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곳을 떠나며
정든 곳을 떠나며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11.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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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학 생활은 줄곧 포항공대신문과 함께였다. 첫 신문사 면접에서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고 싶다던 그 포부는, 지금 돌이켜보면 꽤 많이 이뤄낸 것 같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같이 신문사에 입사한 기자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한편, 마감에 쫓기며 느꼈던 중압감과 책임감은 늘 내 마음 한편에 자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지금까지, 포항공대신문은 내 삶의 중심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포항공대신문의 편집장이 됐다. 편집장이 된 후에는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매 발행을 위해 전체적인 기획을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편집장이 되면서 다른 학보를 참고할 일이 많아졌고, 그때마다 우리 신문이 더 발전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항상 관성적으로, 마치 공식에 값을 집어넣듯 신문을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매체의 급격한 변화가 학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에, 매번 비슷한 주제와 현장감 없는 기사로 지면을 채우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었다. ‘포항공대신문이 과연 독립된 언론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결국 우리 신문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우리 신문에 있어야 함을 편집국과 우리 기자단에 전했다. 올해 수습기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단순한 글쓰기 실력을 넘어, 문제의식과 혁신에 대한 의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했다.

다행히도 기자단이 내 뜻에 잘 호응해 줬고, 두려움과 귀찮음을 감수하고 1년을 잘 보내준 것 같다. 특히 몇몇 기자는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현장감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먼 곳으로 취재도 가고, 더 나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여름 교육 기간 세미나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물론 내가 올해 초 떠벌린 것을 모두 이루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일지도 모른다. 

처음 포항공대신문사에 들어오고 나서 해를 거듭해 나갈수록 훌륭한 학생 기자들이 뽑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올해 뽑은 수습기자들을 보면 포항공대신문의 앞날이 걱정되진 않는다. 후배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늘 ‘왜’라는 질문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왜 이 기사를 써야 하는지, 왜 이 관점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질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깊이 있는 기사가 나올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때로는 불편한 진실도 기꺼이 마주하며, 기자로서의 소명을 다해주길 바란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건전한 문제의식을 가진 우리 기자들이 더욱 재밌는 기사를 실컷 써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대학의 구성원을 비롯한 모든 독자 여러분에게, 포항공대신문을 향한 애정에 항상 감사드린다. 또, 우리대학의 운영 방침에 의견이나 이견이 있을 때마다, 포항공대신문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주길 바란다. 대학과 학생, 학생과 학생 간 가교 역할이 기꺼이 돼 드리겠다는 점을 알려드리며, 건전한 의견 개진과 소통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개교와 함께 시작된 포항공대신문은 앞으로도 대한민국 최고의 이공계 학보로서 그 소명을 다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