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향한 제언
세계화를 향한 제언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05.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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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은 제2 건학을 추진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이 되고자 수많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대학 평가 지표를 보면 공통으로 지적받는 사항이 있다. 바로 국제화 지수다. 우리대학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주요 국내 대학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2023년 기준 학부만 비교해본다면, 연세대학교는 정원 14,000여 명에 정식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2,000여 명이다. KAIST는 다를까? KAIST도 지난 몇 년간 외국인 유학생 수를 늘려오며, 정원 4,000여 명 중 정식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400여 명에 이른다. 반면 우리대학에서 수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은 대다수가 대학원생으로, 학부 과정에서 외국인 학생만을 뽑는 모집전형은 존재하지 않으며 교환 프로그램만 존재한다.

우리대학은 2010년대 초 Bilingual Campus 정책을 선포하며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국제화 캠퍼스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백성기 총장은 “순수 한국인 교수들이 한국인 학생만 가르쳐선 결단코 세계 정상으로 갈 수 없다”라며 모든 활동이 영어로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며 영어 강의에 피로감을 느끼는 구성원이 많아졌고, 여전히 외국인을 선발하고 가르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최근 제2 건학을 추진하며 Bilingual Campus 정책을 본격적으로 갖춰나가기 위해 영어 교과목을 확대한다고는 하지만, 교내 구성원의 인식적 변화가 전무한 상황 속에서 세계화 정책이 온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혹은 다시 유명무실화되는 것은 아닐지 염려스럽다.

혹자는 대학이 발전하는 데 있어 세계화의 필요성에 대해 반문하고, ‘외국인을 향한 예산 집행’으로 바라보며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외국인은 우리대학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것으로, 구성원의 이런 고질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우리대학은 세계를 선도할 수 없을 것이다. 구성원의 인식이 세계 정상이 아닌데, 어떻게 세계 정상 대학을 논할 수 있겠는가?

성공적인 세계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대학이 홍콩과기대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홍콩과기대는 1991년 우리대학과 KAIST를 벤치마킹하며 개교했다. 이후 개교 20여 년 만에 유수의 아시아 대학들을 제치고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로도 세계 정상급의 연구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홍콩의 급속 성장에는 세계화라는 배경이 있었다. 외국인 교수진과 학생을 대거 선발했고,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한다. 물론 홍콩과 한국의 다른 배경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대학은 지난 몇 년 동안 대학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는 세계 대학 평가로부터도,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간 이런 위기들은 우리대학에 단순 경고음으로 다가왔으나, 이젠 수도권 집중화, 저출생 심화 등 사회 현상들도 우리대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파열음으로서 다가오고 있다.

이미 10년이 지나도록 세계화에 대한 제언과 필요성이 역설됐지만,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여태껏 산발적으로 이어져 온 Bilingual Campus 정책을 재정비해 다시 세계화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지만, 각국의 인재들이 용광로처럼 뒤섞여, 창발적인 교육·연구 환경을 만들어가야 함은 분명하다.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구성원의 인식 변화가 필히 수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