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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지 어언 3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인식에서 위험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대면 접촉과 사회적 교류는 위험 대상이 됐고, 마스크 착용은 필수로 자리잡았다. 비대면 업무와 미팅이 확대됨에 따라 사이버 범죄, 해킹의 문제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또한, 팬데믹 동안 통제하기 어려웠던 일회용 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은 지난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의 핵심 논제로 자리 잡은 기후변화 위험을 증대시켰고, 고온, 폭우, 태풍 등 극단적 자연재해의 발생 등으로 이는 더욱 시급한 국제과제로서 논의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일상에서의 위험에 관한 인식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크게 증가시켰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은 1986년 발간한 저서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를 통해 위험이 인간 사회의 중심 현상이 됨을 논했다. △과학과 기술 발전 △급속한 경제성장 △환경에 관한 경각심 부족 등과 함께 형성된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에서의 위험은 인간 사회 패러다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현 사회는 어느새 울리히 벡이 정의한 위험사회로 이미 진입한 듯하다.현재

노벨동산 | 정광민 / 산경 조교수 | 2022-12-10 01:42

올해 여름 박사 학위를 받고 포항 바다를 처음 마주했다. 언제 놀러 오면 물회와 과메기를 사겠다며 보스턴과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공수표를 날렸다. 짧은 방학은 금방 끝나버렸다. 곧 우리 포스테키안들에게 ‘한국과학기술사’와 ‘한국근현대사의 이해’라는 수업을 가르치기 위해 무은재기념관의 낯선 강의실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교육 경험이 일천한 내게 수십 개의 영롱한 눈동자는 자못 부담이 됐다. 그래도 내겐 나름대로 미리 생각해 둔 목표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무리한 부담을 지우지 않으며 그들의 전공 너머에도 꽤 흥미롭고 알 가치가 있는 넓은 세상이 있음을 느끼게 도와주는, 그런 교양 수업 혹은 과학기술학 부전공 수업을 해보자는 것이었다.그러나 그럴듯한 목표도 초보 교수자의 미숙함을 가릴 수는 없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무엇보다 수업 시간 75분을 계획한 바대로 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수업을 마치기 일쑤였다. 호기롭게 어떤 사전 지식도 상정하지 않고 수업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으리라 과신했건만, “여기까지는 고등학교 때 배우셨죠”라든지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따위의 말을 무신경하게 내뱉고는 혼자 지레 뜨끔한 적도 한두

노벨동산 | 이종식 / 인문 조교수 | 2022-11-13 01:15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는 오즈의 마법사가 가진 마법을 사용해 고향 캔자스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위대해 보였던 마법사의 실체는 늙은 공학자였음이 폭로되고, 공학자가 오랫동안 만들었다는 열기구를 함께 타려 했지만, 이마저 타지 못하게 된 도로시는 크게 낙심한다. 이런 도로시에게 착한 마녀는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이미 도로시 안에 있었음을 알려준다. “내 집같이 좋은 곳은 없어”라고 말하며 발뒤꿈치를 마주치는 간단한 행동을 통해 도로시가 고향으로 귀환하며 이 동화는 끝난다.오즈 사람들이 공학자가 만든 기술의 산물을 마법이라 생각했다는 것은 그들이 어리석었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다. 공상과학 영화의 효시로 불리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원작자 아서 C. 클라크는 “앞서가는 기술은 마술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생각해 보면 많은 혁신적 기술들이 처음엔 초자연적 마술의 모습으로 등장해 우리를 매혹하며 우리의 생사화복을 쥐고 있는 듯 군림한다. 그러다 점차 많은 사람에게 과학적 원리가 폭로되거나 이해돼 기술의 지위는 낮아져 상식이 된다. 기술 혁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노벨동산 | 장수영 / 산경 교수 | 2022-09-14 20:19

나는 포항에서 태어나 지곡에서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렸을 때는 포항 밖의 세상에 대해 막연한 호기심이 있어 어디가 됐든 대학은 무조건 포항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시절부터 우리대학은 나에게 특별했던 것 같다. 과학 잡지나 백과사전을 읽으면서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나 전기로 사람의 목소리와 영상이 전달되는 원리 등 과학, 공학에 관심을 두게 됐고,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을 특히 좋아했다. 학구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우리대학 캠퍼스를 지나다니며 저 건물에서 지금 어떤 새로운 과학 기술을 만들고 있을까 상상했다. 학부 전공으로 물리학을 선택했는데 당시 우리대학 물리학과 학부생이었던 과외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사실 물리는 제일 자신이 없는 과목이었다. 완전히 뒤죽박죽이었던 물리 개념들과 사고의 흐름을 바로잡아 주셨고, 시간이 걸렸지만 점차 물리 공포증을 극복하게 됐다. 물리를 전공하면 나중에 뭐든지 잘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을 믿어 물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우리대학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다시 포항으로 돌아오게 됐다. 고등학교를

노벨동산 | 김종환 / 신소재 조교수 | 2022-06-20 00:12

“막대와 돌로 내 뼈를 부러뜨릴 수 있지만, 말로는 나를 다치게 하지 못한다”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뼈 때린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어르신들은 혹 ‘골 때린다’의 유의어라고 착각할지 모르나, 골 때리는 일은 어이없는 상황에서 쓰이고, 뼈 때리는 건 지나치게 솔직한 말로 정곡을 찌르는 일. 유의어로 ‘돌직구’와 ‘팩트 폭력’이 있다. 이들은 모두 글자 그대로 말의 폭력성을 가리킨다. 영국 속담도 상대가 아무리 험한 말로 위협하고 야비하게 조롱해도 무시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지, 정말 내 마음이 아무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작년 말에 나는 포스텍 문명시민교육원 원장이 됐다. 지난 2019년 개원한 이래, 소설가 김훈을 필두로 △윤태호 △유홍준 △공지영 △은희경 △김기문 △성영철 △정재승 △손숙 △장사익 △승효상 △유현준 △반기문 등 삼척동자도 다 아는 명사들을 초청해 수강 신청을 시작하자마자 국제관 국제회의장이 전석 매진됐다는 포항의 전설, 문명시민강좌가 바로 교육원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덜컥 일을 맡기는 했으나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고, 무엇보다도 과연 내가 문명 시민이기는 한지조차 자신이 없었다.‘문명’하면 세계 4

노벨동산 | 우정아 / 인문사회학부 부교수 | 2022-05-02 22:59

작년 12월에 컴퓨터공학과 조교수로 부임했다. 당시에도 코로나19 사태로 내가 있던 미국, 고향인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정신없이 돌아갔다. 입국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자가격리도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추운 겨울 날씨에도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그로부터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포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거 공간이 생겼고, 우리대학 학식도 먹었고, 버거킹과 테라로사도 가봤다. 포항의 여러 가게를 들른 것만으로도 포항 주민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포항에 머무른 기간을 생각했을 때 이 정도면 잘 적응한 것 같다.시기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 취득 후 연구원을 할 때, 그중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코로나19가 유행해 많은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포항 새내기 조교수로서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포항에서 가보지 못한 곳도 수두룩하다. 포항 곳곳을 방문해보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로 미루게 될 것 같다. 이런 점은 슬프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한적한 곳에서 사진도 찍을 수

노벨동산 | times | 2022-03-27 16:38

이번 방학은 쉬었다. 학과의 정규직 교수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위의 교수들은 제각각 업무와 연구로 방학을 채운다. 개인적으로 나는 논문을 쓰지 않는 첫 방학을 보냈다. 기억하는 한 처음이다. 작년 12월 방학을 시작하고 나서 자연스레 쉬고 있었다. 마치 여느 방학과 다름없이 자연스러웠지만, 논문 생산에 돌입하지 않은 첫 방학이었다. 낯선 변화가 자연스러운 시간처럼 내게 찾아온 것이다.논문 작업뿐만이 아니었다. 겨울 방학 즈음해서 지난 10년여 이끌어오던 세미나를 정리했다. 박사 학위를 마친 후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공부의 한 축이었다. 나는 한국의 근대 소비문화 연구로 박사 논문을 마친 후에 여러 학교의 연구자들과 시작한 ‘돈과 인문학’ 세미나를 10년간 꾸려왔다. 간간이 우리대학 POVIS 게시판에도 세미나 행사를 홍보한 적이 있다. 오랜 공부 모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정리했다. 관계가 기울어진 이는 친구가 아닌 동료 연구자로 관계를 정리했다. 친구와 동료는 다르다. 친구는 가깝지만 동료는 가깝고도 멀다. 또 다른 지인에게는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요새 내가 정리 주간에 들어간 모양이니 나만 연락하는 관계라면 안 하련다’라고. 먼저 연락하지 않는, 지인

노벨동산 | 권창규 / 인문사회학부 대우조교수 | 2022-02-26 21:38

학교에 부임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무은재학부 지도교수로 지낸 지도 3년이 됐다. 무은재학부생들과 면담하며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은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이 무엇인지 혹은 내게 안 맞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진로 선택처럼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도움된다. 다양한 경험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을 찾는 데도 도움된다. 나는 내가 있는 장소와 계절을 잘 누리고 즐기는 것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포항에 오기 전인 2018년, 나는 스위스에 있었다. 스위스의 연말은 동화 같았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동네 중심가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캐롤이 울려 퍼졌다. 일과 후에 연구실 동료들과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며 따뜻한 와인인 뱅쇼를 사 마시던 기억이 난다. 한국 카페에서 파는 과일 차 같은 뱅쇼와는 다르게 럼이 들어간 뱅쇼, 꼬냑이 들어간 뱅쇼 등 다양한 술이 들어 있어서 신기했다. 스위스 이야기를 하면 눈 쌓인 알프스 산맥도 빼놓을 수 없다. 한여름에도 학교 연구실 창문 밖으로 저 멀리 눈 쌓인 몽블랑이 보였다. 겨울이 되면 설산이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스키장이 곳곳에 있어서 스노보드를

노벨동산 | 이안나 / 기계 조교수 | 2022-01-07 01:22

인생은 위기와 안정기의 순환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랬듯 안정기를 지나 한두 개의 작거나 큰 위기들이 인생에 찾아온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마치 인생의 큰 숙제인 것처럼 온 힘을 다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길 희망한다.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기도를 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결과가 좋든 나쁘든 많은 것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결국 이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작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우선, 위기를 넘길 수 있음으로부터 안정기에 들어설 수 있음에 대한 고마움 등 작고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해 주변의 것들과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과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비로소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런 감사함은 내가 지금 존재하는 주변 상황들을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주며, 평소보다 좀 더 너그럽고 겸손해질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상황에 대해 적응력이 너무 빨라서인지 이런 시기도 잠시뿐이다. 점차 초심을 잃고 감사함은 무뎌지며, 안정기에 익숙해지고 현실의 고마움을 당연하다고 여겨질 때쯤 또다시 다른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노벨동산 | 이준민 / 신소재 조교수 | 2021-12-14 02:03

이번에 컴퓨터공학과 학부 전공필수 과목인 알고리즘을 강의하면서, 십 년 만에 알고리즘 교과서를 다시 꺼냈다. 십여 년 전 학부생 시절에 구입한 이후 여러 차례의 이사를 함께 한 책이다. 한 학기의 절반이 지나간 지금, 나는 이제 책의 절반을 읽었다. 이미 학생 시절에 여러 번 읽었던 책이지만, 알고리즘 연구를 하는 지금 다시 교과서를 읽으니 책이 새롭게 느껴진다. 사실 학생의 입장에서 알고리즘 과목 자체는 그리 재미있는 과목이 아니었다. 새로운 이론을 배우는 과목이라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한 테크닉을 배우는 기초적인 과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교과서를 다시 읽어보니, 다루는 내용은 간단하지만 아름답고, 동시에 컴퓨터 이론 분야에 핵심을 담은 중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대부분의 학부 전공필수 과목이 그렇듯, 알고리즘 과목은 어느 정도 체계가 정립돼 세계 어느 대학이든 비슷한 커리큘럼을 갖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역사가 오래된 학문 같지만, 컴퓨터 공학의 다른 세부 분야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이론의 역사도 70년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수업 시간에 다루는 내용은 대부분 컴퓨터 이론이 시작된 초기 20년 사이에 발표된 결과들

노벨동산 | 오은진 / 컴공 조교수 | 2021-11-14 00:58

토요일 오전, KTX 서울역에 도착해 지하철로 옮겨 타고 3호선 압구정역 3번 출구로 나와 논현로를 따라 남쪽으로 걸었다. 압구정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세월의 변화가 궁금해서인지 약속 장소인 카페 다이아만티노까지 걷는 동안 거리의 풍경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오전 산책을 즐기며 약속 시각보다 아주 일찍 도착했는데… 이런, 아직 오픈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바로 옆 스타벅스로 들어가 노트북을 펴놓고 일을 했다. 나는 두 해 전 딸아이의 과외 활동 때문에 몇 차례 포항시 양덕동의 카페를 이용하면서 카페에서 공부하는 맛을 알게 됐다. Caltech에서 유학하던 시절, 실험이 잘 안 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캠퍼스 중앙의 카페로 가면 종종 마주쳤던 선배가 있었다. 항상 날씨 좋은 곳의 어느 그늘에나 앉아 여유롭게 논문 읽는 모습이 아주 부러웠다. 그 정도로 멋진 곳은 아니지만, 노트북을 놓고 편하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지금 여기에 있어서 감사하다.오전 미팅을 마치고 오후 일정을 위해 다시 카페 다이아만티노를 찾았다. 이 카페는 조금 특별한 곳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다이아몬드 판매, 가공 기업인 주식회사 삼신이 만들어 운영하는

노벨동산 | 윤건수 / 물리 부교수 | 2021-06-27 20:10

2020학년도 1학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면 비대면 강의가 실시된 이후, 이번 2021학년도 1학기도 비대면 강의가 확정되면서 3학기 연속으로 비대면 강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비단 강의뿐만 아니라 각종 회의 및 학회들이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마주하는 현 상황에 대해 더 깊이 묵상해 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종종 가집니다.코로나19가 우리 모두의 삶을 전반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만, 대학에서는 특히 강의의 변화가 크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험을 수반하는 일부 강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강의는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교실에서 대화하던 이전의 모습들이 아닌, 온라인상에서의 지식 공유가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고자 할 때, 개인적으로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 고민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과연 ‘교육의 본질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 대답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이전에는 교육이라는 것이 단순히 전공 지식을 전달하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이에 대한 사전적 의미가 ‘지식과 기술 등을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

노벨동산 | 김정훈/ 전자 교수 | 2021-02-28 03:13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오늘날, 비대면·비접촉 방식인 ‘언택트(Untact)’가 주목받고 있다. 언택트란, ‘접촉한다’란 의미의 ‘Contact’에 부정 의미의 접두사인 ‘Un-’을 합친 말로, 사람과의 접촉을 기술로 대체하는 활동이다. 언택트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접목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을 ‘온택트(Ontact)’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온택트 시대에서는 각자의 공간에서 업무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협업 도구가 필요하다. 그 도구의 근간이 바로 ‘클라우드(Cloud)’다. 사실, 클라우드에 기반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은 지난 수년간 사회, 경제, 산업, 문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진화했다. 미국, 유럽 등에 비해 클라우드 체제로의 전환이 비교적 더디게 진행되던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DX를 가속화·본격화하고 있다.DX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제공하는 고객 가치를 개선·개발하고 이를 제공하는 운영 플랫폼을 최적화해, 차별화된 고객 만족과 내부 운영 효율화를

노벨동산 | 서리빈 / 산경 대우조교수 | 2021-01-02 19:41

가을빛도 스러져 가는 이때,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생각한다. 50만 명에 가까운 대입 수험생들에 비하면 포스테키안은 행복하다. 소속 대학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편입을 생각하는 많은 다른 대학의 학생들에 비해도 그렇고, 대학 1학년을 마치자마자 취업 준비에 내몰려 대입 수험생 때보다 더 간절하게 공부(?)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학생에 비해도 그렇다. 굳이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행복하다. 대학 시절에 배워야 할 것들을 제대로 배울 수 있고, 경험해야 할 것들을 웬만큼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가끔 눈을 감고 이 행복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가진 것에 감사 할 수 있고 그것을 더 잘 누릴 수 있다. 미래를 계획할 때도, 현재의 만족스러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할 때 기쁘게 기운차게 그럴 수 있다. 이렇듯, 미래를 위해 건강하게 도약하기 위해서도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청춘은 머무는 시기가 아니며 대학 4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머지않은 미래에 여러분들 모두 캠퍼스를 떠나 세상의 파도를 타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캠퍼스의 행복한 시간을 잘 활용해 캠퍼스 밖의 생활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캠퍼스 바깥

노벨동산 | 박상준 / 인문 교수 | 2020-11-27 16:50

요즘 새로 조성되는 도심 공원, 아파트 단지에 꼭 한자리 꿰차는 조경수(樹)가 있다. 배롱나무다. 백일홍(百日紅) 나무, 목(木) 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오랫동안 ‘배기롱나무’로 불리다 배롱나무가 됐다고 전해진다. 긴 더위와 장맛비로 지친 사람들에게 배롱나무의 붉은색 꽃은 환희와 휴식을 준다. 20년 전 찜통더위 속 전북 고창 선운사 올라가는 길에 마주친 배롱나무는 나를 그 자리, 그 순간에 멈춰 세웠다. 그 순간 나는 붉은 배롱나무꽃에서 굉음을 내며 수직 낙하하는 폭포를 봤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몸에서 틔운 붉은색 꽃은 더위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꽃들은 대개 10일 이상 피지 않는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은 열흘 이상 붉게 피지 않는다)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력은 10년 이상 존속하지 않는다)이다. 배롱나무는 붉은 꽃을 석 달 반 이상 계속 피운다. 한 송이가 오래 피는 게 아니라 여러 꽃망울이 이어달리기하듯 꽃망울을 터트린다. 가을에 씨앗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개화 기간이 길어졌다고 한다. 서애 류성룡이 세운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과 전남 담양의 명옥헌, 강진의 백련사, 전북 고창의 선운사가 배롱나무 명소다. 껍질은 옅은 갈색으

노벨동산 | 남궁 덕 / 교육혁신센터 대우교수 | 2020-09-03 15:56

노벨동산에 실을 글을 부탁받았다. 평범한 교수도 다양한 일을 겪게 된다는 것을 알릴 기회라고 생각해서 수락했다. 난중일기를 본떠서 간결체로 작성했기에, 독자들이 글을 읽고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초등학교 입학 즈음 군인인 부친을 따라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서울에서 ‘날씨가 허리다’라는 사투리를 극복하는 데 2년이 걸렸다. ‘짧은 글짓기’는 최대 난관이었고 결국 이공계를 전공하게 됐다. 6학년 때 중학교 입시가 없어졌고, 급조된 신설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부친이 쓰러졌고, 모친이 간병하느라 동생과 1년을 살았다. 2학년 때는 이사장과 교장 선생님이 구속됐고, 3학년부터는 학교 이름이 바뀌었다. 인근의 신설 중학교는 폐교됐으니,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바랐던 부친의 뜻과는 달리, 일반 대학에 진학했다.대학 시절 목표는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공부는 대충, 연애는 열심히 했는데 학사 졸업 후, ROTC 대신 군 면제인 한국과학원(현 KAIST)에 진학해 부친을 두 번째로 실망하게 했다. 석사 후 회사에 들어갔지만, 이란혁명으로 공사 수주를 못 하는 바람에 몇 달째 월급

노벨동산 | 이건홍 / 화공 교수 | 2020-07-14 19:12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큰일을 낼 거라는 징후는 지난해 말부터 있었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은 이른바 ‘오스카 캠페인’에 뛰어든다. 8월 말 텔루라이드 영화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 영화 축제를 돌며 영화인 및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는 활동인데, ‘기생충’은 넷플릭스 같은 거대 기업만큼 마케팅비를 쓰지 못했지만, 봉준호 감독을 필두로 ‘발로 뛰는 홍보’에 헌신했고 미국 배급사 네온의 참신한 홍보 아이디어도 효과적이라 어딜 가든 화제 몰이를 했다. ‘기생충’의 팬들이 SNS에서 보여준 대대적인 활약 역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렇게 ‘기생충’은 세계를 누비며 트로피를 수집했고 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른 할리우드에서는 ‘기생충’ 같은 비영어권 국가 영화에 상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힘을 얻게 됐다. “아카데미는 원래 로컬 시상식이 아니냐”라는 봉준호 감독의 발언이 이슈가 되면서 이 분위기는 더 거세졌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미국 중심의, 미국인만의 축제가 되지 않기 위해선 그들에게도 ‘기생충’이 필요했다.현재 한국에 남아있는 유일한 영화 잡지사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기류가 감지되지 않았을 리 없다. ‘지난 2월 9일(

노벨동산 | 임수연 / 씨네21 기자 | 2020-07-06 21:49

대학교수는 공식적인 내 직함이다. 강의실에서 1학년 학생들을 많이 만나는데, 내게 선생님이라고 했다가 실수했다는 표정으로 교수님으로 고쳐 부르는 경우가 왕왕 있다. 마치 선생님은 고등학교 교사에 대한 호칭이고, 교수를 대학 선생님에 대한 호칭으로 여기는 듯하다. 학생 시절에 나는 교수들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나뿐만이 아니고 주변 모두가 그랬고 지금도 은사님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나는 1990년대 후반에 학부를 다녔는데 언젠가부터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더 많이 쓰이고 있었다. 10여 년도 더 된 일인가. 공과 대학에서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고 인문사회 대학도 비슷하게 변해왔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뭔가 낮춰 부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소비자나 타인에 대한 호칭이 흔히 선생님으로 통용되니 더 값어치 없이 느껴지는 탓도 있다. 대한민국 사람 중 청년기를 지난 대부분이 흔히 선생님, 아니면 사장님으로 호명된다.그런데 교수님과 선생님은 어떤가? 따져보면, 교수와 선생은 다른 범주의 명명이므로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교수는 직위이고 선생은 호칭이다. 따라서 중학교 교사도 선생님이 되고 대학교수도 선생님이 된다. 10여 년 전 일본에서 학생들

노벨동산 | 권창규 / 인문 대우조교수 | 2020-02-13 23:23

초등학생 아들의 태권도 승품 심사가 있었던 초겨울의 토요일,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승품·승단 심사가 열렸던 영덕으로 가면서 장사리 해변을 지났는데,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년 9월 개봉)이 떠올랐다. 흐린 날씨에 비까지 내리는 장사리 해변의 파도는 제법 거세 보였다. 심사장에서는 아이들이 멋진 품새를 선보였고, 겨루기에서도 실력을 뽐냈다. 기합을 넣으면서 자유 대련을 펼치는 어린 무도인들을 보다가, 문득 장사리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어린 학도병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당시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됐던 국군 학도병들의 평균 연령은 16~17세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장사리에서 북한 인민군과 펼쳤을 힘겨루기는 과연 어떠했을까?장사상륙작전은 6·25 전쟁 초기에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펼쳐진 일종의 위장작전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면 매기(Maggie, Megan Fox 분)라는 종군기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도쿄의 기자들은 인천상륙작전을 ‘다 아는 작전’으로 부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인천상륙작전의 노출 위험성이 컸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적을 교란하기 위한 성동격서 전술의 일환으로 장사상륙작

노벨동산 | 노승욱 / 인문 대우부교수 | 2020-01-05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