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RPA-E Energy Innovation Summit(이하 ARPA-E 서밋) 파견단에 선발돼 워싱턴에 다녀왔다. 파견단 선발 공지가 올라왔을 때는 유익한 경험이 될 것 같아 고민 없이 지원했지만, 출국 날이 가까워질수록 과연 내가 많은 것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 커졌다. 화학공학과에서 이제야 두 번째 학기를 맞는 나로서는 ARPA-E 서밋이 너무나도 큰 무대처럼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걱정의 반은 맞았고, 나머지 반은 틀렸다.
ARPA-E 서밋의 강연들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를 깊이 있게 다뤘다. 전공 수업에서 공부했던 내용들이 주제로 나올 때면 내심 반가워 친구에게 아는 척도 했지만, 대부분의 강연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Fast Pitches에서 소개한 연구 아이디어는 매우 추상적이고 이상적이었다.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았거나 연구에 첫발조차 내딛지 않은 기술들이 많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흡사 아이디어톤 같은 이 강연을 보려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자와 산업 관계자들이 모였다는 게 의아했다.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행사 중간에 열렸던 총장님과의 간담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총장님께서는 애초에 우리가 강연 내용을 이해하리라 기대하지 않으셨다고 말씀하셨다. 강연 내용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파견단 학생들이 연구자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에서 영감을 받기를 강조하셨다. 총장님의 말씀을 들은 후 행사에서 보고 들었던 것을 곱씹어보니 ARPA-E 서밋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에 도전하는 이들의 열정이 가득한 무대였다. 현실성만을 기준으로 강연의 의미를 속단했던 내가 부끄러워진 순간이었다. CES와 같이 이미 완성된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도 중요하지만, ARPA-E 서밋처럼 추상적일지언정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하는 이들의 무대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모든 발표가 끝날 때마다 강연자들은 자신의 소개가 담긴 슬라이드를 화면에 띄웠는데, ‘내일 아침 8시 30분부터 Potomac Ballroom 앞에서 저를 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실제로 다음날 해당 장소에 가보니 강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그를 둘러쌓고 강연에서 소개된 연구 내용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General Session과 Fast Pitches 강연 시간 외에는 모든 참가자가 라운지에 모이는 형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누가 정해놓기라도 한 듯, 식사 시간과 커피타임은 모두 참가자들에게 네트워킹의 기회였다. 이들은 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 자신을 소개하고,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공유했다. ‘네트워킹이 좋은 연구의 시작과 끝이다’라는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머릿속에 스쳤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실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동료 연구자들과 이를 공유하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주로 General Session과 Technology Showcase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교류했다. 기업과 대학교에서 부스를 열어 자신들의 연구와 기술을 소개하고 있었고, 학부생인 내가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한낱 학부생인 내가 말을 걸면 부스 관계자들이 가볍게 여기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들었다. 이때 총장님께서 미국은 수평적인 관계가 기본이니, 주눅 들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라고 조언하셨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학부생임을 밝히고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연구에 대해 열심히 질문하며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이런 적극적인 모습이 통했는지, 오히려 학부생인 내게 어떤 공부를 하고 있고,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먼저 물어보는 분들도 계셨다. 또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해 주셔서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
ARPA-E 서밋은 내게 여러 깨달음을 안겨줬다. 21세기를 살아가는 과학도로서 지녀야 하는 마음가짐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가장 큰 깨달음은 ‘가만히 있는 자에게 기회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이번 ARPA-E 서밋에서의 경험을 마중물 삼아 부지런히 도전하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부딪혀 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