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ordinary Case에 잠기자
Extraordinary Case에 잠기자
  • 강대환 / 반도체 기금교수
  • 승인 2024.05.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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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이 개교 이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다른 학과에도 비슷한 형태의 강좌가 있겠지만, 작년에 첫 입학생으로 출범한 반도체공학과의 학부 커리큘럼에는 신입생들을 위한 ‘새내기연구참여’라는 것이 있다. 학부 졸업 후 32년 만에 돌아온 모교에서 앞길이 창창한 후배들에게 연구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 주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 이공계 분야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해야 최대한 흥미를 유발 할지 고민이 많던 찰나, 연구참여를 하는 한 학생의 소개로 이렇게 지면을 빌려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다. 이 기회로 평소 연구에 대한 나의 지론과, 내가 지금껏 관심을 가져왔던 칼코제나이드 반도체 (Chalcogenide Semiconductor)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연구란 무엇일까? 요즘 유행하는 ChatGPT에는 아직 물어보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익숙한 사전들을 통해 먼저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한자로는 연마할 연(硏)과 끝을 다할 구(究)로 그 뜻을 함축하고 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는 “연구는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한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작업이다. 연구는 편향과 오류의 원인을 통제하고자 주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증거의 △수집 △조직 △분석을 포함한다”라고 연구의 의미를 정의하고 있다. 동양 언어권으로는 연구를 대하는 마음가짐 혹은 태도를 강조하는 것 같고, 서양 언어권은 연구하는 방법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이를 종합하면 연구는 △지적 호기심 △내적 사명감 △외적 의무감 등 다양한 계기로부터 출발하더라도, 작정하고 이어나가는 것이다. 평소 알고 있던 지식이나 이론으로는 이해나 설명이 되지 않는 사소한 실험 결과를 놓치지 말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그 속에 숨어있는 진주를 찾아내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연구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좋은 사례로 반도체의 고유 특성을 최초 발견한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전자기 상호작용으로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패러데이는 당시 한창 유행하던 주기율표에 새롭게 나타나는 원소들과 그 화합물들의 전기 저항을 측정하는 활동도 열심히 한 모양이다. 그는 AgS라는 물질에 외부 램프로 온도를 증가시키면 그 전도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는 당시 알려져 있던 많은 금속(도체) 물질들과 반대의 경향을 보였고, 패러데이는 이를 Extraordinary Case라 표현했다. 더불어 반도체 특성을 가지는 최초 발견 물질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14족의 Si 계열이 아닌, 16족의 칼코제나이드 반도체라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훗날 고체 물리에서의 밴드이론으로 이런 반도체의 고유한 특성이 잘 설명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여겨졌다. 만약 패러데이가 이를 단순히 오류로 치부하거나 고정 관념에 치우쳐 무시했다면, 반도체 역사에서 패러데이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의 긴 역사 관점에서 바라보면, 나를 포함해 연구참여 학부생 그리고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대학원생들은 모두 동시대 를 사는 연구 동료들일 것이다. 연구 과정에서 Extraordinary Case를 파헤쳐 나가는 것과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에 흥미와 보람을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연구환경 또한 연구 동료들 간의 소통을 잘 뒷받침하는 체계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