 상을 타거나 인턴을 해 본 경험도 없는데, ‘그냥 어쩌다 보니’ 600일에 가까운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며 아쉬움을 표한다.하지만 지난 시간에 대해 후회와 미련이 남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아니라 대답할 수 있다. 이것 하나만은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 순간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이루고자 향한 방향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과 ‘나만의 중심을 잡는 것’.스물이 시작할 무렵 떠올렸던 마음 중 하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포항에서 보낸 세 학기 동안 가장 깊게 공부하고자 노력한 것은 물리도, 생명과학도, 수학도 아닌 ‘나’에 대한

78오름돌 | 양지윤 기자 | 2025-05-28 15:53

얼마 전, 인생 처음으로 국내 프로야구 경기를 직접 관람(이하 직관)했다. 한국 프로야구를 본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은 적 없이 TV 중계로만 야구를 접해왔다. 사실 예전부터 야구장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직접 보면 뭐가 그리 다르겠어? 오히려 힘들기만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매번 마음을 접곤 했다. 게다가 그동안은 대학 입학이라는 가장 큰 목표가 있었기에 쉽게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다.그런 내가 대학에 입학한 뒤,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의 제안으로 잠실야구장에서 생애 첫 직관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날, 나는 TV 화면 너머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생생한 감동을 경험했다. △관중들의 응원 소리 △선수들의 응원가 △풀카운트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극도의 긴장감 △득점 순간의 폭발적인 환호 △수비 실책에 따른 탄식까지. 야구장의 분위기는 화면 속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요즘은 OTT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예전보다 훨씬 더 쉽게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보니 굳이 현장을 찾지 않아도 만족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한때는 글로벌 I

78내림돌 | 한정우 기자 | 2025-05-28 15:51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영국의 경제학자였던 앨프레드 마셜의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취임 연설에서 인용한 말이다. 경제학자로서 사회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하되 항상 빈민 구제와 사회복지 등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마음을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담고 있다. 해당 문구의 뜻처럼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은, 비단 경제학자뿐 아니라 누구나 목표로 해야 할 이상적인 태도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와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차가워지고 있다.요즘 미디어에는 자극적인 뉴스가 흘러넘친다. 유명인의 논란부터 정치적 이슈, 갈등 요소까지 사실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면 자칫 여론에 휩쓸리기 쉬운 소재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여론에 곧잘 휩쓸려버린다. 사실 파악은 하지 않고 글이나 유튜브 등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다른 의견은 수용하지 않고, 자신이나 주변인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는 등, 점차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다. 지금 사람들의 반응은 마치 ‘불’과 같다. 이리저리 옮겨붙는 불처럼 여론은 이곳저곳으로 확산하며 점점 커진다. 그렇게 커진 불은 타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댓글, 가짜뉴스를 통

사설 | times | 2025-05-28 15:50

2025 ARPA-E Energy Innovation Summit(이하 ARPA-E 서밋) 파견단에 선발돼 워싱턴에 다녀왔다. 파견단 선발 공지가 올라왔을 때는 유익한 경험이 될 것 같아 고민 없이 지원했지만, 출국 날이 가까워질수록 과연 내가 많은 것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 커졌다. 화학공학과에서 이제야 두 번째 학기를 맞는 나로서는 ARPA-E 서밋이 너무나도 큰 무대처럼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걱정의 반은 맞았고, 나머지 반은 틀렸다.ARPA-E 서밋의 강연들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를 깊이 있게 다뤘다. 전공 수업에서 공부했던 내용들이 주제로 나올 때면 내심 반가워 친구에게 아는 척도 했지만, 대부분의 강연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Fast Pitches에서 소개한 연구 아이디어는 매우 추상적이고 이상적이었다.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았거나 연구에 첫발조차 내딛지 않은 기술들이 많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흡사 아이디어톤 같은 이 강연을 보려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자와 산업 관계자들이 모였다는 게 의아했다.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행사 중간에 열렸던 총장님과의 간담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총장님께서는 애초에 우리가 강연 내용을 이해하리라

독자리뷰 | 김채원 / 화공 23 | 2025-04-23 17:46

포스테키안이라면, 특히 졸업을 앞둔 상황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봤을 것이다. ‘나는 대학원에 잘 맞는 사람일까’, ‘앞으로 어떤 분야에 취직 혹은 진학을 해야 할까’. 언뜻 보면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한 질문이지만, 실제로 답을 찾으려 하면 너무 복잡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선배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봐도 돌아오는 답은 ‘대답하기 어렵다’라는 말이 되레 많을지도 모른다.왜 우리는 이런 질문을 자꾸만 던질까? 그 끝에는 아마도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짙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포스테키안들은 대개 성실하고 뛰어난 모범생들이다. 지금까지는 분명한 정답과 확실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대학원과 연구, 그리고 취업이라는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붙들고 고민하며, 교과서에 없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며, 성과는 긴 기다림 후에야 희미하게 드러난다. 그러니 그 과정이 두렵고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분야나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잘 나가는 분야를 선택하면 좀 더 안정적인 미래가 펼쳐질 거라 기대한다. 어쩌면 커다란 흐름 위에 올라타야 긴 대학원 생활이나 취

사설 | times | 2025-04-23 17:43

만화/만평 | 김수진 기자 | 2025-04-23 17:42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밤하늘의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기숙사 옥상에서, ‘우리 사이 은하수를 만들어’라는 음악이 처음 흘러나오던 날을 잊지 못한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그렇게 듣게 된 몽글몽글한 OST에 한 번, 섬세한 영상미에 두 번 반해 보게 된 작품이다. 우연히 접한 이 작품은 떠올릴 때마다 늘 미소 짓게 되는 ‘인생 드라마’로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았다.작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배타미, 차현, 송가경 세 명의 당당하고 능력 넘치는 커리어우먼과 ‘포털사이트 시장’이란 신선한 배경이다. 오늘날, ‘검색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다. 이 작품은 극 중 여러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에게 정보화 사회의 이면을 찌르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작품 속에 러브라인이 등장하나, 단순하고 뻔한 로맨스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드라마 속엔 의리, 경력 등 풋풋한 사랑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들이 속속 등장하고, 그 가치들은 세 주인공이 모두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할 수 있는 열정의 원동력이 된다. 난 계약이 엎어져도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예요. 난 모르거든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래서 하고 싶은

포스테키안의픽 | 양지윤 기자 | 2025-03-26 18:19

좀비 바이러스로 세상이 멸망하고, 남은 사람들이 간신히 살아가는 좀비 아포칼립스 물은 △새벽의 저주 △28일 후 △워킹 데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킹덤까지,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이제 하나의 대표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이유로 종말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의 처절한 몸부림은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막장 드라마에 손가락질하면서도 빠져드는 것처럼, 아포칼립스 물의 희망과 절망이 엇갈리는 전개는 새우깡처럼 계속해서 손이 가는 묘한 매력이 있다.아포칼립스 작품의 재앙은 다양하지만, 그 속에서도 클리셰(상투적인 이야기 흐름)가 존재하며, 그 중심에는 ‘신뢰의 붕괴’가 있다. 생존을 위해 이룬 조직의 내부 갈등과 조직 간 전쟁, 그리고 개인의 이기심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특히, 나약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혼자 살겠다고 동료를 배신하는 장면은 커다란 분노를 유발한다. 공동체를 이루고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상황에서, 이기적인 악당에게 배신당하고 결국 모두가 종말을 맞는 슬픈 결말도 흔하다.최근 나는 우리나라를 보면서 가끔 아포칼립스 영화를 떠올린다. △어릴 때부터 행해지는 극도의 경쟁적 선행 학습 △타인과의 끊임없는

노벨동산 | 김원화 / 컴공 부교수 | 2025-03-26 18:16

2024 노벨상은 현시대의 연구 트렌드가 ‘AI’임을 여실 없이 보여줬다. 관심 분야였던 AI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은 기뻤지만, 한편으론 ‘AI가 학문 연구에 끼치는 강력한 영향’과 ‘이제는 너무나도 똑똑해진 AI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홀로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더 다양한 연구자들 혹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성을 느꼈다.노벨 위크 학생 파견단으로 노벨 위크에 참가했다. 노벨 위크는 전 세계 각지의 연구자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술의 장이다. 내가 떠올리지 못한 다양한 생각을 듣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 뿐만 아니라 직접 설문을 만들어 수집했다. 강연장 입장을 위해 줄 서서 대기하거나, 노벨 위크 대화(Nobel Dialogue) 세션 중간 쉬는 시간에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소개하고 설문을 요청했다.설문을 통해 받은 소중한 의견을 곱씹으며 고민한 결과, 미래의 연구자로서 내가 어떠한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지 정리해 볼 수 있었다.첫째로는 AI가 앞으로의 기초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받아들이고, A

지곡골목소리 | 최선우 / 수학 21 | 2025-03-26 18:15

근 몇 년간 정시 전형의 비중이 대폭 확대된다고 했을 때, 나는 의문을 가졌다. 왜 수시를 줄이고 정시의 비중을 늘리는 것일까? 고민해 본 결과 내가 생각한 정시의 의의는 수시로 다양한 활동을 채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학교나 집안의 재력 등 불평등을 줄일 수 있고, 공통된 문제를 통해 학생들의 실력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수능 공부 또한 사교육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이는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학생들의 다양성을 억압하고 오로지 암기와 기존 문제의 풀이에만 집착하게 하는 효과를 초래한다. 이런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거나, 그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해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수능도 암기가 아니라 처음 보는 초고난도 문제 등을 풀어내는 데는 창의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말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1, 2등급이 나오는 최상위권 성적의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수능이란 방식은 그저 기출문제만 달달 풀고 외우는 정도밖에 학생을 훈련하지 못한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바꿔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방식은 암기가

독자리뷰 | 김태림 / 무은재 25 | 2025-03-26 18:14

흔히 학점을 잘 받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농담이 있다. 하나는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대학 강의의 대부분은 상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해 학점을 부여한다. 그 때문에 시험을 보고 나면 평균은 몇 점인지, 표준편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서로 비교하는 상황이 심심찮게 보이곤 한다. 강의뿐 아니라 수없이 많은 경쟁과 그에 따른 결과는 상대적인 경우가 많았다.지난해 우리대학에 입학해 1년을 보내면서, 인생을 상대적으로 살아가려 하면 참으로 피곤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성장이 아닌 주변의 누군가를 목표로 했을 때 그 끝은 항상 허무했다. 아래를 내려다봐도 끝이 없었고 위를 올려다봐도 끝이 없었다. 주변보다 좋은 학점을 받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누군가보다 좋은 학점을 받으니, 성적이 A+로 가득한 다른 친구가 눈에 보였고 나보다 뛰어나 보이는 사람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상대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때 주위를 둘러보니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줏대 있는 삶과 절대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잠시 대학 생활을 쉬며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사람도 있었고, 남들보

78오름돌 | 유영주 기자 | 2025-03-26 18:13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성향이 유사하거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고, 이들과 쌓은 울타리 안에서만 생활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나와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에게는 묘한 경계심을 느끼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대학과 같이 관심사가 단조로운 소수의 커뮤니티 안에서는 의도적으로 생각의 품을 넓히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어쩌면 스스로를 우물 안에 가두고 있을지도 모른다.지난해 친형과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을 때의 일이다. 형은 의류학과에 다니던 중 입대하며 휴학했고, 지난해부터는 요식업과 패션 브랜드의 오너가 되기를 꿈꾸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날 형은 ‘좋은 패션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자신의 미래 로드맵을 한 시간가량 내게 들려줬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마음 한구석에서는 ‘패션이나 요식업은 다 운 아니야?’ ‘요즘 패션은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해서 사치만 부추기지 않나?’라는 비판적인 생각이 피어올랐다. 그중 몇 가지는 입에 머금고 있다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쏘아대듯 물어보기도 했다. 진심으로 형의 생각이 궁금했다기보다는 공부를 통한 성공만이 정답이라는 나만의 결론을 세워놓

78내림돌 | 김윤철 기자 | 2025-03-26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