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입학한 지 벌써 1년 6개월이 다 돼 간다. 이제 새내기의 부푼 꿈과 설레는 마음은 떠난 지 오래, 부쩍 동기들과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나 그동안 뭐 했지?’라는 물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대부분 비슷한 마음. 자신 있게 내놓을 만큼 대단한 학점을 가진 것도 아니고, 외부 대회에 나가 상을 타거나 인턴을 해 본 경험도 없는데, ‘그냥 어쩌다 보니’ 600일에 가까운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하지만 지난 시간에 대해 후회와 미련이 남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아니라 대답할 수 있다. 이것 하나만은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 순간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이루고자 향한 방향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과 ‘나만의 중심을 잡는 것’.
스물이 시작할 무렵 떠올렸던 마음 중 하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포항에서 보낸 세 학기 동안 가장 깊게 공부하고자 노력한 것은 물리도, 생명과학도, 수학도 아닌 ‘나’에 대한 공부였다. 원 없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한없이 좁았던 내 시야를 다시금 되돌아봤고, 학점을 적게 듣는 대신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를 했다. 포항공대신문사에서 글을 쓰며 꾸준히 생각을 정리했고 밴드 동아리에서 서른 곡이 넘는 곡을 공연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항상 결이 맞는 사람만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다양한 경험과 도전 속 늘 마음에 드는 과정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호불호를 넘어선 경험이 데이터베이스로 자리 잡아 나의 취향이 됐고, 어떤 파도를 만나더라도 올곧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중심의 윤곽이 잡혔다.
우리의 매일을 살펴보면, 하루를 ‘살아간다’라는 말보다 ‘견뎌낸다’라는 말이 더욱 어울린다. 끝없는 비교와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우리는, 남들이 다 달리니까 나도 달려야겠다는 마음에 맹목적인 질주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방향성을 잃은 전력 질주에 앞서 잠시 멈추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스스로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은 어떨까. 숨 가쁘게 지나는 시간을 단지 버텨 내기에도 벅찬 와중, 하루를 더 근사하게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청춘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고 가치 있다. 하지만 치열한 노력에 더해, 스스로를 솔직하게 마주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 또한 청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니 그 특권을 마구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잔나비의 ‘작전명 청-춘!’ 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우린 모두 타오르는 젊음이기에
흔들릴 수 있어 그래 무너질 수 있어
일어나라 작전명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