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민주주의
온라인 민주주의
  • 장수영 / 산경 교수
  • 승인 2025.02.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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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모든 대학은 정보통신 기술이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를 경험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는 대학 교육에 커다란 시련이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맛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 기간 우리는 교실, 기숙사, 식당 등의 물리적 시설이 없는 새로운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을 경험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이뤄진 온라인 교육이 기존의 대면 교육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시 이뤄진 온라인 교육에서 우리는 새로운 대학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런 온라인 교육의 기술적 가능성이 늘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단지 우리는 그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사태에 떠밀려 이를 급히 채택했고, 사태가 진정되자 신속하게 예전의 모습으로 복귀했다. 아마도 학생과 교수 등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기존의 교육 방식이 가장 편리하다고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기술적 가능성만이 변화를 불러올 수는 없다. 변화에는 번거로움과 위험이 따르며, 그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코로나19 기간, 우리는 몇 번의 선거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을 감수하며 많은 유권자는 투표장에 나가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한 형식의 투표를 수행했다.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시험과 학점 수여가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을 때였지만, 투표는 예전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했다. 과연 이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오늘날 우리는 핸드폰 앱을 이용해 쇼핑하고, 자동차나 집을 사는 대금을 계약에 맞춰 송금한다. 수십만 원부터 때론 수억의 돈을 송금한다. 이런 행위는 물론 법으로 허용된다. 얼마든지 조작될 위험이 있는 디지털 정보로 수억에 이르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국법이 허용하고 있다. 이는 그에 따른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에서 오는 편익을 생각할 때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만큼은 여전히 온라인 방식이 허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았던 새로운 대학 교육의 기술적 가능성이 우리 곁에 있었던 것처럼, 간단한 핸드폰 앱으로 전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고 이를 수합해 그 결과에 따른 민의를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적 해결책의 가능성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생각해 보면,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핸드폰 앱을 잘 활용할 경우 국회를 통한 간접 대의 민주주의는 더욱 큰 힘을 받고 빠르게 국민의 대의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하며 양 진영 모두가 민의의 편에 있다는 억지를 부릴 필요가 없다. 그런 억지는 민의를 수합하는 방법이 오프라인 투표 이외에는 도무지 없던 시절에나 가능한 논쟁이다. 우리 곁에 이미 그런 논쟁을 종식할 기술적 해결책이 있다. 그 가능성을 보려는 의지와 용기만이 필요할 뿐이다.

초연결성은 미래 인류 사회의 특징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초연결성은 이미 우리 곁에 있었다. 이제 초연결성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치를 제안하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그 제안에 담겨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온라인 세상이 있었기에, 계엄 선포에서 취소까지 단 두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는 기적이 가능했다. 초연결성이 중계하는 뉴미디어가 있었기에 총구와 장갑차 앞에 온 세상이 놀라는 용기를 보여주는 시민들이 있었다. 쟁기와 삽은 고사하고 나무 막대기보다도 작은 응원봉이 정치인들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도 수많은 개개인의 실시간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초연결성에서 비롯된다. 이렇듯 초연결성에 담긴 기술적 가능성은 온라인 민주주의를 향햐고 있다.

더 이상 험한 환경의 광장에 시민을 내모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그렇지만 온라인 공간은 이미 우리에게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가능성을 실현할 의지와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