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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모두가 자기 얘기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글쓰기 수업, 에세이 상호 첨삭이 있는 수업을 들으면서, 그리고 포항공대신문에 약 2년간 있으면서 많은 학생의 수필을 읽었다. 당연히 수준이 좋지 않다. 아마추어의 글이니 주제도 문장도 어설프다. 이해한다, 다들 글을 그렇게 잘 쓰면 왜 여기에 있겠는가? 하지만 조잡한 것을 넘어서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아마추어 수필은 대체로 이런 흐름을 따라간다.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일이 발생해 괴로웠다. (주로 성적이 안 좋아졌거나 진로 고민이 생긴다) 그러다 어떤 것을 깨달았다, 또는 시도했다. 그래서 문제가 해결됐다. 이제 앞으로 내 앞엔 이게 남았다. (주로 어디에 취업하거나 진학하려고 한다) 다들 이랬으면 좋겠다.구성만 놓고 보자면 흠잡을 곳 없이 교과서적인 수필이다. 자신의 체험에서 가치를 찾아내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런 글은 결론적으로 읽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경험이랄 것이 특이하지도 않고, 체험을 통한 사색은 얕다. 어쩌겠는가, 모두가 특이한 경험을 하면서 살지는 않으니. 결정적인 점은 소재가

78오름돌 | 김수진 기자 | 2026-04-29 09:30

입학한 지 2년이 지나고 어느덧 졸업 학년인 3학년이 됐다. 누군가에겐 3년이라는 학부 기간이 짧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후회 없이, 대학 생활을 즐겁게 보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새내기 시절 작성했던 ‘마스터플랜’을 꺼내 봤다. 적어뒀던 모든 계획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이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장과 경험을 중요시하게 여겼던 자세만큼은 지켜졌다.나의 대학 생활을 가장 활기차게 만든 원동력은 분반과 학과라는 소속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타인과 호흡을 맞추며 시간을 보냈던 단체 활동이었다. △도서관 자치 위원회 △과 학생회 △포항공대신문사. 이런 활동들은 단순히 공부와 여가 사이를 채우는 것을 넘어, △경험 △소속감 △더 넓은 인간관계를 만들어준 소중한 자산이 됐다. 도서관 자치회 사무실에서 동기와 함께 밤을 새우며 시험공부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며, 내가 쓴 기사가 신문으로 인쇄돼 세상에 나오는 성취감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2학년 여름에 다녀온 미국 UCI 해외 파견 프로그램이다. 낯선 해외 대학 캠퍼스 생활과 여러 도시 여행으로 보낸 여름방학은 치열했던 일상의 휴식처가 됐다. 먼 미래에 “내가 대학생

78오름돌 | 김범준 기자 | 2026-03-25 15:52

학생 기자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내가 떠올린 신문사 기자의 모습은 막힘없이 문장을 써 내려가는 사람이었다. 생각이 곧 문장이 되고, 문장이 곧 기사로 완성되는 듯한 사람들. 그러나 지난 2년을 돌아보니, 나는 메일 한 줄을 보내기 위해서도 여러 번 읽고 고쳐야 했다. 기사 속 한 문장을 두고도 더 정확한 단어는 무엇인지, 오해의 소지는 없는지 오래 고민하며 망설였다. 글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멈추고 점검하고 다시 쓰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어쩌면 나는 ‘잘 쓰는 사람’이 되기보다 ‘의심하며 쓰는 사람’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한 번 적은 문장을 그대로 두고 싶은 마음, 이미 정한 방향으로 계속 밀고 나가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이 모습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성’에 저항하는 것과 닮아있다. 관성은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물체가 현재의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을 뜻한다. 가만히 있던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 하고, 움직이던 물체는 같은 방향과 속도로 나아가려 한다. 관성을 따르는 운동은 예측할 수 있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그 안정성은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는 전제를 품고 있다.마지막 학

78오름돌 | 정혜정 기자 | 2026-02-26 14:55

산란이란 진행 중인 무언가가 장애물과 부딪혀 원래의 진행경로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주로 산란은 깨끗한 물질 속 불순물로 인해 발생한다. 대학 생활, 진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중 내가 만난 불순물과 산란의 방향, 이를 통해 느낀 점에 대해 적어 보고자 한다.첫 번째 산란부푼 꿈을 가지고 학교에 입학한 지 어느덧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입학 당시 나는 박사과정에 관한 목표 의식과 하고 싶은 연구 분야가 명확했기에, 자신감뿐 아니라 미래가 계획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렇기에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1학년 때부터 하고 싶은 연구와 관련된 심화 수업을 수강하고 희망 연구실에서 학부생 연구 참여를 시작했으며, 학회 발표까지 경험하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던 것과 별개로, 내가 생각한 연구 분야와 실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느껴 전공 지식과 열정이 더 잘 발휘될 수 있는 분야에 갈증이 생겼다.두 번째 산란올해 2월, 연구 진로 방향을 수정해서 세 분의 교수님과 면담하며 나름대로 촘촘한 진로 설계를 했다. 당시 나는 성과에 대한 욕심이 있어 집중적인 지도를 받는 것을 최우선으로 바랐고, 이에 맞춰 다음 연구실을 선택

78오름돌 | 김범준 기자 | 2026-01-01 11:45

매일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때론 만족스러운 순간을, 때론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마주한다. 어떤 날에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지만,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쳐 무너질 것 같은 시기도 있다.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내 삶의 공식’이 필요하다. 지금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적합한지 알려주는 지침이 있다면, 심적으로 힘든 순간에도 최소한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 공식이 늘 100점짜리 해답은 아니더라도, 외운 대로 실천하기만 해도 삶에 대한 만족도를 최소 70점은 확보해 줄 것이다.어떻게 삶의 공식을 찾을 것인가?수학의 공식을 유도하기 위해 기본 개념을 익혀야 하듯, 삶의 공식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자기 자신을 아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지난 학기에 들었던 한 교양과목에서는 △수면시간 △식습관 △운동 빈도 △타인과의 소통 △자아실현 방법 등과 그날의 상태를 매일 기록하는 과제가 있었다. 이 과제를 통해 내가 어떤 조건에서 행복과 안정감을 느끼는지, 나에게 꼭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

78오름돌 | 이주형 기자 | 2025-12-03 11:03

2년 전, 호기로운 열정을 품고 신문사에 들어서며 ‘마지막 기사는 4년의 대학 생활을 한 편의 글로 묶어 내보이겠다’라고 다짐했었다. 졸업을 앞둔 요즘, 기자로서 원고를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아직 사회에 첫발도 내딛지 못한 학부생이지만, 지난 4년의 대학 생활 속에서 깨달은 세 가지 사실을 후배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부디 나의 작은 깨달음이 후배들의 긴 여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친구의 성취를 거울삼아 나아가기내가 대학 생활을 하며 가장 경계했던 감정은 바로 ‘질투’였다. 질투는 나의 성장을 갉아먹는 걸림돌이다. 친구의 성공을 축하하지 못하고 깎아내리려는 마음이 먼저 든다면, 그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질투한다고 해서 내 성과가 생기는 것도, 성장의 동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제자리에 머물면서도 앞서가는 친구의 발목을 잡아끄는 일이 매우 비참하게 보인다. 우리대학에는 유독 우수한 학생들이 많다. 친구들의 수상 소식이나 성취를 들을 때마다 위축되기도 하고, 그 성과를 낮춰 부를 때도 있었다.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고 깎아내리려 했던 못난 마음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질투를 배격하기 위해서는 친구와 함께 성장할 여유

78오름돌 | 김윤철 기자 | 2025-11-05 11:20

얼마 전 친구와 밥을 먹다가 캐릭터 ‘라부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라부부가 그렇게 귀여운가?”“엄청 예쁘게 생긴 건 아닌데, 뭔가 매력이 있네.”우리는 그렇게 웃으며 밥을 먹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라부부의 ‘못생긴 귀여움’을 다룬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우리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구나 싶었다.라부부는 중국 팝마트(Pop Mart)에서 선보인 아트토이(art toy) 캐릭터다. 라부부의 외형은 전통적인 ‘예쁨’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양옆으로 한껏 올라간 입, 커다랗고 익살스러운 눈, 짧고 엉성한 팔과 다리. 언뜻 보면 귀엽다기보다 우스꽝스럽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 모습에서 더 큰 매력을 발견한다. 실제로 라부부의 인기에 힘입어 팝마트는 전 세계 완구 회사 중 시가총액 1위에 올랐고, 베이징 경매에서는 라부부 피규어가 2억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전통적인 ‘예쁨’의 틀에 들어맞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강력한 매력이 된 것이다. 이 현상은 비단 캐릭터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들 역시 틀에 박힌 완벽함에 지쳐 있었던 건 아닐까.이처럼 오늘날 우리는 늘 타인으로부터 정해진 기준에 맞추기를 요구받는다. SNS 속

78오름돌 | 정혜정 기자 | 2025-09-02 21:44

학교에 입학한 지 벌써 1년 6개월이 다 돼 간다. 이제 새내기의 부푼 꿈과 설레는 마음은 떠난 지 오래, 부쩍 동기들과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나 그동안 뭐 했지?’라는 물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대부분 비슷한 마음. 자신 있게 내놓을 만큼 대단한 학점을 가진 것도 아니고, 외부 대회에 나가 상을 타거나 인턴을 해 본 경험도 없는데, ‘그냥 어쩌다 보니’ 600일에 가까운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며 아쉬움을 표한다.하지만 지난 시간에 대해 후회와 미련이 남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아니라 대답할 수 있다. 이것 하나만은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 순간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이루고자 향한 방향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과 ‘나만의 중심을 잡는 것’.스물이 시작할 무렵 떠올렸던 마음 중 하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포항에서 보낸 세 학기 동안 가장 깊게 공부하고자 노력한 것은 물리도, 생명과학도, 수학도 아닌 ‘나’에 대한

78오름돌 | 양지윤 기자 | 2025-05-28 15:53

흔히 학점을 잘 받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농담이 있다. 하나는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대학 강의의 대부분은 상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해 학점을 부여한다. 그 때문에 시험을 보고 나면 평균은 몇 점인지, 표준편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서로 비교하는 상황이 심심찮게 보이곤 한다. 강의뿐 아니라 수없이 많은 경쟁과 그에 따른 결과는 상대적인 경우가 많았다.지난해 우리대학에 입학해 1년을 보내면서, 인생을 상대적으로 살아가려 하면 참으로 피곤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성장이 아닌 주변의 누군가를 목표로 했을 때 그 끝은 항상 허무했다. 아래를 내려다봐도 끝이 없었고 위를 올려다봐도 끝이 없었다. 주변보다 좋은 학점을 받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누군가보다 좋은 학점을 받으니, 성적이 A+로 가득한 다른 친구가 눈에 보였고 나보다 뛰어나 보이는 사람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상대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때 주위를 둘러보니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줏대 있는 삶과 절대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잠시 대학 생활을 쉬며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사람도 있었고, 남들보

78오름돌 | 유영주 기자 | 2025-03-26 18:13

퇴계 이황은 젊은 시절 학문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했다. 20세 무렵, ‘주역’에 깊이 몰두한 나머지 먹고 자는 일조차 잊었고, 결국 몸이 쇠약해지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는 후에 제자들에게 “학문하는 사람은 마땅히 자신의 기력을 헤아려서 자야 할 때는 자고, 일어날 때는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때에 따라 곳에 따라 관찰하여 살피고 체험해서 이 마음으로 하여금 멋대로 거리낌 없이 놀지 않도록 하면 될 것이다. 굳이 나처럼 무리하다가 병을 불러올 필요야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자신의 역량을 돌아보지 않고 배움에 대한 의욕만 앞세우면 건강을 해치고 마음의 병을 불러온다고 경계한 것이다.나 역시 고등학교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때는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잠을 줄이며 무리하게 공부하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항상 피곤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속도 안 좋았다. 그러던 중 ‘퇴계선생언행록’에 있는 가르침을 접했고, 배움이 더 나아가려면 쉼을 챙기는 것이 중요함을 알았다. 이후 공부와 휴식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고, 배움의 효율이 훨씬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비유하자면 개구리가 더 높이 뛰기 위해 잔뜩 움츠리는 자세가 필수인 이치랄까.

78오름돌 | 강호연 기자 | 2025-02-26 20:39

원래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말이 너무 많다’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12·3 계엄 사태 이후 도저히 같은 주제로 글을 쓸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말이 너무 없다.지난 12월 14일 토요일, 윤석열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졌다. 전국에서 집회가 열렸고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구호를 외치며 개표를 기다렸다. 아이돌 팬은 소중한 응원봉을 들고, 건설 노동자는 소중한 헤드랜턴을 끼고 거리로 나왔다. 나는 기자로서 12월 9일 자 한겨레 신문 1면을 피켓에 붙여 손에 들었다. 그곳에는 12월 7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의 사진과 이름이 있었다.이 105명을 규탄하는 이유는 단순히 탄핵에 반대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결정의 기본인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그들이 정말로 정치인이라면, 반대표를 내더라도 투표는 해야 했다. 그리고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본회의장을 나간 105명은 분명 아무 의견도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모두가 그들의 입장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니기 때문이다.침묵이 중립이 아니라는 말은 정치인에게

78오름돌 | 김수진 기자 | 2025-01-06 09:00

내 대학 생활은 줄곧 포항공대신문과 함께였다. 첫 신문사 면접에서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고 싶다던 그 포부는, 지금 돌이켜보면 꽤 많이 이뤄낸 것 같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같이 신문사에 입사한 기자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한편, 마감에 쫓기며 느꼈던 중압감과 책임감은 늘 내 마음 한편에 자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지금까지, 포항공대신문은 내 삶의 중심이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포항공대신문의 편집장이 됐다. 편집장이 된 후에는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매 발행을 위해 전체적인 기획을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편집장이 되면서 다른 학보를 참고할 일이 많아졌고, 그때마다 우리 신문이 더 발전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항상 관성적으로, 마치 공식에 값을 집어넣듯 신문을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매체의 급격한 변화가 학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에, 매번 비슷한 주제와 현장감 없는 기사로 지면을 채우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었다. ‘포항공대신문이 과연 독립된 언론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계속해

78오름돌 | 이재현 기자 | 2024-11-27 14:29

경쟁이라는 개념은 인류가 존재하던 시기부터 역사적으로 항상 우리와 함께했다. 식량을 얻기 위한 다툼에서부터 영토를 확장하려던 전쟁까지, 남들과 겨루는 일은 반복돼 왔고 시간이 흐른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학업적인 부분에서 경쟁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학창 시절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는 만큼 우리 모두 경쟁을 경험했고 앞으로도 하리라는 사실이 자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렇듯 경쟁이 아름다운 기억은 아닐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잠을 줄여 공부했던 날들, 그럼에도 실패하고 뒤처지는 기분을 느꼈던 날들. 경쟁에서 승리해 얻는 성취감도 있었겠지만, 또다시 그 굴레 속으로 빠져드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경쟁의 목적은 효율적인 발전을 지속하기 위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집단은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을 고용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발전하길 원한다. 이때 경쟁은 우리들의 역량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 돼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뒤처짐을 느끼는 사람들은 상처를 받곤 한다. 특히 나에게 맞는 길인지도 모른 채, 다른 사람들을 따라 달린다면 회의감과 상처를 더 많

78오름돌 | 이주형 기자 | 2024-10-30 13:00

52년 전통을 가진 문예지 ‘문학사상’이 지난 4월호(통권618호)를 끝으로 휴간에 들어갔다. 문학사상에서 1977년도부터 제정·운영해온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 또한 경영난을 이유로 운영권이 매각됐다. 한국 문학을 대중에 알리고 여러 작가를 등단시킨 ‘문학사상’에 전례 없는 위기다. 출판 문학의 뼈대가 하나둘씩 조용히 스러져가고 있다. 이른바 ‘출판 문학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사실 출판 문학의 위기설이 돈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2010년대 웹소설로 전환점을 맞은 장르문학과 달리 출판 문학에서 제힘을 내는 순수문학 시장은 90년대를 기점으로 서서히 그 빛이 바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아날로그의 쇠락이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아날로그 산업이 사장되고, 사람들은 종이에서 디지털 매체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종이책보다 접근성이 월등히 높은 매체들의 파급력은 예상보다도 훨씬 컸다. 그렇게 종이책은 점점 잊혀갔다. 그 사이에 있었던 굵고 작은 사건들은 도화선이 돼 종이책을 붙들고 있던 독자들마저 한둘씩 떠나갔다. 그때마다 많은 이들이 출판 문학은 위기에 빠졌다고 이야기해 왔다.‘우리나라 성인 6할 가량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문화체육

78오름돌 | 김태린 기자 | 2024-09-06 18:47

카페에 앉아 넓은 통유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푸르고 광활한 하늘과 따스한 햇살 아래 반짝거리면서 살랑이고 있는 언덕 위의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울적해졌다. 이 감정을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최근에 읽은 이언 매큐언의 ‘속죄’에서 묘사된 전쟁의 참혹함을 보았기 때문일까.지구 반대쪽에선 두 개의 큰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곳 사람들에겐 저 푸른 하늘이 미사일이 떨어지는 천장으로 보일 거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가면 시끌벅적한 일상적인 장면보다는 사람들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들을 두려워하며 뛰어다닐 거고, 모든 건물의 문은 닫혀 있을 것이며, 약탈과 쟁취가 넘쳐나는 원시적인 공간일 거다. 전쟁터에서 군인들은 오랫동안 제대로 씻지도, 자지도 못한 채 걸으면서 잠을 보충하고, 맨정신으로는 볼 수 없는 끔찍하고 잔인한 광경들 속에서 오로지 생존만을 목표로 버티고 있으리라. 간호사, 의사들은 쉬지 않고 들어오는 환자들과 그 환자들이 누워있던 침대가 빠르게 갈아치워지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우울감과 공포감에 휩싸였다가 나중에 무감각해지지 않을

78오름돌 | 조원준 기자 | 2024-06-12 16:11

태어나서 처음 들은 음악을 기억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겠지만 나 또한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엄마 말로는 내가 태어난 날, 할머니가 나에게 동요 ‘나비야’를 불러주셨다고 한다. 악기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밴드부에서 보컬을 담당하거나 그럴듯한 노래를 작곡한 적도 없지만, 어쩌면 나는 음악과 함께 태어나고 자라왔다고 생각한다. 행복할 때도 음악을 들었고, 괴로울 때도 음악을 들었다. 심지어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게 있을 때도 음악을 듣곤 한다. 신이 나거나 새벽 감성에 사로잡히면 노래를 흥얼거리고, 친한 친구들을 만날 때는 항상 노래방에 간다. ‘Music is my life’라는 말이 너무나도 거창하거나 유치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실은 나도 그 말을 부정하진 못하겠다. 음악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온전한 나’로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때때로 눈물의 역치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사람마다 눈물의 역치가 다르고, 나는 그 역치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눈물이 한번 터지고 나면 우울함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 그리고 그 역치에 다다르기 전까지 눈물로써 우울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78오름돌 | 오유진 기자 | 2024-04-22 17:37

‘정’이란 ‘느껴 일어나는 마음’ 또는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으로 정의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사전적 정의를 넘어 개인 간 관계뿐만이 아닌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개념이다. 과거 한반도의 풍습인 품앗이도 ‘정’의 일종이다. 가족노동이 모든 노동방식의 기초인 소농 경영의 현실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타인과의 노동력 차용 및 교환으로 해결하고자 한 데서 비롯됐다. 필요한 노동력을 타인에게 빌려 쓰고 이에 대한 답례로서 합당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품앗이는 강한 공동체성에서 출발했는데, 단순히 노동력의 교환이 아닌 상호부조에 의한 규율이다.현대 사회에서 ‘정’은 어떨까. 요즘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는 넓게 보면 대부분 ‘정’과 관련된다고 본다. △젠더 분쟁 △정치극단주의 △세대 갈등 △지역 갈등과 같이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 국한되는 ‘정’의 발현으로, 소득 양극화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은 점진적인 계층 사이의 공감과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이익 추구가 우선인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상 사회적 연대가 약화되고 이기주의가 발현돼, 자신 혹은 집단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것이 현실이다.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에 영향을 미친

78오름돌 | 이이수 기자 | 2024-03-22 18:25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우리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결정을 내리지만, 때로는 합리적이라고 여겼던 결정이 사실은 편협한 시각과 제한된 정보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특히 현대 세대에서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팽배로 자신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졌다. 하지만 이런 가치관은 우리가 인생에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살아갈 필요가 있음을 간과하게 만든다.현대인에게 △공동체주의 △종교 △도덕과 같은 것은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많은 사람은 이를 비합리적이라 규정하며 공동체보다 개인을, 종교보다 세속적 삶을, 시답잖은 도덕보단 개인의 안위를 중시하곤 한다. 실제로도 주변을 보면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단기적인 성공과 이익을 위해 노력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공동체의 유지에 해악을 끼치며 결과적으로 자신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비합리적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우리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윤리적 토대로 기능해 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우리 인류는 지금껏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고 개인은 공동체에 속해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발전해 왔다.

78오름돌 | 이재현 기자 | 2024-02-29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