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질문을 던지자
단순한 질문을 던지자
  • 김광순 / 생명 조교수
  • 승인 2024.11.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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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참석한 면역학회에서 내게 가장 재미있었던 연구 내용의 결론 중 하나는 ‘엄마 말씀 잘 듣자. 가려운데 자꾸 긁으 면 안 좋다’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서 우 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가려움을 느끼고, 가려운 피부염 부위를 긁어서 얻 는 만족감 대신, 피부염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경과 면역 체 계의 상호작용을 제시한 결론이라 생각된 다. 각 생명 분야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요구되는 연구지만 가장 중요하고 내심 부러운 점은 단순해 보이는 현상을 바탕 으로 단순하고 좋은 과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연구자의 통찰력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정보, 소위 빅데이터에 노출되어 있 으며, ChatGPT와 같은 AI를 통해서 우리 가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또한 비디오 매체 등을 통해서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정보를 학습할 수 있다. 과거 에 비해서 과학 연구를 하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전공 서적을 읽고 도서관에서 저널을 찾아 복사해 가 며 공부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긴 호흡으 로 공부했던 기억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물론 내가 25년 전 대학원 준비를 했던 학부생 때의 경험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우스운 질문 을 했었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어설픈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단순하고 순진할 지 모르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얻는 노력과 사유 과정은 연구자에게 필 요한 중요한 경험이었다. 물론 상당수의 질문은 누군가 답을 이미 내놓은 경우가 많았고 상당한 수고를 거친 뒤에 ‘이건 아 니네’라는 결론으로 끝난 것들이 많았다. 돌이켜 보면 박사 학위 과정 내내, 대학원 생과 같이 연구하고 있는 현재에도 그런 것 같다. 단순하고 좋은 과학적 질문을 사 유해 내고 그 중요성을 고찰하는 것은 모 든 연구자가 갖는 어려움일 것 같다. 

빅데이터나 AI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답 을 찾는 과정이 과거보다는 쉬워진 것 같 다. 면역학 연구자로서 최근 논문들을 보 면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과 같은 빅데이 터를 활용하는 연구 결과들이 정말 많아 졌다. 하지만 빅데이터 활용 자체가 연구 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데 이터 기반 연구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가설 기반 연구를 통해 데이터 기반 연구 결과들이 증명될 때 답을 얻고 자 하는 과학적 질문이 중요한 의미가 있 을 때 중요한 연구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가 쉽고 단순할수 록, 오랜 기간 인류가 공감해 왔던 과학적 질문들일수록 이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 는 연구는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과거 비슷한 연구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골고루 잘 먹자.’ 엄마 말씀 중 하나다. 다양한 음식 항원 섭취를 통해서 면역 억 제를 유도하는 다양한 항원 특이적 조절 세포가 장내에 많을수록 음식 알레르기와 같은 과도한 면역 반응을 보다 잘 억제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지 금은 고인이 되신 찰스 서 교수님과 함께 연구 초기에 갖고 있던 단순한 질문에 대 한 답을 여러 해 동안 찾고자 했던 연구 의 결과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의미 깊 은 연구였다. 

비단 이러한 과정은 연구자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학부생들도 저마다의 고민하 고 각자 중요하게 생각되는 질문들이 있 을 것이다. 없다면, 경험을 통해 답을 내 리고 싶은 단순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만 들어 보았으면 한다. 이 중 일부는 과학자 로서 앞으로의 모습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빅데이터나 AI가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첨단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다. 계속된 생각 과 물음, 그 의미를 고민해 보는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 라 생각한다. 우리대학의 차세대 과학자로 성장할 학생들에게 바라는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