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없지만
꿈은 없지만
  • 박지윤 / 전자 21
  • 승인 2023.09.0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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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나를 소개하는 항목에서 흔하게 봤던 문장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많이 벌어서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라고 적어왔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일이 있었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은 꿈이 어떻게 돼요?” 초등학교 아이들의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수많은 질문 중 가장 나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질문이었다. 평소와 같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을 꿈으로 말하기에는 아이들이 실망할 것 같았고 기대하는 답변이 아닐 것 같았다. 나도 거창하고 멋있어 보이는 꿈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득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급하게 “유명한 공학자가 돼 돈을 많이 버는 것이야~”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집에 가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방송 PD, 작가, 연예인, 의사, 사육사 등 되고 싶었던 것도 많고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미래에는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어쩌면 답이 없는 고민은 머리가 아파서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삶을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어진 공부를 열심히 했으며, 학교 활동도 다양하게 참여하고자 노력했다. 친구들과 여행도 자주 다니고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내 꿈이 없었을 뿐이다. 그저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기업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버는 것. 당연하게도 이런 길을 걷고자 했다. 초등학교 아이의 한마디가 하고 싶은 게 많던 어릴 때의 나를 떠오르게 하며 이번 여름방학 동안 나의 해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시점, 아직 지금의 나는 꿈이 없다. 하지만 이번 여름방학에 SES 활동으로 대기업 인턴을 경험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어떤 사람이 될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며,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활동들을 해야 그 답을 얻을 수 있겠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대기업 직장인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보니 내가 이 삶을 수 년 동안 하며 ‘후회 없이 잘 살아왔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상상 속으로 생각해오던 삶과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의 무게는 달랐다. ‘무엇이든 간에 새로운 활동에 도전해보고 몸소 부딪혀 보며 경험하는 것은 의외의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더 주체적이고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많은 경험을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꿈이 없다는 것은 다른 말로는 어떤 꿈도 꿀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인지하고 그것에 대한 강한 열정을 보이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운 적도 많았다. 학부 생활이 길어지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들이 뿜는 빛을 동경하며 조급해진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 조급함에 휘둘리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가장 빛나는 길을 정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