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융복합 기술의 근간이 되는 제어공학
시스템 융복합 기술의 근간이 되는 제어공학
  • 한수희 / 융공 교수
  • 승인 2023.03.0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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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사람이 걷기까지의 과정

“저 친구는 제어가 안 되는군”이라는 말과 같이 제어라는 용어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단어이다. 또한, 고대 그리스(약 BC 270년경)의 한 문헌에 물시계의 유량 제어기법을 도입한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제어의 역사는 오래됐다. 이후 19세기에 이르러 제어장치 설계를 위해 수학적 기법이 도입되면서 제어공학의 학문적 체계화가 이뤄졌으며, 근대 산업화와 자동화에 크게 공헌했다. 또한, 제어공학은 현대 산업에서도 여러 분야의 기반 기술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제어공학은 종합 학문적인 성격이 아주 강하다. 특히 최근에는 학문이 융복합하는 추세로, 제어공학은 여러 분야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로 이질적인 복잡계를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제어공학은 오래전부터 많은 방법론을 제시해왔다. △회로 이론 △동역학 △전자회로 △전자기학 등에 등장하는 다양한 시스템에 피드백을 사용해 그 성능을 높이는 것이 제어공학의 가장 큰 목표다. 막연하게 일컬어지던 시스템과 성능이라는 것이 제어공학에서는 수학적으로 표현되며, 시스템의 설계 과정도 어떤 과목보다 수학에 많이 의존한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이 어려워하다가, 제어공학이라는 큰 숲은 보지 못하고 단순 미적분 계산만 반복하다 학기가 끝나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평소 하는 행동도 제어되고 있다

제어라는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정해진 목표 지점으로 간다고 할 때, 목표 지점을 확인한 뒤 눈을 감고 걸어갈 때와 눈을 뜨고 목표 지점을 계속 보면서 걸어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굳이 해보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전자는 목표 지점을 벗어날 테고, 후자는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컵에 물을 따를 때, 눈을 감고 감으로 따르는 경우와 눈을 뜨고 보면서 따르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눈을 뜨고 걸을 때 우리 몸에서는 어떤 제어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자. 제어를 수행하기 위해선 출력 신호를 감지하는 감지기가 필요한데, 여기선 눈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출력 신호가 따라가야 하는 값, 즉 목표 지점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이를 기준 입력이라고 하며, 명령 입력 또는 명령 신호라고도 한다. 제어기는 감지기에 의한 측정 신호와 기준 입력 사이의 오차를 줄이면서, 시스템의 출력이 기준 입력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제어한다. 즉 눈으로 목표 지점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확인하고, 두뇌에서는 현재 걸음과의 오차를 계산해서 목표 지점을 향해 걷도록 한다. 그림 1에서는 현재 위치에 해당하는 출력이 눈에 해당하는 감지기를 거쳐 입력 신호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시스템과 제어기 및 감지기로 구성된 시스템을 폐로 제어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특히 시스템의 출력이 입력 신호로 다시 들어가서 제어에 사용되기 때문에 피드백 제어 시스템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단순한 걷는 행위를 두고 설명했지만, 이런 제어를 사용해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하는 예는 주변에 얼마든지 많다. 그림 2에서 다양한 제어 시스템을 볼 수 있는데, △드론 △로봇 △역 진자 시스템 △자동차 △이차전지 등은 모두 제어 대상 시스템이다.

▲그림 2. 다양한 제어 시스템

제어에도 AI를 도입한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으로 AI가 관심을 끌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응용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특히 인지와 판단 영역에서 많은 발전을 가져와,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등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됐다. 제어 분야에서도 기계학습의 한 영역인 강화학습이 도입돼 기존의 제어 알고리즘을 대신해 데이터와 학습을 통해 제어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사람이 스포츠 등을 배울 때 수많은 실수를 통해 배우듯, 시스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강화학습은 적절한 보상체제만 만들어 놓고 기계를 점수 벌레처럼 행동하게 하면 인간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기존에는 수학적인 모델을 세우고 매우 분석적인 제어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했는데, 이런 방법은 제어 대상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이벤트와 불연속적인 신호들이 섞이면 설계에 많은 한계가 있었다. 강화학습을 사용해 제어 알고리즘을 설계하면 모델에 기반하지 않고 데이터에 의한 학습을 통해 어떤 어려운 문제에서도 제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즉 문제 설정과 컴퓨터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만 정하면, 실제 제어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담당한다. 바둑을 뒀던 알파고도 그렇고, 최근의 강화학습은 주로 판단 영역 결정 및 제어에서 많이 연구되지만, 모터와 구동기 및 로봇 팔 등의 실시간 제어에도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향후, 인지-판단-제어가 모두 신경망을 통해 위에 언급한 폐로 제어 시스템을 이루면 인간과 흡사한 완벽한 자율 시스템이 구현될 것이다.

▲그림 3. 드론 제어 테스트에 쓰인 드론

제어공학의 미래

최근 △정밀 장비 △우주 산업 △국방 산업 등의 최첨단 산업에서 고도의 세련된 제어 지식이 요구되고, 몇 개의 선진국에서만 보유한 첨단 제어 시스템 설계 기술 획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제어 기술은 오픈하고 공유하는 기술이 아니라, 산업체 및 국가 간에도 철저하게 보안이 요구되는 핵심 기술이다. 국내 많은 시스템의 국산화율이 높음에도 아직 내재화하지 못한 기술이 제어 분야인데, 산업체와 국가에서도 꾸준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최근 스페이스X에서 로켓 회수 장비를 선보였고 작년에는 나사의 소행성 충돌 실험이 있었는데, 두 사례 모두 내부적으로 엄청나게 정교한 제어 기술이 적용됐다. 향후 최첨단 제어 기술 연구는 은밀하고 조용하게 진행될 것이다. 한국도 다양한 산업 분야의 근간이 되는 제어 기술 연구를 전 국가적으로 전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제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며 제어를 통한 성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찾아야 한다.

 

 *이 글의 일부 내용은 필자가 저술한 ‘실감나게 배우는 제어공학(한빛출판네트워크)’에서 발췌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