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대하여
인권에 대하여
  • 최세현 / 물리 22
  • 승인 2023.11.0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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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분의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났다. 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충격적이면서도 슬픈 일이었다. 그때 나는 대처랍시고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내놓은 교육부에, 자극적인 타이틀만을 보여주며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것에는 무신경한 언론에 화를 냈다. 그리고 그 슬픔과 분노를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하지 않도록 내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신문에 글을 써보겠느냐는 제안을 들었을 때 나는 그 글을 정리해서 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지금은 생각이 바뀐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제대로 짚어가며 글을 써보려 한다.

학교만이 아니라 어딘가의 음식점에서, 어딘가의 회사에서, 어떤 SNS에서 폭력과 폭언, 모욕과 비난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는 일들이다. 나는 이런 일들이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타인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최근에는 권리라는 단어를 여기저기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고, 그것이 인정받는 사회를 추구하는 것. 마땅한 것에 관한 주장이고, 나 또한 권리 보장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이 요구하는 권리가 자신만을 위한 것이고, 타인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는 갈등을 빚거나, 옳음을 내세우며 이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도 보이곤 한다. 권리라는 말을 공격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번은 중간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아니면 학생들이 교사를 함부로 대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하지만 교사든 학생이든 인권에 중간이 있나? 중간이 있다면 결국 인권은 서로 한정된 권리를 나눠 가지는 제로섬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인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 이것은 흔하면서도 크나큰 오해라고 생각한다.

인권을 ‘나’의 권리라고만 생각한다면 타인의 권리를 놓치기 쉽다. 나만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 주장은 때로는 타인에게 휘두르는 공격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사실 보통 인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나와 반대되는 타인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나 보편적인 인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 상황이 변해야만 나와 모두의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런 변화를 이끌어 가려면 나의 인권과 같이 타인의 인권을 고려하고, 실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글을 쓰고 나니 너무 무거운 주제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인권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신이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는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어떤 답을 내놓거나, 어떤 결론을 짓지 않아도 괜찮다. 어차피 정해진 답이란 없으니까. 하지만 조금이라도 고민한다면 분명 무언가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