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노벨상은 현시대의 연구 트렌드가 ‘AI’임을 여실 없이 보여줬다. 관심 분야였던 AI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은 기뻤지만, 한편으론 ‘AI가 학문 연구에 끼치는 강력한 영향’과 ‘이제는 너무나도 똑똑해진 AI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홀로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더 다양한 연구자들 혹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성을 느꼈다.
노벨 위크 학생 파견단으로 노벨 위크에 참가했다. 노벨 위크는 전 세계 각지의 연구자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술의 장이다. 내가 떠올리지 못한 다양한 생각을 듣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 뿐만 아니라 직접 설문을 만들어 수집했다. 강연장 입장을 위해 줄 서서 대기하거나, 노벨 위크 대화(Nobel Dialogue) 세션 중간 쉬는 시간에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소개하고 설문을 요청했다.
설문을 통해 받은 소중한 의견을 곱씹으며 고민한 결과, 미래의 연구자로서 내가 어떠한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지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첫째로는 AI가 앞으로의 기초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받아들이고, AI 기반의 도구 혹은 방법론을 먼저 배우고 대비하는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이, AI의 영향력이 커지는 현 상황을 온전히 마주하고 능동적으로 AI를 공부한다면 오히려 두려워할 것이 없고, 나아가 각자의 연구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AI를 공부하면서 AI 기반 방법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AI를 활용한 연구에 비판적인 시각을 기를 수도 있다.
둘째로는 AI에 대한 의존을 통제하는 것이다. AI는 요약, 점검, 조사 등의 단순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반복적인 작업에서 특히 매우 효과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해당 작업은 자신의 힘으로 온전히 수행해야 할 때가 분명히 존재한다. 비록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작업일지라도 직접 하나하나 확인하고 시간을 쏟는 과정에서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생, 그리고 연구자들이 이러한 작업을 AI에 맡기고, 심지어는 연구의 핵심적인 부분을 수행하기 위한 공부 과정에서도 AI의 과도한 도움을 받는 경우가 존재한다. AI에 대한 이러한 의존은 결과론적으로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즉, AI가 없으면 혼자서 연구할 수 없는 사람이 돼버릴 수 있다. 따라서 AI 활용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자주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역량을 계속해서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벨위크에서 나에게 큰 인상을 줬던 총장님의 말씀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제는 벡터의 크기보다 방향이 더욱 중요한 시기입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에서, 이 글을 읽은 미래의 연구자들이 각자의 ‘방향’을 찾아 멋지게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