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이 궁금한가요
행복해지는 법이 궁금한가요
  • 서지현 / 인문 조교수
  • 승인 2023.02.1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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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만 해도 처음 보는 이에게 내 전공을 말해야 할 때면 매번 듣는 질문이 있었다. “심리학이요? 그럼 제 마음도 읽을 수 있나요?”, “저는 무슨 혈액형 같나요?” 그때마다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이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심리학에선 무엇을 다루는지에 대한 지루한 이야기를 늘어놔야 했다.

재작년 여름, 10년여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동네 작은 서점에도 심리학 코너가 생겨 있었고, MBTI 성격유형 검사는 유행을 넘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존재했다. △소비의 심리학 △부의 심리학 △연애의 심리학 등 다양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최근 가장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제는 행복의 심리학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궁금해하는 학생들을 종종 만나왔다. 행복의 심리학을 통해 우리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 다시 한번 기대를 저버리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 대답은 ‘아니오’이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캠핑을 가고 주중에는 매일 아침 영어학원을 다니는 자기 계발 속에서 행복이 따라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로 삶은 종종 어렵고 고통스러우며,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선 더욱 많은 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10년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돈이 많다고 행복하진 않다. 물론 어느 정도 관련은 있다. 연 소득 $75,000까지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감이 커지지만, 그 이상의 소득은 더 큰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 나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질문하기에 앞서 우리가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수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행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감정의 덩어리가 아니다. 그보다 행복은 삶을 통해 우리 일상에 녹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라고 본다. 그 때문에 우리는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좋은 삶을 살면 자연스럽게 행복은 따라온다.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Harvard Adult Development Study)는 1938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개인의 일생을 결정하는 요인들을 알아보는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y)이다. 이 연구의 첫 번째 목적은 268명의 하버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과 보스턴에 거주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456명의 남학생의 일생을 추적하는 것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대통령, 대법관, 성공한 사업가가 됐고 일부는 범죄자가 됐다. 한편 연구는 세대를 거듭하며 그들의 자손들과 배우자, 여성을 포함했고, 참가자들은 매년 신체 건강 지수, 행복감, 경제력 등을 포함한 다양한 조사와 뇌 영상 검사를 받는다. 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많은 결과가 있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좋은 삶을 살았다고, 이로써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삶의 형태이다.

연구에서 말하는 좋은 삶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인간관계다. 여기서 인간관계란 얼마나 많은 친구를 가졌는지가 아니며,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단지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의 존재 여부가 중요하다. 단지 1년에 한 번 보더라도, 아주 가끔 안부를 묻더라도 내 편인 친구가 한 명만 있다면 충분하다. 고민을 터놓을 친구가 있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그들의 삶이 꽤 괜찮다고 평가했으며 주관적인 행복감도 친구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들보다 높았다.

좋은 삶을 위한 여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을 지나는 여러분들은 평생의 여정을 함께 할 친구를 찾으면 된다. 이미 찾았다면 좋은 삶을 위한, 행복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