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끝’이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 김준서 / 컴공 21
  • 승인 2024.02.2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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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무언가를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게 주어진 기회를 누군가는 용기 있게 자신의 프로세스에 스케줄링 해놓는 반면, 누군가는 실패의 가능성을 두려워하며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끝에 대한 각인된 공포가 시작 자체를 반사적으로 막는 것이다.

요즘 사회는 끝의 형태가 실패인 것에 상당히 박해진 것 같다. 사람들은 시작하면 그것이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며, 실패할 바에는 시작도 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나도 이러한 유형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관심 분야가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원래 하던 R&E 외에도 1개를 추가로 진행했다. 하지만 학업적인 부분과 연구 활동의 무리한 병행으로 인해 정신적인 피로가 곧 육체적인 적신호로 나타나게 됐다. 결국 새로 시작한 R&E를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R&E 활동을 시작한 친구들과 선생님을 향한 미안한 감정과 함께 나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했던 경험이었고, 이에 따라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게 됐다.

“게임을 즐긴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게임 내의 어떤 목표에 대해서 플레이어의 목적을 이루는 ‘클리어’가 있다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는 ‘게임 오버’가 존재한다는 것을. 게임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깊게 즐기도록 하기 위해 대체로 유저들이 그들의 목적지에 쉽게 도달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저들은 클리어를 위해 수많은 게임 오버와 함께 학습하고 성장한다. 게이머들에게 게임 오버라는 화면은 재시작을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인터넷에서 읽은 한 칼럼의 내용이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클리어를 위해 수많은 게임 오버 화면을 보면서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게 신선한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게임에서는 한 회차의 끝으로서 수많은 게임 오버를 직면하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클리어를 위해 다시 시작하는데, 왜 우리는 삶 속의 수많은 챕터들 중 단지 하나의 챕터를 실패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는가? 각각의 챕터 속에서도 배우고 성장하는 점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나의 대학 생활은 고등학교 후반과는 달리 많은 활동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3번의 새내기새로배움터준비위원회, 과 주점 요리사 등 용기를 낸 시작은 나에게 꽤 유쾌한 추억을 제공했다. 물론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말할 수 없는 활동도 몇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활동 속에서 재밌었던 기억들이 남아 존재하며, 그 기억을 바탕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끝난다는 것은 항상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기억하라. 시작과 끝 사이의 험난한 여정 속에서 인생의 방명록은 어느새 가득 차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