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학점을 잘 받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농담이 있다. 하나는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대학 강의의 대부분은 상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해 학점을 부여한다. 그 때문에 시험을 보고 나면 평균은 몇 점인지, 표준편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서로 비교하는 상황이 심심찮게 보이곤 한다. 강의뿐 아니라 수없이 많은 경쟁과 그에 따른 결과는 상대적인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우리대학에 입학해 1년을 보내면서, 인생을 상대적으로 살아가려 하면 참으로 피곤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성장이 아닌 주변의 누군가를 목표로 했을 때 그 끝은 항상 허무했다. 아래를 내려다봐도 끝이 없었고 위를 올려다봐도 끝이 없었다. 주변보다 좋은 학점을 받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누군가보다 좋은 학점을 받으니, 성적이 A+로 가득한 다른 친구가 눈에 보였고 나보다 뛰어나 보이는 사람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상대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때 주위를 둘러보니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줏대 있는 삶과 절대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잠시 대학 생활을 쉬며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사람도 있었고, 남들보다 느리더라도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남을 이기고 다른 누군가보다 잘되는 것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위한 목표를 세우니 마음도 정돈되고 전보다 더 행복해진 것 같다.
최근에는 남의 불행에서 나의 행복을 찾는 사람이 늘어가는 듯하다. 특히 타인에 대한 질투와 욕심이 도를 지나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터넷 속 여러 사건·사고를 이야깃거리로 소모하고 누군가를 끌어내리는 데 혈안이 된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유명인의 사건·사고가 터지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이를 퍼 나르는 흔히 ‘사이버 레커’라 불리는 사람들도 이런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는 존재다.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도,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태도가 만연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거나 여론이 바뀌면, 대중은 한순간에 태도를 바꿔 따라가는 이른바 ‘물타기’ 현상이 반복된다. 하지만 익명성에 숨어 타인을 끌어내린다고 내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의 총량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나의 행복을 위해 남의 행복을 뺏을 필요도 없고, 뺏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인생이 꼭 상대적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우리 삶 속에서 경쟁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며 누군가와 경쟁해야만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우리는 주위를 의식할수록 상대적인 우월감과 주변과의 비교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 흔히 빠진다. 하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은 상대적인 것에서 비롯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인 것보다 자신만의 절대적인 목표를 바라보는 포스테키안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