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밤하늘의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기숙사 옥상에서, ‘우리 사이 은하수를 만들어’라는 음악이 처음 흘러나오던 날을 잊지 못한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그렇게 듣게 된 몽글몽글한 OST에 한 번, 섬세한 영상미에 두 번 반해 보게 된 작품이다. 우연히 접한 이 작품은 떠올릴 때마다 늘 미소 짓게 되는 ‘인생 드라마’로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았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배타미, 차현, 송가경 세 명의 당당하고 능력 넘치는 커리어우먼과 ‘포털사이트 시장’이란 신선한 배경이다. 오늘날, ‘검색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다. 이 작품은 극 중 여러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에게 정보화 사회의 이면을 찌르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작품 속에 러브라인이 등장하나, 단순하고 뻔한 로맨스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드라마 속엔 의리, 경력 등 풋풋한 사랑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들이 속속 등장하고, 그 가치들은 세 주인공이 모두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할 수 있는 열정의 원동력이 된다.
난 계약이 엎어져도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예요. 난 모르거든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래서 하고 싶은 건 해야 하고 포기란 없어. 스물여덟은 이래요. 열정은 무한하고 지금 내 열정의 주인은 나예요.
남주인공 박모건이, 나이 차이로 사랑의 시작을 망설이는 여주인공 배타미를 설득하기 위해 던진 말이다.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 가장 와 닿았던 한 마디이자, 드라마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한마디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속엔 끊임없는 경쟁과 선택의 기로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주인공들은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부딪힌다. 열정의 주인이 경쟁에서 비롯한 목표일 때 생기는 뻔한 도파민이 아닌, 주인공 개개인 그 자체로 삶의 주인이 돼 빛나는 모습에 가슴이 벅찼다.
가끔 하루의 끝이 너무 지칠 때, 혹은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이 작품을 떠올리곤 한다. 청춘은 늘 끝없는 경쟁과 함께다. 그럼에도 끝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감싸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