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감옥
시선의 감옥
  • 정혜정 기자
  • 승인 2025.09.0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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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와 밥을 먹다가 캐릭터 ‘라부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라부부가 그렇게 귀여운가?”

“엄청 예쁘게 생긴 건 아닌데, 뭔가 매력이 있네.”

우리는 그렇게 웃으며 밥을 먹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라부부의 ‘못생긴 귀여움’을 다룬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우리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구나 싶었다.

라부부는 중국 팝마트(Pop Mart)에서 선보인 아트토이(art toy) 캐릭터다. 라부부의 외형은 전통적인 ‘예쁨’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양옆으로 한껏 올라간 입, 커다랗고 익살스러운 눈, 짧고 엉성한 팔과 다리. 언뜻 보면 귀엽다기보다 우스꽝스럽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 모습에서 더 큰 매력을 발견한다. 실제로 라부부의 인기에 힘입어 팝마트는 전 세계 완구 회사 중 시가총액 1위에 올랐고, 베이징 경매에서는 라부부 피규어가 2억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전통적인 ‘예쁨’의 틀에 들어맞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강력한 매력이 된 것이다. 이 현상은 비단 캐릭터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들 역시 틀에 박힌 완벽함에 지쳐 있었던 건 아닐까.

이처럼 오늘날 우리는 늘 타인으로부터 정해진 기준에 맞추기를 요구받는다. SNS 속 사진은 필터와 보정으로 다듬어지고, 연예 산업은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좇는다. 학업과 직장에서는 빈틈없는 성취와 자기관리가 강조되고, 잠시 쉬어가는 것조차 뒤처지는 듯한 불안을 안긴다. 그렇기에 ‘못생겨서 더 귀엽다’라는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지친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자 하는 작은 선언일지 모른다.

물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시선을 ‘내가 남들이 보기에 잘했는가’에서 ‘내가 어제보다 나아졌는가’로 옮겨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타인의 평가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내가 세운 기준에 맞춰 자신을 인정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 남들이 잘 모르는 작은 성취-러닝머신을 5분 더 뛰었다거나, 독서 습관을 지켰다는 약속 같은 것-가 오히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이어진다.

셀레나 고메즈의 노래 ‘Who Says’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Who says you’re not worth it?   누가 너보고 가치 없는 존재라고 말해?

Who says you’re the only one that’s hurting?   누가 너만 상처받는 거라고 말해?

Trust me, that’s the price of beauty.   날 믿어, 그건 아름다움의 대가야.

가사의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울림을 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남이 정한 기준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워져도 괜찮다. 이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진실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일지 모른다. 우리가 불완전한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나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우리를 가두던 ‘시선의 감옥’은 조금씩 느슨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