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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정 분야에서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을 전문가라 부른다. 과거에는 대학의 전공을 세분화해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경로로 여겨졌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단일 분야의 전문성을 넘어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융합형 전문가’의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우리대학의 복수전공·부전공 제도를 장려하는 융합학부나 새내기들에게 자유로운 전공 선택의 기회를 주는 무은재학부 역시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발맞춘 것이다. 내가 몸담은 생명과학 분야만 해도 생명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물리 △화학 △수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의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 생명체는 단일 학문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군자불기(君子不器)”, 즉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릇은 하나의 용도만 수행하지만, 군자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배우고 변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이 말은 오늘의 교육과 연구 환경에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중요한 지침이 된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자신의 역량을 미리 제한하지 않는 태도, 실패 가능성이 있더라도 한 번 더 시도해 보는 마음가짐이

노벨동산 | 최규하 / 생명 부교수 | 2026-01-01 11:49

필자는 1989년 3월 우리대학 전자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나이 20세에 처음으로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이 아닌 포항에서 내 인생의 첫 발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덧 35년 동안 포항에서 일하고 있으니, 이제는 포항이 내 고향이라고 일컬어도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약 9년간의 영남대 교수 시절을 거쳐 약 16년 동안 내 모교인 포스텍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어쩌다 보니 30여 년간 레이더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레이더는 국방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센서로서 △위성 △항공기 △군함 △탱크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 거의 모든 무기체계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필자는 현재 우리대학 국방과학기술협력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우리대학 국방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여러 교수님과 협력하고 있다. 1994년에 필자가 우리대학 전자전기공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우리대학에 국방부 지정 전자파특화연구센터가 설립됐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불모지였던 레이더 관련 기초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9년간 약 60억 원의 연구비가 대학에 투입됐으며, 당시로는 매우 파격적인 지원을 했던 프로젝트였다. 필자는 이를 계기로 레이더 분야 연구를 시작했으나, 당시에는 관련 자료도

노벨동산 | 김경태/전자전기공학과/국방과학기술협력센터장 | 2025-12-03 11:07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포스테키안들은 이 말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우리대학의 교직원과 교수들은 모두 이해할 것이다. 이는 오래전 제약회사의 광고 문구에서 시작해 정부 주도로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슬로건으로 사용됐던 말이다. 비록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포스테키안들에게도 이 말이 유효할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체력은 단순히 건강한 신체를 넘어 학업 성취와 미래 역량을 결정짓a는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체력이 최소한의 경쟁력인 시대, 왜 우리는 체력 단련에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공학도의 삶은 쉼 없이 구동하는 고성능의 AI 컴퓨터 환경과 유사하다. 체력 증진은 이런 복잡한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방법이다. 그 두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흔들림 없이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학업과 연구 활동에 필수적이며, 장시간의 지구력을 요구한다. 이때 튼튼한 심폐 지구력은 뇌에 산소와 포도당을 꾸준히 공급하는 원동력 역할을 한다. 이는 마치 AI 반도체에 전력을 공급해, 안정적으로 AI 추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같

노벨동산 | 육장수 / 인문 조교수·스포츠지원센터 센터장 | 2025-11-05 11:24

수백만 년 전, 고인류는 커다란 환경의 변화 앞에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먹을거리가 풍부하던 울창한 숲이 점차 사라지고 초원이 확장하면서, 인류의 조상들은 두 갈래의 진화적 선택을 하게 된다. 하나는 강인한 턱과 큰 어금니로 단단한 식물을 씹는 데 특화된 파란트로푸스(Paranthropus), 다른 하나는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였다.파란트로푸스는 척박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저작 기관과 소화 기관을 발달시켰지만, 에너지의 대부분을 생리적 소화에 쏟느라 두뇌 발달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진화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반면, 호모 하빌리스는 돌을 깨뜨려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음식을 자르고 가공함으로써 생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 기술적 진화는 두뇌의 발달로 이어졌고, 결국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이어지는 인류의 계보를 이끌게 된다.이처럼 도구의 사용은 단순한 생존 수단을 넘어, 인류 문명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 변곡점이었다. 이후에도 인류는 수많은 기술적 전환기를 경험했지만, 약 250년 전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 또 하나의 거대한 전환이 일어났다. 바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부터

노벨동산 | 전상민 / 화공 교수 | 2025-09-02 21:58

연구자로 살아가다 보면, 내가 걸어가는 방향이 과연 올바른지 문득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새로운 연구 주제를 구상하거나, 지금까지 매진해 온 연구를 정리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갈림길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나아가야 할지 쉽사리 가늠되지 않고, 사람마다 저마다의 판단 잣대가 존재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 곱씹어 보는 작은 화두 하나를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이 화두는 연구자로서 처음 발을 뗐던 계기를 떠올리게 해 주고, 지금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 걸음 더 내디딜 용기를 북돋아 준다.돌이켜보면, 가을이 막 저물어 가던 학부 과정 마지막 학기 말 무렵이었다. 졸업과 함께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감 속에서 나는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친구들은 이미 회사나 대학원에서 각자의 길을 확실히 정하고 있었고, 내 자리에는 불안함을 안고 있는 늦깎이 대학생만이 남아 있었다.한때는 호기심 넘치는 연구를 꿈꾸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를 품었지만, 뒤늦은 방황으로 내 소중한 이십 대는 어느새 그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막연하게나마 품었던 연구자로서의 꿈을 다시 펼치기엔 이미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불

노벨동산 | 오명철 / 반도체 교수 | 2025-05-28 15:56

좀비 바이러스로 세상이 멸망하고, 남은 사람들이 간신히 살아가는 좀비 아포칼립스 물은 △새벽의 저주 △28일 후 △워킹 데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킹덤까지,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이제 하나의 대표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이유로 종말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의 처절한 몸부림은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막장 드라마에 손가락질하면서도 빠져드는 것처럼, 아포칼립스 물의 희망과 절망이 엇갈리는 전개는 새우깡처럼 계속해서 손이 가는 묘한 매력이 있다.아포칼립스 작품의 재앙은 다양하지만, 그 속에서도 클리셰(상투적인 이야기 흐름)가 존재하며, 그 중심에는 ‘신뢰의 붕괴’가 있다. 생존을 위해 이룬 조직의 내부 갈등과 조직 간 전쟁, 그리고 개인의 이기심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특히, 나약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혼자 살겠다고 동료를 배신하는 장면은 커다란 분노를 유발한다. 공동체를 이루고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상황에서, 이기적인 악당에게 배신당하고 결국 모두가 종말을 맞는 슬픈 결말도 흔하다.최근 나는 우리나라를 보면서 가끔 아포칼립스 영화를 떠올린다. △어릴 때부터 행해지는 극도의 경쟁적 선행 학습 △타인과의 끊임없는

노벨동산 | 김원화 / 컴공 부교수 | 2025-03-26 18:16

지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모든 대학은 정보통신 기술이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를 경험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는 대학 교육에 커다란 시련이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맛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 기간 우리는 교실, 기숙사, 식당 등의 물리적 시설이 없는 새로운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을 경험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이뤄진 온라인 교육이 기존의 대면 교육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시 이뤄진 온라인 교육에서 우리는 새로운 대학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런 온라인 교육의 기술적 가능성이 늘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단지 우리는 그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사태에 떠밀려 이를 급히 채택했고, 사태가 진정되자 신속하게 예전의 모습으로 복귀했다. 아마도 학생과 교수 등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기존의 교육 방식이 가장 편리하다고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기술적 가능성만이 변화를 불러올 수는 없다. 변화에는 번거로움과 위험이 따르며, 그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코로나19 기간, 우리는 몇 번의 선거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을 감수하며 많은

노벨동산 | 장수영 / 산경 교수 | 2025-02-26 20:43

‘앗, 버스 놓쳤다. 조금만 빨리 왔으면 탈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면 우리는 당연하게도 다음에 올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지, 이미 버스나 지하철을 놓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하지 않는다.프린스턴대 심리학과 요하네스 하우쇼퍼 교수는 독특하게도 두 종류의 이력서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경력, 연구 실적 등을 빼곡히 기록한 보통의 이력서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실패한 것들을 기록한 ‘실패 이력서’라고 한다.나는 별도의 실패 이력서를 작성해 보지는 않았지만 부끄럽게도 실패 경험을 다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대학교 입시에 실패해서 반수를 했고, 학부 과정과 다른 학과로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대학원 학점도 좋지 못했다. 석사과정에서 박사과정으로 넘어가며 또 실패를 겪었고, 이외에도 각종 신청과 지원을 했다가 떨어진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최근에도 논문과 연구과제에서 좌절을 겪었다. 봄학기 끝자락이 다가오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지만, 가을학기에는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이 있어서 버틸 수가 있었다. 그런데 늦게서야 받아 든 결과 통지서는 불합격. 눈앞이

노벨동산 | 정덕종 / 산경 대우조교수 | 2025-01-06 09:00

최근 참석한 면역학회에서 내게 가장 재미있었던 연구 내용의 결론 중 하나는 ‘엄마 말씀 잘 듣자. 가려운데 자꾸 긁으 면 안 좋다’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서 우 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가려움을 느끼고, 가려운 피부염 부위를 긁어서 얻 는 만족감 대신, 피부염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경과 면역 체 계의 상호작용을 제시한 결론이라 생각된 다. 각 생명 분야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요구되는 연구지만 가장 중요하고 내심 부러운 점은 단순해 보이는 현상을 바탕 으로 단순하고 좋은 과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연구자의 통찰력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정보, 소위 빅데이터에 노출되어 있 으며, ChatGPT와 같은 AI를 통해서 우리 가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또한 비디오 매체 등을 통해서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정보를 학습할 수 있다. 과거 에 비해서 과학 연구를 하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전공 서적을 읽고 도서관에서 저널을 찾아 복사해 가 며 공부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긴 호흡으 로 공부했던 기억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물론 내가 25년 전 대학원 준비를 했던 학부생 때의

노벨동산 | 김광순 / 생명 조교수 | 2024-11-27 14:33

비록 마음처럼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학 부 지도학생들과 함께 회식할 때면 학생들에 게 종종 학교생활은 충분히 재미있게 하고 있는지 묻는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아 마도 내가 학교에 부임하고 나서 느낀 점들 때문일 것이다. 그중 하나는 학생들의 문화 가 내가 학생이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것 같다는 점이다. 몇 가지를 꼽자면 먼저 선후 배 할 것 없이 경어를 쓰며 같은 과 학생들 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과거에 비해 학생들끼리 어울 려 술 마시며 노는 분위기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들인지라 그것들이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요즘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어떻게 즐기고 있 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학교생활을 재미없게 보내고 있으면 어쩌나, 라는 아무 근거 없는 걱정이 들게 된다. 나는 2001년 3월에 우리대학 학부 신입생 으로 입학하고 2012년 2월에 박사 졸업생으 로 학교를 떠날 때까지 총 11년을 포항에서 보냈다. 11년이라는 긴 기간을 보내면서 나 는 나름대로 꽤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학부 때부터 돌아보면 주말마다 분반 동기들과 기숙사 휴게실에 모여서 고량 주에 깐

노벨동산 | 조성현 / 컴공 부교수 | 2024-10-30 13:00

올해 1월, 우리대학 기계공학과에 부임하게 돼 17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이사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제일 한국으로 안 올 것 같았던 내가 한국에 온 것에 놀라움을 표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국이라서 온 게 아니라, 포스텍이라서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오늘은 그 이유와 한 학기를 보낸 현재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포스텍에 오기 전,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삶’과 ‘무한한 경쟁을 통해 연구에서 성취감을 얻고 세계적인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삶’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가지 삶 중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자니 연구에 미련이 남을 것 같았고, 치열하게 연구만 하는 삶을 살자니 나중에 나이 들면 후회할 것 같았다. 이렇게 갈팡 질팡하는 와중에 먼저 손을 내밀어준 건 포스텍이었다. 한국에서 대학에 다녀본 적이 없는 나는 포스텍이라는 학교가 익숙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포스텍과 관련 있는 일화는 미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UIUC)에서 대학원 생활을 할 때 만났던 선배가 포스텍 학부 출신이었다는 것뿐이었다. 이 형은 현재 스위스 로잔

노벨동산 | 김진태 / 기계 조교수 | 2024-09-06 19:21

‘나의 사춘기에게’. 이것은 이미 지나간 나의 사춘기에 대한 다소 새삼스럽고 때늦 은 호명이 아니라, 내가 대학에서 처음 강 의하게 됐을 때 한 학생이 자신의 ‘인생 노 래’라며 추천해 준 곡의 제목이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곧 보컬 안지영의 매력적인 보이스 톤과 어우러지며 ‘볼빨간사춘기(BOL4)’ 특유의 감성을 만들 어낸다. 그러면서 다들 아름다운 시절이라 고 입 모아 말하는 청년기의 시작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그럼에 도 언젠가는 그 아픔을 딛고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담하게 이야 기한다. 가사에 담긴 진솔함 때문일까. 이 곡은 발표된 지 7년여가 지난 지금도 마치 자기의 이야기 같다는 이유로 대중에게 꾸 준히 사랑받고 있는 듯하다. 내게 이 노래 를 처음 알려준 학생도 자신이 대학에 와서 도 뚜렷한 목표가 생기지 않아 상상했던 것 만큼 멋진 대학 생활을 보내지 못하고 있으 며, 아직 사춘기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 다며 이 곡을 떠올린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청년기는 실로 반짝이고 아름다운 순간들로만 가득 찰 수 있는 것일 까? 혹은 그래야만 온당한 것일까? 나와 함 께 글쓰기 과목을 들

노벨동산 | 김지윤 / 인문사회학부 대우조교수 | 2024-06-12 16:15

우리대학이 개교 이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다른 학과에도 비슷한 형태의 강좌가 있겠지만, 작년에 첫 입학생으로 출범한 반도체공학과의 학부 커리큘럼에는 신입생들을 위한 ‘새내기연구참여’라는 것이 있다. 학부 졸업 후 32년 만에 돌아온 모교에서 앞길이 창창한 후배들에게 연구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 주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 이공계 분야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해야 최대한 흥미를 유발 할지 고민이 많던 찰나, 연구참여를 하는 한 학생의 소개로 이렇게 지면을 빌려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다. 이 기회로 평소 연구에 대한 나의 지론과, 내가 지금껏 관심을 가져왔던 칼코제나이드 반도체 (Chalcogenide Semiconductor)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연구란 무엇일까? 요즘 유행하는 ChatGPT에는 아직 물어보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익숙한 사전들을 통해 먼저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한자로는 연마할 연(硏)과 끝을 다할 구(究)로 그 뜻을 함축하고 있다. 영문

노벨동산 | 강대환 / 반도체 기금교수 | 2024-05-22 15:59

나는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게임보이, 닌텐도 시대에서 자랐고,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콘솔 게임기를 경험해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게임의 세계는 해가 갈수록 놀랍게 발전해왔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과거도, 지금도 변함없이 체스다.체스에서는 가능한 수의 조합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각자 첫 3수만 둬도 총 900만 가지가 넘는 포지션이 나올 수가 있다. 4수를 둘 경우 무려 2,880억 가지의 상황이 가능해진다. 방금 내가 한 체스 게임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그렇게 진행된 경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게임임을 알 수 있다. 뛰어난 수준의 재능이나 높은 위험 부담 없이 인류 최초로 뭔가를 이뤄낸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물론 바둑과 같은 다른 형태의 보드게임도 가능한 수순의 조합이 엄청나게 많지만, 체스 말의 모습과 분위기 때문에 나에겐 체스가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체스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다고 느낀 점은, 체스를 두며 겪는 수많은 상황이 내 인생 속 교훈이 돼준다는 것이다. 흔하디흔한 진부한 얘기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명백한 사실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벨동산 | Joshua Prigge / 인문 대우강사 | 2024-04-22 17:40

이 글에는 영화 ‘아바타2’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벌써 일 년도 넘게 지난 일인데,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난 다음에 아내와 같이 극장에서 아바타2를 관람했다. 팬데믹 그리고 육아 때문에 아내와 단둘이 극장에 간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영화는 내가 예상한 만큼 우리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갈 무렵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주인공의 아들이 죽은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됐다. 그 와중에도 영화표 가격이 생각나서 ‘엔딩은 보고 나가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주인공 아들의 장례식 장면에서, 주인공은 판도라 행성의 초지성체 ‘에이와’에 자신을 연결한다. 그리고 이제는 죽어버린 자신의 어린 아들이 즐겁게 물고기를 잡으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순간 그 아들이 다 큰 모습으로 주인공 앞에 나타나서 “아빠는 왜 울고 있어요?”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기뻐서”라고 대답한다. 이 장면 이후로는 더 이상 영화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극장에서 정신없이 울었다. 오전 시간이라 극장에 사람이 많지 않아 다

노벨동산 | 이재필 / 수학 대우조교수 | 2024-03-22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