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불러올 가치
다양성이 불러올 가치
  • 제태호 / 컴공 20
  • 승인 2024.09.06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양성, 나에게는 학창 시절 도덕 시간에 가볍게 들었던 단어에 불과했다. 그 당시에는 그저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여겼던 이 단어가,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갈등,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배척,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 등 다양성과 관련된 문제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이 문제들은 단순한 사회적 갈등으로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양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나조차도 다양성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 과정을 한국에서 마쳤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었고, 같은 언어를 사용했으며, 동일한 문화를 공유했다. 심지어 남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대에 진학하며 군대를 다녀오는 과정에서 성별 역시 동일한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나에게 다양성은 그저 도덕적으로 존중해야 할 가치 혹은 배려를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마도 많은 한국 학생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며 자라왔기에, 다양성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여름 큰 변화가 찾아왔다. 3주 동안 미국 대학의 수업을 듣고 실리콘밸리의 여러 기업을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됐다. 미국에서 보고 배웠던 경험들은 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에서는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 인도계 미국인 등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며 다양성이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혁신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가치라는 것을 느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다양성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성 책임자(CDO)를 두고 있으며, 다양성을 가진 조직이 더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시각과 접근 방식을 통해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했으며, 이는 혁신과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창조하고, 획일적인 사고나 경직된 문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었다. 

반면에 우리대학의 학생들이 과연 다양성을 진정으로 추구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산업화 시대에는 표준화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동질적인 노동력이 필요했지만, 오늘날의 첨단 기술 사회에서는 창의력과 혁신을 주도하는 능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우리대학은 제2 건학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사고방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발전도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진정한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나 자신부터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