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즐겁게 하고 있나요?
학교생활, 즐겁게 하고 있나요?
  • 조성현 / 컴공 부교수
  • 승인 2024.10.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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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마음처럼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학 부 지도학생들과 함께 회식할 때면 학생들에 게 종종 학교생활은 충분히 재미있게 하고 있는지 묻는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아 마도 내가 학교에 부임하고 나서 느낀 점들 때문일 것이다. 그중 하나는 학생들의 문화 가 내가 학생이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것 같다는 점이다. 몇 가지를 꼽자면 먼저 선후 배 할 것 없이 경어를 쓰며 같은 과 학생들 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과거에 비해 학생들끼리 어울 려 술 마시며 노는 분위기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들인지라 그것들이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요즘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어떻게 즐기고 있 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학교생활을 재미없게 보내고 있으면 어쩌나, 라는 아무 근거 없는 걱정이 들게 된다. 

나는 2001년 3월에 우리대학 학부 신입생 으로 입학하고 2012년 2월에 박사 졸업생으 로 학교를 떠날 때까지 총 11년을 포항에서 보냈다. 11년이라는 긴 기간을 보내면서 나 는 나름대로 꽤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학부 때부터 돌아보면 주말마다 분반 동기들과 기숙사 휴게실에 모여서 고량 주에 깐풍기를 시켜 먹으며 떠들고 방학 때 는 학교에 남아 분반 동기들과 민족 전통 놀 이인 고스톱부터 부루마블까지 매일같이 하 며 놀았다. 또 효자시장에 나가 밤새 술 마 시고 노래방에서 놀다 아침에 기숙사로 돌아 오기 일쑤였다. 학과 동기 및 선배들과도 어 울리다 정신을 차려 보니 컴퓨터공학과 학회 임원도 하고 있었다. 다만 일은 열심히 안 해서 선배들에게 구박을 꽤 받았었다. 다양 한 학부 생활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동아리 활동이었다. 나는 ‘PLUS’라는 보안 동아리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강의가 없는 시 간이면 동아리방에 가서 선후배들과 놀곤 했 다. 회장이 되고서는 동아리 활동의 규모를 키워서 다른 대학의 보안 동아리들과 정기적 으로 연합 세미나를 하기도 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에 다른 대학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술 마시는 재미가 참 쏠쏠했다. 그런 재미로 학부생 주제에 한 달에 한 번꼴로 다른 지역 대학들에 출장을 다니곤 했다. 

대학원 생활은 공부와 연구도 고통스러우 면서 재미있었지만, 다른 쪽에서도 재미를 찾 았었다. 우선 학부 때부터 맛을 들인 당구에 본격적으로 빠져서 저녁 식사 이후에는 연구 실 내의 당구 멤버들과 같이 매일 당구장을 갔다. 매일 똑같은 멤버끼리 당구 치면서 당 구비 내기하다 다투고 다음 날 또 가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 당구 외의 또 다른 재미는 자 전거였다. 연구실에서 연구하다 연구 진도가 안 나가 기분이 울적해지면 자전거를 타고 종종 영일대 해수욕장에 가서 바람을 쐬고 왔다. 그리고 따뜻한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호미곶이나 칠포 해수욕장까지 가 보곤 했다. 두 다리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보는 풍경 들은 정말 힐링이 됐다. 내 고향인 대전에서 볼 수 없던 동해의 깨끗하고 검푸른 물빛은 언제 봐도 시원했고 신비감마저 들게 했다. 

학부와 대학원을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보낸 덕분인지 나에게 포항과 학교는 모두 즐거운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초여름 밤에 창문을 열어 두면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상 쾌한 산바람이 불어오고 산짐승 소리와 새 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숲속 오두막 같던 기 숙사, 지곡 연못가의 벤치에 앉아서 마시던 맥주, 영일대 연못 근처의 아름다운 숲길, 밤에 공학동 옥상에서 바라보던 포스코의 이글이글 불타는 멋진 풍경, 검푸르고 시원 한 동해바다 등은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새 나는 학교와 포항을 매우 사랑하게 됐다. 

또한 이런 생활 중에 다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으며 그들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너무 나 큰 힘이 되고 있다. 그중 일부는 같은 분 야 또는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됐 고 일부는 연구원이나 교수가 됐으며 몇몇은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서 교수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들과 계속 교류하며 내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받았고 연구나 업무를 수 행하는 데에도 현재까지 큰 도움을 받고 있 다. 또한 학교에서 만났던 이런 인연 중 한 명은 지금 내 가족이 됐다. 

우리대학에 다니는 후배들 역시 짧게는 2 년에서 4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포항 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단순히 학교 공부만 하고 학점만 신경 쓰며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내가 후배들에게 진정으로 바라 는 점 중 하나는 이 긴 시간을 최대한 재미 있게 보내고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쌓는 것 이다. 또한 그 와중에 많은 사람과 만나고 어 울렸으면 한다. 그러는 사이에 자연스레 애교 심도 커질 것이고 여러분의 인생에 큰 힘이 되어줄 좋은 인연도 많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