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20년 난제를 풀다
반도체 산업의 20년 난제를 풀다
  • 노용영/화공 교수
  • 승인 2024.09.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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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디스플레이의 Backplane 회로 및 구조
▲OLED 디스플레이의 Backplane 회로 및 구조

우리는 하루 동안 디스플레이를 얼마나 보고 있는가? △TV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 PC까지 다양한 종류의 디스플레이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한 구성이 돼있다. 그뿐만 아니라, △키오스크 △VR △AR 등 다양한 형태의 디바이스가 꾸준히 새롭게 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역할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는 주로 LCD(Liquid Crystal Display)와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둘 중 하나로 구성돼 있다. 특히 OLED는 전류가 흐를 때 각 픽셀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자발광 특성이 있어, 개별 픽셀의 밝기와 색상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고, 그로부터 우수한 Black Level과 명암비를 가질 수 있다.

이는 Contents와 관계없이 항상 켜져 있는 Back Light를 사용하는 LCD와의 차별점으로, 더 깊은 Black을 통해 소비전력이 낮고 더 생생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어 스마트폰부터 대형 TV,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장치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OLED는 유연한 기판에 제조가 가능하고, Flexible, Foldable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도 호환이 좋아서 연구 개발에 유망한 기술이다.

그렇다면 OLED 디스플레이의 발전을 위해 개발돼야 하는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OLED 디스플레이의 구조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있다. △빛을 만드는 발광부 △발광부가 빛을 낼 수 있도록 전기적 신호를 스위칭해주는 TFT(Thin Film Transistor) △TFT와 발광부를 쌓아 올릴 수 있는 기판(Substrate)이다. 여기서 기판에 TFT가 올라간 구조를 Backplane이라고 부르는데, OLED는 디스플레이의 픽셀을 제어하기 위해 Backplane 기술에 의존하게 된다. 즉, 화질의 핵심인 화소, 기기의 소비전력 등에 크게 기여하는 기술이 바로 Backplane 기술이다(그림).

OLED의 개발 이전에 LCD에는 주로 비정질의 규소를 Backplane용 TFT로 사용했는데, 이는 전하의 이동속도(모빌리티)가 너무 느려 픽셀을 밝게 만들고, 빠르게 On/Off 시킬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그 대안책으로 Low-Temperature Poly-Silicon(LTPS) 기술이 개발되고 사용됐다. LTPS는 비정질 실리콘보다 높은 전자 이동도를 갖고 있어, 픽셀 전환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레이저를 사용해 결정화시키는 ELA(Excimer Laser Annealing) 공정을 활용하기 때문에, 빔의 크기가 한정적이어서 Backplane의 대형화 공정에 적용되기가 어렵고, 레이저가 고가라서 공정비용도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산화물 반도체가 개발됐다. 정확히는 금속 산화물 반도체로, 이온 결합성 물질을 사용해 Metal의 ns 오비탈과 산소의 2p 오비탈이 각각 CBM(Conduction Band Minimum)과 VBM(Valence Band Maximum)을 구성하기 때문에, 다른 반도체보다 밴드갭이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넓은 밴드갭을 구성하게 되면, 디스플레이가 켜져 있을 때도 누설되는 전류의 값이 많이 감소하게 되므로, 전력 소모가 매우 낮다는 장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상용화된 IGZO(InGaZnOx) 기술은 OLED를 구동하기에 충분한 전하 이동도 값을 가지며, 공정비용이 저렴하고 비정질이어서 대면적에서 균일한 물성의 박막으로 증착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OLED Backplane에 적용돼고 상용화됐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산화물 반도체는 전자 이동도는 높지만, 정공 이동이 매우 낮거나 상온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산화물 반도체를 보다 다양한 응용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공(Hole)을 전달하는 p형 산화물 반도체의 개발이 필요하다. 불행히도 p형 산화물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은 재료의 내재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전자가 흐르는 밴드인 CBM은 구형인 s 오비탈로 형성되기 때문에 오비탈 간 겹침이 커서 전자 이동이 쉽다. 반면 정공이 흐르는 VBM은 산소의 2p 오비탈을 이용하므로, 오비탈이 편재화돼 이를 통한 정공의 전달이 어렵다. 따라서 높은 정공 이동도를 갖는 비정질 p형 산화물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지난 20년간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기술적 난제였다.

본 연구팀은 금속 양이온을 이용해 산화물 반도체를 구성하는 기존의 방식 대신, 16족 원소의 칼코젠 중금속인 텔루륨을 양이온으로 사용해 산화물을 형성하면 매우 우수한 P형 산화물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텔루륨 산화물에 산소가 부분적으로 결핍된 상태를 만들어 주면, Te2+, Te0 State가 형성되고 이들이 VBM 근처에 정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억셉터 레벨(Acceptor Level)을 형성한다. 따라서 부분적으로 산화된 텔루륨 산화물 박막의 산화 정도를 조절하며 정공의 전하량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필름에 셀레늄을 도입하면, 텔루륨-셀레늄 복합 산화물이 형성된다. 바로 이런 텔루륨-셀레늄 합금을 정공의 전달을 위한 전도 채널로 이용하면, 매우 높은 성능의 p형 산화물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보면 현재 OLED에 적용되는 비정질 IGZO와 거의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얻을 수 있다.

본 연구팀이 개발한 셀레늄-텔루륨 산화물 소재는 성능 면에서 기존에 보고된 다른 비정질 p형 산화물 반도체들과 비교했을 때 성능 및 소자 안정성이 우수하며, 낮은 공정 온도에서 대면적에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관련 소재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향후 상용화 적용 연구를 통해서 모바일 기기를 충전 없이 구동할 수 있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또한 메모리와 로직 소자를 수직으로 쌓아올려, 더 빠른 컴퓨팅이 가능한 단일 수직 적층형(Monolithic 3D Integration) 소자에도 적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