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48건)

우리대학의 밤은 칠흑같이 어둡다. 하지만 난 이 어두운 교정을 즐겨 산책한다. 밤을 잊은 연구실들의 불빛, 도서관의 장관, 통나무집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대한 숲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달과 수많은 별 등은 서울 쪽에서 오래 공부한 인문학 전공자에게는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이곳으로 내려온 지 여러 해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발적 유배’로 부르는 포항 생활은 여전히 호기심과 경이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적응되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의 모습은 매 순간 나의 예상을 여지없이 뒤엎어버린다. 공대생들은 사물을 지각하는 방식, 문화예술을 이해하는 시각, 감수성의 확보 차원에서 인문계 학생들과 판이한 느낌이다. 수업 시간 역시 재미와 놀라움의 연속이다. 서정주의 시 하나를 언급했던 작년 생각이 난다. 옷이 문지방에 걸리자 그것을 신부의 욕정 탓으로 착각하며 줄행랑쳤던 꼬마 신랑 얘기다. 수년이 흐른 후 신부 집을 지나칠 때 여전히 다소곳이 앉아있던 신부의 몸에 손을 댔더니 먼지로 화하더라는 얘기. 앞으로부터 정확하게 5번째 줄에 앉아있는 남학생 두 명이 소곤거리는 대화가 내 귀에 들린다. “에이, 저건 말이 안 돼”

노벨동산 | 이상빈 / 인문 대우교수 | 2019-11-08 15:34

올해는 진화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이 출간된 지 160년째 되는 해이다. 안타깝게도 진화생물학이 발달한 서구에 비해 국내에서는 다윈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다. 그 위상은 국내 대학 생물학과에서 진화생물학 전공 교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서구 대학의 경우 전체 생물학과 교원 중 진화생물학 전공자가 적어도 25% 이상이다. 생물학이라는 넓디넓은 분야에서 진화생물학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며 생물학 하위 분야들을 엮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여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유전학자 도브잔스키의 명언은 아직도 회자된다. “모든 생물학은 진화론의 시각에서만 이치에 맞다.” 다윈의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는 원생동물부터 인간까지 모든 생명의 진화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원리가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동시대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이 지질 현상의 일반 원리가 오랜 시간 동안 점진적으로 작용해 현재의 지구를 형성시켰음을 보여줬듯이, 다윈은 자연 선택이라는 일반 원리가 점진적으로 작용해 생물이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윈의 자연 선택론은 아직 성서의 힘이 강력했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제시된 생물의 진화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일반 원

노벨동산 | 김준홍 / 인문 대우조교수 | 2019-10-18 17:32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공지능 스카이넷은 인간과 전쟁한다. 이에 맞선 대항군의 리더 존 코너는 인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로봇 T-800을 과거로 보낸다. 대항군 지도자의 엄마가 될 사라 코너는 T-800과 함께 미래에서 온 T-1000에 맞서 싸워 인간의 미래를 지킨다. 1991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2’의 스토리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스토리는 많은 영화와 소설의 소재가 돼왔다. 이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맞서 싸워야 한다. 자신의 직업을 지키기 위해서.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만든다면, 우리는 대학 생활을 통해 어떤 능력을 키워야 미래의 직업을 지킬 수 있을까?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기반 기계학습을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처리한다. 예를 들어 알파고는 수많은 바둑 게임의 경우의 수를 학습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 쉬지 않고, 먹지 않고, 잠들지 않고 학습 가능한 인공지능과 우리는 어떻게 싸워 이길 수 있을까? 그런데, 인간은 인공지능

노벨동산 | 김상욱 / 생명 교수 | 2019-09-05 19:43

이른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이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사전 위원회는 탈진실을 당해의 상징 단어로 선정했다. 탈진실이란 “객관적 사실이 공중의 의견을 형성하는데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 영향력을 덜 끼치는 환경”을 뜻한다 (해당 사전의 정의). 탈진실의 시대에 진실이라고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는 것, 즉 루머가 넘쳐나고 있다.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진실처럼 보이는 것 혹은 진실이어야만 하는 것을 믿는다. 이러한 루머는 정치, 경제, 연예, 위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당 루머들의 작동원리를 올바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이 루머가 정치인을 낙마시키고, 연예인들의 목숨을 빼앗으며,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 기반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더욱더 쉽게 거짓 루머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검증하기보다는 유튜브 등을 통한 단순 소비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온라인 카페나 밴드의 메시지를 통한 공유에 집중한다. 하버드 대학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루머가 퍼져나가는 원리로 다음 세 가

노벨동산 | 김진희 / 인문 부교수 | 2019-06-13 13:40

유학 생활을 마치고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필자에게 강의를 배정해주신 모 대학교 사학과 교수님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초임 강사인 필자 앞에 앉아 근엄하게 식사 하시는 노교수님들의 얼굴에는 잔뜩 인상이 찌푸려져 있어 학과 차원에서 무슨 큰 고민이 있는 듯했다. 학과장님께 어렵게 그 연유를 여쭤봤더니, 사학과가 제공하는 교양과목들의 수강생 숫자가 너무 적으니 수를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학교 본부의 압박이 심하다는 토로를 하셨다. 수강생이 부족한 교양과목을 어떻게 하면 최고 인기 과목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를 논의하기 위해 학과 차원에서 회의를 수없이 진행했으나, 수십 년간 전공 분야라는 한 우물을 깊게 파 온 원로 교수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교수법을 급진적으로 바꾸거나 과목의 커리큘럼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인기 없는 교양과목의 이름을 자극적이고 눈에 띄게, 즉 ‘섹시’하게 바꿔 학생들이 이에 ‘혹해서’ 들어오게 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는 말씀과 함께 학과장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셨다. 저녁을 먹고 나온 후 어두워진 하늘의 별들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으시면서 ‘서양

노벨동산 | 원태준 / 인문 대우조교수 | 2019-05-17 11:36

“현수 하고 싶은 거 해.”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분식집 주인(김부선 분)이 고등학생 현수(권상우 분)에게 하는 대사이다. 헛웃음을 짓게 하는 이 장면은 이후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나이 차이 크게 나는 성인이 미성년자를 유혹하는 외설적 상황은 왜 헛웃음을 나게 할까? 저 대사는 마치 자유를 권유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대상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 주길 권고한다. 분식집 주인은 사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현수가 선택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때문에 저 대사는 외설적이기 이전에 역설적이고 그것을 느낀 우리는 헛웃음을 웃는다.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은 현수와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주저한다. “왜 그래…” 그런 현수에게 분식집 주인은 짜증스럽게 묻는다. 분식집 주인은 기성세대다. 주저하는 젊은이들이 한심하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짜증이 난다. 하고 싶은 거 하라면서 짜증을 내는 기성세대의 반응이 젊은이들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현대사회의 현수들은 피곤하다.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이기적면서도, 개인의 삶에서의 포기도 빠르다”라며 비판받는다. 기성세대의 비판이 다가 아니다. 흔들리고 혼란스러운 현수는 자기 비관에

노벨동산 | 정대영 / 인문 조교수 | 2019-04-24 13:37

2016년 11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하는 광장에서의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즈음, 미래사회를 구상하는 한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촛불시위 현장을 담은 스크린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이미 주어진 국가에서만 살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당신의 국가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최초의 가상국가인 비트네이션의 설립자, 수잔 타르코프스키 템펠호프는 전통적인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공동체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역설하는 야심 찬 발제를 열정적으로 이어나갔다.탈중심적인 국경 없는 자발적 국가(Decentralized Borderless Voluntary Nation; DBVN)를 천명하는 비트네이션은 2014년 7월에 설립됐다. 나아가 2016년에 이르러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계약 기능을 구현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인 이더리움과의 협약을 통해 헌법을 공포하는 등, 실질적인 국가의 지위를 갖춘 가상국가의 실현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이름과 이메일 정도의 정보만 제공하면 누구나 비트네이션의 시민이 돼 비트네이션에서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시민들이 탈 영토적인 온라인

노벨동산 | 정채연 / 인문 대우조교수 | 2019-03-29 16:50

어느새 늘어버린 나잇살을 빼야겠다는 이유로 교정 산책을 시작했다. 매번 비슷한 코스로 산책하다 보니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이 알아서 눈에 들어온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교정에도 바야흐로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은 목련이다. 겨우내 손가락만 한 겨울눈 안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땅이 녹기 시작하고 따듯해지면 어느 날 갑자기 아기 손만 한 꽃이 받침도 없이 홀연히 나타난다. 크고 하얀 꽃송이가 일제히 피어나는 장면은 진정 장관이다. 비록 떨어질 때 남루한 모습이 안쓰럽지만, 목련 나무가 일제히 하얀 꽃들을 내뿜듯이 매달고 있는 이삼 주 간은 정말 황홀하다. 교정에서 가장 멋진 목련을 볼 수 있는 곳은 노벨동산에서 RIST 식당으로 가는 샛길이다. 4월로 접어들어 온 교정이 흩날리는 벚꽃으로 만발하면 누구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까?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처럼 벚꽃은 시간을 거슬러 순진했던 청년 시절의 기억을 절로 불러온다. 벚꽃은 피는 순간부터 떨어지기를 기다린 양 포항의 매서운 바람 때문에 채 몇 주를 버티지 못한다. 김훈 작가는 ‘자전거 여행’에서 봄꽃 들이 저마다 멋을 가지고 떨어지는 모습을 이렇게 쓰고 있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노벨동산 | 이승우 / 생명 교수 | 2019-02-28 03:03

최근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향유고래의 위장에서 6kg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우리나라 어민들이 평소에 다양한 수산물의 위장에서 수많은 플라스틱과 비닐봉지를 발견한다는 내용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해양 관련 연구를 하고 친환경 플라스틱 연구와 사업도 진행하다 보니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은 더 깊이 다가온다. 현대 인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지구에 저장된 화석 연료의 도움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현대 인류는 오랫동안 저장된 화석 연료를 짧은 기간에 낭비하는 동시에 플라스틱화해 지구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하고 난분해성인 쓰레기들을 후세에게 물려주면서 살아가는 무책임한 집단이기도 하다.대부분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잘 안 되고, 소각돼 다이옥신 등의 난분해성 위험 물질을 환경에 배출하기도 하며, 자연에 그대로 버려져서 궁극적으로 미세플라스틱화된다. 이런 난분해성 위험 물질과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생태계의 청소부들에 의해서 먹이사슬에 진입하게 되고, 결국 먹이사슬 정점에 서 있는 인류의 체내에 유입되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건강을 해치고 있을 것이다. 환경친화

노벨동산 | 황동수 / 환경·융합생명 부교수 | 2019-01-05 01:34

현재의 유행이 미래 사회에서의 보편적인 모습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 유행의 강도나 소수의 무리한 추진에 의해서가 아니라 결국 과학 기술적 측면에서의 구현 용이성과 인문 사회학적인 측면에서의 수요에 의해 예측할 수 있다. 지난 1년간의 비트코인 광풍이 지나간 후 이제 블록체인 기술은 좀 더 완만한 속도이지만 꾸준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듯하다.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미래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식으로든 산업에 활용돼 우리 사회에 영향을 주리라는 것이다. 그 수준은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기업 및 정부 시스템 정도의 작은 수준에서 탈중앙화 경제 시스템이라는 애초의 가상화폐가 가지는 목표를 실현하는 큰 수준 중간의 어느 지점일 것이다.지난 3월 선언되어 추진되고 있는 연세대와의 개방·공유 캠퍼스의 한 분과로 블록체인캠퍼스가 선정됐다. 하나의 큰 주제 하에서 시너지가 큰 협동 및 융합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목표인 타 분과와 달리 블록체인캠퍼스 분과는 블록체인 기술을 캠퍼스에 도입해 학내 구성원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에서 그 차이점이 있다. 캠퍼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는 고려해야 할 점이 존재한다. 4차 산업의

노벨동산 | 심재윤(전자) / 산학처장 | 2018-12-12 14:23

지난 3월 우리대학과 연세대는 서로의 캠퍼스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대학의 역할과 지향하는 교육, 연구, 산학의 협력 모델을 재정의하기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두 대학의 산발적 협업 수준이 아니라 전면적인 협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 대학 간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다. ‘포스텍-연세대학교 개방·공유 캠퍼스’에서 추진하는 중점 연구 분야 중 하나인 에너지 소재 분야는 차세대 교통수단인 전기자동차의 출현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이 있는 이차전지 소재 기반에 대한 협력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에 필요한 4대 소재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양극과 음극 소재에 집중해 에너지 소재 분야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차세대 에너지 소재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선도하고자 한다. 이런 이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에너지 소재 분야는 태양전지, 연료전지, 인공 광합성 및 물 분해 소재 등 에너지의 소비, 생산, 분배에 관련된 전반적인 소재 연구 분야로 확대해 연구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노벨동산 | 강병우 / 신소재 부교수 | 2018-11-29 11:27

작년 가을, 계절이 딱 이맘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방문 일정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인천 송도로 향했다. 우리가 연세대와 개방 공유 협력을 추진하게 되었고 상견례를 겸해 첫 회의를 하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그날을 기점으로 ‘미래도시’는 ‘바이오’와 함께 연구 분야 협력의 양대 축 중 하나로서, 우리대학과 연세대 간의 개방적 협력 노력의 선발대가 됐다. 그 후 몇 번의 회의를 더 거치며, 대학의 혁신에 대한 양 대학 총장님들의 의지에 참여 구성원들의 노력이 더해져, 처음의 그 생소해 보이던 주제는 몰라볼 만큼 구체화됐다. 협력의 범위도 점차 넓어져, 바이오와 미래도시 이외에도, 교무/학생, 에너지 소재, 블록체인 캠퍼스 등 여러 ‘분과’가 만들어지며, 분과 간에 경쟁이라도 하듯 빠른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협력의 이유: 미래도시의 가능성, 국가 차원의 대비는 충분한가?미래도시 분과의 협력이 시작된 시점은 양 대학에 서로 비슷한 이름을 가진 연구소가 이제 막 출범한 상태였다. 연세대는 ‘미래도시와 사회 연구원’, 우리대학은 ‘미래도시 연구센터’로 이름이 서로 유사할 뿐 아니라, 각 대학 내 연구 역량을 집결하고 대외적으로 개방적 협력을

노벨동산 | 곽지영(산경) / 산학협력전담교수 | 2018-11-07 15:07

우리대학과 연세대는 지난 3월, 개방·공유 캠퍼스 선언을 통해 교육, 연구, 산학을 포함하는 전면적 협력을 시작했다. 두 대학이 보유한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공유해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각 대학의 경쟁력을 가속시켜 궁극적으로 최고의 글로벌 대학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데 그 협력의 지향점을 두고 있다. 최근 국내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대학재정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대학 간의 연합은 어쩌면 우리나라 대학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닐까 한다. 우리대학과 연세대가 개방과 공유의 성공적인 협력 구축 사례를 만들어 국내·외 대학들의 대학 간 상생협력의 훌륭한 모델로 제시되길 기원한다.‘포스텍-연세대학교 개방·공유 캠퍼스’에서 추진하는 중점 연구 분야 중 하나인 바이오 분야는 우선 바이오 메디컬 헬스케어 연구에 비중을 두고 현재 △암 △줄기세포 △면역 △뇌 신경생물 △구조생물 △바이오 소재 △생체 3D 프린팅 △의료 기기 등의 세부 주제를 포함하는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는 다양한 영역의 첨단 연구 인력과 인프라 그리고 분야 간 긴밀한 융합연구가 요구되는바, 양교의 전략적 연합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단순한 산술적인

노벨동산 | 한진관(생명) / 이학장 | 2018-10-11 00:21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가 바라던 꿈이었다. 수 만금의 돈과 엄청난 인력을 동원했지만, 불로초를 구하지 못했던 진시황은 천하를 얻고도 50년을 살았을 뿐이다. 불로초가 아니더라도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과학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지난(至難)한 일이다. 자체적인 신약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약업계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선택했다. 노바티스, 머크, 화이자와 같은 거대 제약회사조차도 외부의 기술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방형 혁신을 선택했다. 실제로 1988년부터 25년간 281개의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이 자체개발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보다 3배가 높았다고 한다. 제약회사에 개방형 혁신은 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개방형 혁신은 제약회사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열광하는 K-POP에도 마찬가지 화두를 던졌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인 H.O.T, 젝스키스, SES를 거치면서 역량을 다진 K-POP은, 강남스타일의 싸이와 올해에만 빌보드 200에 두 번이나 1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키면서 K-POP의 글로벌 전성기를

노벨동산 | 전상민(화공) 교무처장 | 2018-09-19 19:00

최근의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갑질 사건’ 등으로 인해서 관심을 받는 주제 중 하나가 “어떻게 소통을 잘 할 것인가?”이다. 소통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이며, 소통에는 여러 가지 원리나 방법들이 있지만, 특히 ‘대화의 기술’에 대해서 살펴보자.인디언 부족이 대화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했다. 소위 ‘돌아가며 말하기’라는 대화방식인데, 독수리 깃털 같은 신성한 물건을 원을 이루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에게 전달한다. 이 물건을 가진 사람이 말을 하는 동안, 다른 참석자들은 그의 말에만 귀를 기울인다. 이 물건은 원을 따라 돌아가는데, 각 참석자는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말하거나 끼어들지 않는다. 차례가 된 사람은 먼저 감사를 표하고, 그런 다음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이렇게 고상한 대화의 장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없다. 현대 사회는 자기 생각을 남들에게 주장하기 바쁘고, 나를 알리는 것이 최우선이고, 상대방에게 인신공격과 막말까지도 하곤 한다. 따라서 ‘대화의 다섯 가지 원칙’을 여기에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대화 원칙 1번: 말 자르지 않기상대방이 말을 하는 중에도 습관적으로 “그런데~”, “아니~” 하고 중간에 끼어들어 자기 말을 하는

노벨동산 | 김수영 / 인문 교수 | 2018-05-10 15:38

30대 후반의 나이로 40대를 곧 맞이하게 될 요즘, ‘슈가맨’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종종 보게 된다. 지금은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옛날 가수들을 소환해 그때를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것을 볼 때마다, 그 노래가 유행하던, 어쩌면 나의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자유롭고 행복했던 20대 초반을 생각나게 해줘 추억에 젖곤 한다. 20대에는 참으로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대학의 학업 환경, 너무나도 크게 주어진 자유, 불안정한 미래, 선택의 갈림길 등을 마주쳤지만, 뭘 해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다.나는 대학 학부를 8년하고도 반을 더 다녔다. 그간 4년의 학기, 3년의 군대, 1.5년의 휴학이 있었다. 지금 느끼는 단 한 가지는 “그때 정말 잘했다!”라는 것이다. 3학년 1학기에 군대에 가기로 한 이유는 여러 방황을 한 후였다.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와 기계공학과에 왔기에, 새로운 공학 과목을 따라가기에는 벅찼다. 잘해 나가는 친구들을 보고 좌절감을 맛보며 “내게 이 길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방황이 시작됐고, 게임에 매진했으며,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공학이

노벨동산 | 노준석 / 기계·화공 교수 | 2018-04-18 17:33

과학기술은 인류가 처한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이 사실을 묘사할 때, 우리는 ‘싸움’, ‘정복’ 등의 단어를 사용한다. 이 단어들은 기아와 질병 같은 역경들과 인간이 싸워 승리했다는 표현인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 표현은 조금 어색하다.싸움엔 서로 의지를 거스르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과학기술의 경우 그 과학기술이 적용되는 대상은 ‘자연(自然)’이고, 그 자연은 문자 그대로 그냥 거기에, 자기(自)의 원리에 따라 그렇게(然) 있는 것이지 어떤 의지를 갖추고 인간과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생각해보면, 과학기술과 그 과학기술이 적용되는 자연 간에는 어떤 대립도 싸움도 없다. 특정 물질에 생명체는 이렇게 저렇게 반응할 뿐이고, 힘을 가하면 물질은 이렇게 저렇게 변형될 뿐이지, 그 생명체나 물질이 자신의 의지를 고집하거나 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은 결코 아니다.다만, 과학기술을 소유한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그 과학기술의 사용을 제한할 수는 있다. 이 경우, 그 과학기술을 가진 자는 못 가진 자가 그 과학기술을 사용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 곧 힘을 갖게 된다. 이런 경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있을 수 있는 의지의 충

노벨동산 | 장수영 / 산경 교수 | 2018-03-28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