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의 가치
현장감의 가치
  • 한정우 기자
  • 승인 2025.05.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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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생 처음으로 국내 프로야구 경기를 직접 관람(이하 직관)했다. 한국 프로야구를 본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은 적 없이 TV 중계로만 야구를 접해왔다. 사실 예전부터 야구장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직접 보면 뭐가 그리 다르겠어? 오히려 힘들기만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매번 마음을 접곤 했다. 게다가 그동안은 대학 입학이라는 가장 큰 목표가 있었기에 쉽게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다.

그런 내가 대학에 입학한 뒤,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의 제안으로 잠실야구장에서 생애 첫 직관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날, 나는 TV 화면 너머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생생한 감동을 경험했다. △관중들의 응원 소리 △선수들의 응원가 △풀카운트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극도의 긴장감 △득점 순간의 폭발적인 환호 △수비 실책에 따른 탄식까지. 야구장의 분위기는 화면 속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요즘은 OTT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예전보다 훨씬 더 쉽게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보니 굳이 현장을 찾지 않아도 만족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한때는 글로벌 IT 기업들과 언론이 앞다퉈 주목하고 유행한 메타버스 기술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이 주는 경험만큼은 어떤 기술로도 완벽히 대체될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와 관련해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최근 어떤 영상에서 무대 위 가수의 시점으로 촬영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관객 대부분이 휴대폰 카메라로 공연을 촬영하느라 정작 공연을 ‘직접’ 보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 순간을 기록하고,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점점 당연해지는 풍경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으로는 그 당시의 △공기 △감정 △열기를 온전히 담을 수 없다. 화면 속 모습은 실제와 비슷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외의 모든 것은 전혀 다르다. 그 순간만큼은 촬영보다는 눈으로, 마음으로, 온몸으로 그 현장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