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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다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는 폭우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기상관측소 기준으로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다. 대구에 거주하는 나로선 이 상황이 현실로 와 닿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침수된 차량과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해 물기둥이 솟는 장면이 보도되는 데 반해 고개 돌려 바라본 창밖은 햇볕이 쨍쨍하다 못해 뜨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우로 인해 반지하 건물이 침수돼 일가족이 사망하고, 실종자가 팔당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점점 현실을 깨닫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위기 상태다.기후변화는 길게는 몇십 년, 짧게는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기후변화를 확인하려면 △온실가스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해양 산성화 4가지 핵심 지표가 필요하다. 작년 WHO에서 발표한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인한 극한 기후와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수천억 달러의 경제 손실과 식량 안보 문제를 유발했다. 그뿐만 아니라 4가지 지표에서 모두 역대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149% 높아진 이산화탄소 농도 △매년 평균 4.5mm씩 상승해

지곡골목소리 | 남현동 / 신소재 21 | 2022-09-14 20:18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창작 활동은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는 그림과 구조물, 고등학교 때는 영상, 로봇 등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어 왔다. 우리대학의 동아리 탐방에서 게임 개발 동아리인 G-POS의 설명을 듣고 나와 맞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가입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게임 개발에 대해 한 번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막연했다. 게임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게임 개발 툴 사용법, 여러 프로그래밍 문법 등을 배워나갔다. 그러던 중 여름 방학 때 합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같은 동아리에 속한 친구와 함께 참여를 결심했다. 무엇을 모르는지조차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게임 개발에 대한 감을 익히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합숙을 했기에 합숙 프로젝트로 이름 지어졌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으로 활동이 진행됐다. 프로젝트에서 참가자들은 원하는 팀을 꾸리거나 랜덤으로 배정받아 여름방학 동안 게임을 제작했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며 기획한 내용을 프로젝트 참가자들 앞에서 발표하고, 멘토의 피드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나는 같은 21학번

지곡골목소리 | 하주원 / 무은재 21 | 2022-06-20 00:11

나에게는 주사가 하나 있다. 했던 말을 다섯 번 정도 하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온 길바닥에 내 흔적을 남기는 ‘술자리 최악의 주사 TOP 3’에 들어갈 만한 주사는 다행히 아니다. 술에 진탕 취하면 멀쩡히 걸어서 방에 들어가 잘 씻고 침대에 눕는다. 침대에 누우면 오늘 있었거나 요즘에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줄곧 생각한다. 그러곤 감사한 사람이나 힘든 일이 있던 사람에게 글을 쓴다. 쓴 글을 새벽 아주 늦은 시간에 보내 놓고서 잠자리에 든다. 사실 술에 취하지 않은 새벽에도 일어났던 일들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니, 주사라기보다는 버릇에 가깝다. 다만, 글을 쓰는 빈도가 훨씬 낮을 뿐이다.내가 ‘편지’라 부르는 그런 글을 쓰다 보면 통째로 지우는 일이 잦다. 나는 글 주변이 없어 대개 편지에 내가 느끼는 감사나 위로가 원하는 만큼 드러나지 않는다. 편지의 길이나 표현이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충분하지 않으면 전체를 지우고는 뒤척이며 잠이 든다. “내가 전하고 싶은 감정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니 글이 더 잘 써지는 다른 날을 노려야겠다”라며 자신을 향한 자기변명과 함께, 나의 부족한 글솜씨는 고마움과 응원의 표현을 언제 다시 시작할지 약속하기 힘든 미래로 미룬

지곡골목소리 | 박찬우 / 화학 18 | 2022-05-02 21:57

“나는 1,000억을 벌 거야” 고등학교 때 주위 친구들에게 밥 먹듯이 했던 말이다. 어릴 때부터 남들은 상상도 못 할 큰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좋은 회사로의 취직보다는 회사를 차릴 생각만 했다. 뚜렷한 계획은 없었다. 그냥 내 회사를 차리고, 1,000억을 버는 것이 내 꿈이었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내 회사를 차렸다. 창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이후로 거의 1년 만에 투자를 받아 법인을 설립했다.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구하고 직원들을 뽑아 월급도 주기 시작했다. 가끔은 이러다 정말 1,000억을 버는 것은 아닐까 행복한 망상에 잠긴 적도 있다.행복한 망상도 잠시, 최근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살고 있다. 회사가 망하진 않을지, 아이템이 실패하진 않을지, 어렵게 뽑은 직원이 나가진 않을지 종일 끝없는 고민에 빠져 살고 있다. 또한, 투자사를 만날 때마다 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학교 복학 문제는 없는지, 공동 창업자가 도망갈 일은 없는지 매번 새로운 질문을 받고, 그럴 때마다 마음은 답답해지며 불안이 커진다. 사무실은 강남 한복판에 구해놓고 정작 나는 좁은 단칸방에서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지낸다. 회사에서 밤낮도, 주

지곡골목소리 | 심민섭 / 19 컴공 | 2022-03-27 16:37

지난해 ‘강철 부대’와 ‘가짜사나이’처럼 유명인들이 특전사 훈련을 경험해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해당 프로그램이 유행을 선도하면서 많은 이가 자신의 체력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바라기도 했다. 이런 유행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4일,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고 포항시 체육회에서 주관하는 ‘더 킹 오브 더 포항’이라는 장애물 경주 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1.5km의 경기장에서 모래주머니 들고 달리기, 외나무다리 건너기, 장벽 넘기, 물웅덩이 건너기, 4m 밧줄 오르기 등의 종목을 수행해야 했다.나는 평소 운동을 좋아해 이 대회의 개최 소식을 듣고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대회를 기다리는 한 달 전부터 학교 체육관 트랙을 돌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대회 당일 영일대에 도착하자 포항 각지에서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연인들, 가족들, 해양 소방대원들까지 몰려와 엄청난 인파를 볼 수 있었다. 출발선에 선 순간 굉장히 긴장됐지만,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독였다. 첫 코스는 모래주머니를 메고 달리기였는데, 바닥이 모래라 빠른 속도를 내기가 정말 어려웠다. 이어지는 외나무다리

지곡골목소리 | 최정윤 / 전자 19 | 2022-02-26 21:38

요즘 유튜브나 SNS에서 MBTI 관련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MBTI별 특징을 다룬 영상에는 같은 MBTI를 가진 사람들끼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댓글이 많은데, 나와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한번은 룸메이트가 내 MBTI의 특징을 찾아서 보여줬는데, 내 단점과 특징이 꾸밈없이 그대로 적혀있어서 뜻하지 않게 정곡을 찔리기도 했다.내 MBTI는 ISFJ이다. 친구들과 서로의 MBTI를 이야기하면 예상외라며 놀라곤 한다. MBTI에서 가장 앞 알파벳은 에너지를 얻는 방향을 설명하는데 주로 내향적인 사람들은 ‘I’, 외향적인 사람들은 ‘E’로 표현된다. 나는 새로 만난 친구들에게 낯가림 없이 쉽게 말을 걸고, 친화력 있게 다가가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들은 도저히 내게서 내향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잘못 검사한 건 아니냐고 반문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티를 안 냈을 뿐이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걸 더 좋아한다며, 친화력은 노력해서 얻은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난 방학이면 혼자 방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봤고, 퍼즐이나 레고 같은 정적인 취미를 즐겼다.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노는 것도 좋아

지곡골목소리 | 김현지 / 화공 20 | 2022-01-07 01:21

“오늘 저녁 버거킹이나 갈까?” 우리대학 학우라면 누구나 한번은 지곡회관 버거킹을 이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우에게는 식사를 해결하는 장소이지만, 내게는 추억이 많은 특별한 장소다. 나는 ‘포항공대생’이 아닌 ‘버거킹 아르바이트생’으로서 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많은 전공 수업으로 바쁜 대학 생활을 했던 2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우연한 기회로 버거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다. ‘공부만 하던 내가 첫 아르바이트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만의 걱정일 뿐이었다. 재학생 아르바이트생은 근 2년 만이라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줬고, 일도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아르바이트의 장점으로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것도 있지만,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일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고를 졸업해 공대를 다니는 나로서, 주위에는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다른 가치관, 전공, 배경 등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또한, 내가 자란 세상에

지곡골목소리 | 박형창 / 화공 20 | 2021-12-14 02:02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성아야, 너 혹시 흡혈귀니?” 그 말을 들은 나와 친구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던 건, 내가 창가 자리에 앉으면 교실의 모든 블라인드를 끝까지 내려 햇빛을 차단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나는 호불호를 밝히는 것에 거리낌이 없기에 당당하게 햇빛이 싫다고 말했고 그날 이후로 반에서 내 별명은 흡혈귀가 됐다.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바닷가에서 선크림을 바르는 것을 잊어서 전신이 심하게 탔던 경험 이후로 햇빛을 싫어하게 된 것 같다. 모래사장은 더 많은 자외선을 반사하고 물에 젖은 피부는 자외선 투과율이 평소보다 몇 배나 높다. 피부가 까맣게 되는 것을 넘어 발갛게 되고 벗겨진 이후 햇빛 쐬는 것을 무척 조심하고 피하게 됐다.대학교 친구들에게 중학생 때 일화를 말했더니 다들 현재의 내게도 어울리는 별명이라며 웃었다. 2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햇빛을 꺼리고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햇빛을 싫어하고 깜깜한 밤에 활동한다는 점에서 내 몸은 점점 흡혈귀와 가까워지는 것 같다. 피를 먹지는 않지만 말이다.그렇지만 햇빛에 노출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지곡골목소리 | 김성아 / 컴공 19 | 2021-06-27 20:09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어느덧 1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대학을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생활 양식인 ‘언택트’를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했을 법한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며 무뎌졌다. 사람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없을 뿐, 지난해 나와 같은 학생들은 여전히 수업을 받을 수 있었고, 물건을 문제없이 구입할 수 있었으며, 가끔 어딘가로 이동이 필요할 때에는 방역 수칙이 철저히 지켜진다는 전제하에 대중교통 역시 이용할 수 있었다. 언론에서는 매일 코로나19에 대한 전염 위험성을 강조하고, 이전의 전염병 상황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붕괴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매우 빠르게 적응했다.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께 이 글로나마 감사를 전한다. 특히나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 노력하시는 의료진, 방역 관계자, 그리고 줄어든 손님과 매출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일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

지곡골목소리 | 남태현/ 화공 19 | 2021-02-28 03:12

사람은 어떨 때 웃을까? 고등학교 때 성대모사 공연을 하고 현재 연극 동아리를 2년째 하는 내가 아직도 답을 얻지 못한 의문이다. 연극 준비는 대본을 읽고 암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배우로서 희극 대본을 숙지하다 보면 특정 장면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공연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져 사람들이 웃음을 멈출 때까지 다음 대사의 타이밍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무대 밖 현실에서도 농담이 어떨 때는 웃기고, 어떨 때는 별 효과 없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인간의 심리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개그의 경향성에 대한 분석으로 공식을 세워 사람을 빵 터뜨리긴 어렵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을 자주 겪다 보니, 평소에 직관적으로 던졌던 농담과 개그에 특별한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해졌고, 이에 관한 이론과 생각을 정리해 봤다.먼저 웃음도 생리 현상의 일부이다 보니 신경생리학적 이론이 존재하는데, 문학 비평가 모롱(Charles Mauron)은 ‘심리 에너지’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인간이 대상의 첫인상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심리 에너지를 A, 대상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적응에 필요한 심리 에너지가 B

지곡골목소리 | 박경수 / 전자 19 | 2021-01-02 19:41

지난 한 해는 책 읽기를 숙제처럼 했다. 기한 내에 해야 하는 과제처럼 꾸역꾸역 글자를 머릿속에 욱여넣었다는 뜻이다. 무언가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손에 잡히지 않는 책장을 넘기다 도리어 독서를 포기해버리는 일도 잦았다. 그간 독서는 내게 있어 썩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 학기 ‘인문과 예술의 세계’ 수업에 이어 이번 학기에 ‘세계시민주의와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다. 대부분이 문학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토론과 토의로 구성됐던 이 강의는, ‘들었다’라기 보다는 ‘참여했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두 수업에서 나는 놀라울 정도로 문학에 빠져들었다.가장 큰 이유는 책을 통해 만난 이들이 너무 애틋했고, 안타까웠으며 궁금했기 때문이다. 문학, 특히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마주한다. 각자의 이야기, 배경, 성격을 가진 인물의 삶을 바라보는 것은 내가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이다. 언젠가 소설을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칭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정말로 내 주변에 이웃으로 살아 숨 쉬고 있을 법한 인물들을 들여다보며, 그들과 함께 웃고 우는 것이 참 즐겁다고 생각했다.결국,

지곡골목소리 | 기민정 / 화학 19 | 2020-11-27 16:50

이번 여름, 반도체 회사 ‘SK하이닉스’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1학기 개강이 2주 정도 연기돼서 예년보다 조금 늦은 시작이었다. 지난 4주 동안 나는 주로 내 자리에서 하루를 보냈다. 보통 아침 8시 반까지 회사로 출근한다. 주어진 개별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데, 하이닉스 내부 사이트에 들어가면 동영상 자료들이 많아 그것을 보고 스스로 공부한다. 많은 사람이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기 어려워 대기업에 가면 배우는 게 없다고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동영상 자료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강의가 있어 반도체의 세부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내용, 마케팅, 일어, 독어 강의 등 다양한 교양 영상도 찾아볼 수 있다.오전 시간을 보내고 11시 반이 되면 팀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간다. 점심은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먹는데 메뉴가 다양하고 맛도 좋다. 또한,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야식까지 회사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매 끼니는 식당에서 식사를 챙겨 먹을 수도 있고, 바쁜 사람들을 위한 간편식 등을 골라서 갈 수도 있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다들 자리에

지곡골목소리 | 이유진 / 화공 18 | 2020-09-03 15:56

겨울학기 이후, 개강을 앞두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생활관에서 지내던 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강이 한 달 연기돼 결국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렇게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면서 방학이 한 달 늘어나 기쁜 마음으로 게으르고 여유로운 날을 보냈다. 결국 시간이 지나 3월 중순, 대면 개강이 아닌 1학기 비대면 개강이 결정됐고 나의 집콕 생활이 시작됐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학기가 끝나가는 6월 말, 이번 학기를 다시 돌이켜보니 3학년 1학기는 내게는 선물과도 같은 한 학기였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번 학기에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3학년에 진학하면서 대학 생활도 절반 이상 지나갔고, 유학을 가거나 대학원을 가는 친구, 군대에 가는 친구, 취업하는 친구들처럼 점점 자신만의 길을 찾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던 나는 조급해지기도 하고 걱정이 많아졌다. 그 해결책을 찾고자 내가 생각한 방법은 독서였다. 나는 이번 학기가 돼서 지난 2년간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평소에 읽지 못했던 책들을 진로 설계를 위해 많이 찾아보고 읽었다. 특히, 대학원을 고민하던 중에 읽었던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지곡골목소리 | 박종호 / 수학 18 | 2020-07-14 19:11

거의 점심이 다 되어서야 일어난 나는, 어제 치킨을 먹었으니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에 오후 2시 반에 자전거를 끌고 무작정 철길 숲으로 향했다. 친한 선배에게서 철길 숲 쪽으로 쭉 가면 육거리가 나온다는 얼핏 들었던 이야기를 믿고 페달을 밟았다.철길 숲은 놀라울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고, 중간에 지나친 낡은 집들마저 색감이 참 예뻤다. 자전거도로가 끝나고 나온 비포장도로 옆에는 갈대밭이었던 것 같은 터가 있었고, 나는 자전거를 타며 날이 따뜻해졌을 때 그 밭을 가득 채울 갈대를 상상하며 페달을 밟았다. 어느새 육거리의 랜드마크인 CGV가 내 옆쪽으로 보였을 때 꽤 많이 왔다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육거리에 혼자 자전거를 끌고 간다고 해서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고, 죽도시장에서 밥이나 먹을까 싶었지만 저녁밥을 먹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어두워질 것 같아 계속 밟았다. 포항초등학교가 나왔을 때쯤, 죽도시장이 바다 바로 옆에 있으니 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바다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에 골목 사이사이를 무작정 달려서 결국 포항 운하에 다다랐다.자전거를 타며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알게 모르게 쌓아온, 공간에 대한 추억들이 하나둘

지곡골목소리 | 이상원 / 무은재 19 | 2020-07-06 21:48

이번 겨울, 나는 부모님에 의해 수심 0.9m 풀장에 던져졌다. 부모님의 강경한 수영 정책에 따라 수영 기초반을 등록하게 됐다는 의미이다. 사실은 등록하면서도 물에 뜰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초등학생 시절 수영을 배울 때 한 달 내도록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지도 못한 채 수업이 끝났기 때문이다. 나는 물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편인데,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도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순간부터는 갑자기 잘만 쉬어지던 숨이 안 쉬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버둥거리고는 했다. 따라서 내가 반쯤은 자의로 수영을 배우게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수강 첫날, 강사님은 물에 고개를 넣는 것이 무서운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정말로 무섭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나처럼 손드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고, 강사님은 바로 수강생들이 머리를 물에 넣고 숨을 뱉게끔 했다. 가만히 있으면 강사님이 직접 넣어버려서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물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물에 머리를 넣은 역사적 순간이기는 했으나, 겁을 먹어 무의식적으로 숨을 삼킨 것인지 자꾸만 코로 물이 들어왔다. 급기야 다음 날에는 물 위에 뜨라고 했

지곡골목소리 | 박세현 / 화공 18 | 2020-02-13 23:22

우리대학에 들어와서 제일 잘한 일을 뽑으라면 망설임 없이 응원단인 치어로에 들어온 것이라 대답할 것이다. 응원단으로서 활동은 제일 큰 행사인 우리대학-카이스트 학생대제전에서 전야제, 개막식 무대를 꾸리고 모든 운동경기에서 응원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신입생들에게 학교 응원가를 가르치면서 함께 즐기는 응원을 진행하고, 예비 포스테키안을 위한 이공계 대탐험과 축제 등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무대에 서서 공연 내내 관객과 소통하면서 열띤 호응과 함께 힘찬 함성과 응원가 떼창이 돌아올 때면 가슴이 뜨겁게 벅차오른다. 3번의 방학을 동아리 활동에 모두 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주변 친구들은 다른 대학으로 계절학기 교류를 떠나거나 인턴십, 캠프 활동 등 대외활동을 하며 스펙을 쌓고 있는데 나는 계속 학교에 남아 훈련을 하고 있으니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긴 했다. 그래도 지나간 시간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을 얻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치어로가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스펙이라 생각한다. 특히 같은 기수로 활동하는 친구들과는 평생을 함께하고 싶을 만큼 정이 많이 들었다. 운동경기에서 마이크를 쥐고 조금 서투르지만 열심히 응원을 유도하는 친구들에게선 반짝반짝 빛이 났

지곡골목소리 | 이서영 / 화학 18 | 2020-01-05 19:27

클래식을 사랑하는 포항인이라면 대구 콘서트하우스를 자주 방문했을 것이다.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는 2학기가 되면 9월부터 12월까지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를 진행한다. 지방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에겐 매우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번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에서 두 개의 공연을 예매했고, 그중 하나인 지난달 16일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특히 이 공연을 보고 싶은 주된 이유였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은 실황을 들으며 이렇게까지 감정이입을 한 적이 없었다. 공연 내내 눈물이 줄줄 나게 했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차이콥스키는 누구든 한 번쯤 들어봤을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작곡한 러시아 출신 작곡가이다. ‘비창’을 작곡하기 전, 발레 음악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작곡한 뒤 후원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걷던 차이콥스키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당시에는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아 이 사실이 알려지자 후원이 끊기고 차이콥스키의 지인들은 그에게 러시아 법에 따라 사형 혹은 시베리아 유형을 당하기보다는 명예로운 자살을 권유한다. 절망감에 빠져있던 차이콥스키는

지곡골목소리 | 홍채린 / 기계 17 | 2019-12-05 12:53

학창 시절의 나는 자기계발서 덕후였다. 아무리 좋아하던 소설책이라도 절대로 두 번 이상 읽지 않던 내가 ‘he Secret’, ‘꿈꾸는 다락방’ 등의 자기 계발서는 몇 번이라도 생각날 때마다 읽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던 책들은 자신의 성공담을 담은 책들이었다. 힘들고 무기력한 상황에 부닥쳐질 때마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 없다’, ‘나나 너나 할 수 있다’, ‘공부 9단 오기 10단’과 같은 책들을 읽으며 힘을 얻곤 했다. 책의 내용은 다 비슷비슷했다. 머리가 특출하게 똑똑한 천재는 아니지만 씻지도 않고 밥도 굶어가며 하루에 14시간씩 공부한 결과 영재고나 민사고 등에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아이비리그에 합격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이 모든 에너지를 한 곳에 쏟아 남들은 갖지 못하는 것을 가지고, 남들은 다가가지 못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난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었고 그 책들을 읽을 때면 나도 그만큼 노력하며 살아서 높이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에 의욕이 넘치고는 했다. 책들 덕분에 그들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비슷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미래를 위해 눈앞에 당장 먹고 싶은 마시멜로를 늘 참았다. 초등학교 때는 정말 하고 싶었던 여자 축구부

지곡골목소리 | 김문정 / 물리 17 | 2019-11-08 15:33

대학생이 되고 자주 가진 술자리는 항상 소주와 함께였다. 17도 정도 되는 도수에 적당히 빠르게 취하고, 어딜 가나 싼 가격에 먹을 수 있지만 사실 소주가 그닥 맛있는 술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학생의 지갑으로 양주나 칵테일을 마실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사먹기 비싸다면 직접 만들어 먹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고 직접 술을 담그게 됐다. 필자가 직접 만들어본 술과 마시는 방법을 추천해 보고자 한다.흔히 양주라고 하는 위스키, 진, 보드카 등의 술은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 포도주와 같은 발효주는 사용되는 재료에 비해 나오는 결과물이 너무 적다.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시중에 파는 소주에 과일과 설탕을 타서 1달 정도 재워두는 것이다. 필자는 딸기, 레몬, 사과로 만들어 봤지만 개인 기호에 맞는 과일을 사용하면 된다. 우선 담금용 소주를 준비한다. 일반 소주는 17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숙성기간이 길어질 경우 과일이 상할 우려가 있다. 담금용 소주는 25, 30, 35도짜리가 있는데 숙성 기간이 짧다면 30도를, 길다면 35도를 추천한다. 다음은 담금주를 담을 병을 준비한다. 담그고 싶은 양의 1.3배 정도 들이면 충분하다.

지곡골목소리 | 연제원 / 기계 18 | 2019-10-18 17:31

노래란 정말로 신기한 매체이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몰입하게 만들기도 하고,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노래들에 대해 사람들은 곡이 좋다는 평을 내리면서 가수는 기억하지만, 작사가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필자도 그렇지만 필자가 수많은 노래를 들으며 감명받은 가사들을 몇 개 공유해보고자 한다. 여러분들이 충분히 알만한 곡이겠지만 가사에 조금 더 신경 써서 들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시작해본다.1. 사랑했나봐 - 하이라이트‘지나온 날을 거꾸로 세면 널 볼 수 있을까’ 너무나도 시적인 가사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시간은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만약에 누군가와의 시간을 하나의 term으로 설정하고 그 term을 거꾸로 재생하면 다시 처음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이과적인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정말 멋지다. 여기서 너라는 대상을 꼭 특정한 것이 아닌 어느 하나의 기점, 추억 정도로 여기더라도 괜찮을 듯하다. 아쉽게도 그 시점으로 정확히 돌아갈 순 없지만 더듬어 볼 순 있기에.2. Perfect - 10cm‘내가 없는 너는 이제야 모든 게 다 완벽해’ 10cm 특유의 감성이 잘

지곡골목소리 | 조현석 / 산경 18 | 2019-09-05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