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최동구 교수가 저자로 참여해 발간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차세대리포트 ‘국가 과학기술로 바라보는 RE100의 전략적 접근(2024. Vol. 01)’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위해서는 해당 보고서를 참고하길 바란다.

기업 전력 사용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자 하는 RE100,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글로벌 기준이 되고 있어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최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보호 의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의 탄소중립 실천과,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경영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목표를 선언하고 실천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이니셔티브가 활성화되고 있고, 이는 세계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자 최소한의 자격증으로 인식된다.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낮지만 높은 참여 의지를 보이는 한국 기업들, RE100 참여 의향에서 상위 국가로 평가돼
전 세계 전력의 70%가 산업과 상업 부분에 집중된 상황에서, RE100은 에너지 소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수요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국적 기업들의 RE100 참여 확대(2024년 3월 기준 전 세계 428개 기업이 참여)로 이들의 공급망에 포함된 국내 기업들 또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RE100 참여에 대한 강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 결과, 최근 국내에서도 △SK그룹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36개 기업이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기업들은 RE100에 참여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장애물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2023년 12월 기준 1차 에너지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5.21%, 총발전량 대비 8.1%에 불과하다. 또한, 발전사와 직접 계약(PPA)이나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등 RE100 이행을 위한 비용이 매우 비싸,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RE100 달성이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전환의 △높은 비용 △불안정한 공급 인프라 △지리적·기후적 한계 등으로 국내 기업들은 RE100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결과적으로 RE100은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에 향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RE100 참여 기반을 마련하고 있지만, 인프라 확충과 정책 일관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2021년 한국형 RE100(K-RE100) 시스템을 도입해 이행 수단들을 제공하는 등 기업들의 RE100 참여 확대와 이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비용 절감을 통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으며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국가 기본계획 등 상위 국가 계획의 목표와 실제 정책 이행 수준이 일치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면서 재생에너지 정책 이행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시범 운영,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 발표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를 보이며, RE100 지원 정책에 대한 산업계의 혼란을 방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제도 개선과 참여 유인,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이 RE100 성공의 관건으로 꼽혀
우리나라 기업들의 RE100 참여와 목표 달성을 위해 최근 많은 전문가가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의 RE100 참여와 목표 달성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방안들로 아래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 다양한 이행 수단들이 현실적으로 활용되기 어렵거나 걸림돌이 되는 사항들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주로 녹색 프리미엄 방식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있으나, 이 방식은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효과가 크지 않다.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가격을 낮추고 기업과 발전사업자 간 직접 전력구매 계약(PPA)의 발전설비에 대한 보조금 지원 및 망 이용료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행 수단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PPA 계약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투자와 RE100 참여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위한 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기업들이 더 쉽게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금융 지원 확대 △RE100 참여 기업에 대해 정부 조달 우대 △녹색 인증 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R&D 계획과 지원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단가를 낮추고 효율을 향상할 수 있는 기술 확보를 위한 R&D 지원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및 무탄소 에너지(△원자력 △청정수소 △SMR △CCUS 등)에 대한 R&D 기획 시, 실증과 상업화 연계를 위한 R&D 기획과 투자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해 시스템적 고려가 필요하며, 저비용 독립 그리드(Grid) 구축과 섹터 커플링 등 새로운 기술 접근을 모색하고 인프라 개선도 중요하다. 또한, 재생에너지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전문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대학과 각종 연구 및 교육 기관의 지원을 확대 △산학협력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기존 에너지 산업 종사자들의 재교육을 통해 원활한 산업 전환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재생에너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등 시장 관점의 단기적 정책과 함께 재생에너지 기술 혁신을 위한 R&D 지원 강화,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장기적 정책이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환경과 기술 발전 추세에 맞춰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보완돼야 할 것이다. 또한, 단기 및 장기 정책 간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정책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RE100 외에도 △SBTs(Science Based Targets) △EP100(Energy Productivity 100%) △EV100(Electric Vehicles 100%) 등 기업의 자발적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다양한 국제 이니셔티브들이 존재한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새로운 경영 전략이자 국제 경제 질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향후 더 많은 유사 이니셔티브나 규제들이 등장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기업과 정부는 RE100에 대한 단편적인 대응을 넘어, RE100 그 이상(Beyond RE100)의 관점에서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통합적이고 선제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규제 대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임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