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의 도래와 위험관리의 기본
위험사회의 도래와 위험관리의 기본
  • 정광민 / 산경 조교수
  • 승인 2022.12.10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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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지 어언 3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인식에서 위험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대면 접촉과 사회적 교류는 위험 대상이 됐고, 마스크 착용은 필수로 자리잡았다. 비대면 업무와 미팅이 확대됨에 따라 사이버 범죄, 해킹의 문제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또한, 팬데믹 동안 통제하기 어려웠던 일회용 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은 지난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의 핵심 논제로 자리 잡은 기후변화 위험을 증대시켰고, 고온, 폭우, 태풍 등 극단적 자연재해의 발생 등으로 이는 더욱 시급한 국제과제로서 논의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일상에서의 위험에 관한 인식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크게 증가시켰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은 1986년 발간한 저서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를 통해 위험이 인간 사회의 중심 현상이 됨을 논했다. △과학과 기술 발전 △급속한 경제성장 △환경에 관한 경각심 부족 등과 함께 형성된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에서의 위험은 인간 사회 패러다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현 사회는 어느새 울리히 벡이 정의한 위험사회로 이미 진입한 듯하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위험사회라는 전제하에 우리의 삶은 결국 위험관리의 연속이 될 것이다. 이미 알려진 위험을 포함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거진 불확실한 위험까지 관리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관리 체계의 확립은 필연적이다. 이론적으로 위험관리 체계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먼저, 위험관리의 목표를 설정한다. 자동차 사고 확률을 줄이는 것이 목표인가? 사이버 해킹으로부터 데이터 유출을 막는 것이 목표인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집중호우가 왔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인가? 그리고 이런 목표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가? 두 번째로, 위험 요인을 탐지하는 과정이다.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차량의 노후와 같은 명백한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숨겨진 위험 또는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는 무엇이 있나? 

이런 요인 탐지를 통해 세 번째로, 위험의 발생 빈도와 예상되는 피해 규모를 평가한다. 자주 발생할 수 있지만 피해 규모는 미비한 위험이거나, 드물게 발생하지만 피해 규모가 거대한 위험 등으로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개별 위험 요인의 발생 빈도와 심도를 평가할 수 있다면 네 번째로는 각 위험 요인 관리를 위한 최적 기제를 선택하고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단계를 거치며 앞서 평가한 개별 위험 요인에 관한 세부 조직 및 구성원의 관리 역할을 구체화할 수 있다. 또는 어차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라면 보험상품 가입을 통해 위험 사후관리 기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위험관리 체계의 마지막 단계는 이처럼 구축된 목표 설정부터 최적 관리 기제까지의 과정 전체를 관리하는 것이다.

위험관리의 이론적 체계가 현실적으로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울리히 벡이 강조한 ‘소통’, 즉 위험에 직면한 공동체 내 신뢰와 협력이다. 예를 들어, 1분 1초가 급박한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그 해결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조직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역할 분담과 기능을 충분히 공유하고 이해하는가 △상호 의지해 각자의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런 관점에서 위험관리 체계의 발전 정도와 민주화 수준은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민주화된 선진 사회일수록 대형 사고 등의 위험관리 실패 사례가 덜 관찰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린 이렇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위험관리 체계는 어떠한가? 위험관리를 위한 우리 조직 내 신뢰와 협력, 그리고 소통은 어떠한가? 위험사회 속 우리의 자세와 가치는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해 가는 현시점에서 우리의 길을 잠시 멈추고 위험관리의 방향과 목표를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