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몇 년간 정시 전형의 비중이 대폭 확대된다고 했을 때, 나는 의문을 가졌다. 왜 수시를 줄이고 정시의 비중을 늘리는 것일까? 고민해 본 결과 내가 생각한 정시의 의의는 수시로 다양한 활동을 채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학교나 집안의 재력 등 불평등을 줄일 수 있고, 공통된 문제를 통해 학생들의 실력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수능 공부 또한 사교육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이는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학생들의 다양성을 억압하고 오로지 암기와 기존 문제의 풀이에만 집착하게 하는 효과를 초래한다. 이런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거나, 그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해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수능도 암기가 아니라 처음 보는 초고난도 문제 등을 풀어내는 데는 창의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말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1, 2등급이 나오는 최상위권 성적의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수능이란 방식은 그저 기출문제만 달달 풀고 외우는 정도밖에 학생을 훈련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바꿔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방식은 암기가 아니라 토론 형식으로 수업을 전환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소수의 인구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요직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아이비리그 등 유명한 학교에 진학하는 비율도 높은 편이다. 어떤 점이 소수인 이들을 다수를 이끄는 인재가 되게 한 것일까? 그 비결 중 하나는 ‘하브루타’라는 그들의 교육 방식에 있다. 이는 유대인들의 전통적인 공부법 및 교육법이다. 짝을 이뤄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공부한 것에 대해 논쟁하며 전통 유대교 교리를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 자유롭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서로 입을 열어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곰곰이 생각하는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이는 수능과 달리 그들이 받는 등급과 무관하게 모두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방식이다.
나는 우리나라에 교육 제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느낀다. 그전까지는 국가의 성장을 위해 없는 자원을 대체하기 위한 인적 자원을 키웠다면, 이제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갈 때이다. 우리는 ‘따라 하기 전략’으로 2등에 머무르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고 새로운 분야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이전처럼 언제든 교환할 수 있는 기계 부품들을 생산해 내는 것이 아닌, 각 분야에서의 핵심적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교육 제도의 변화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최선의 투자이자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