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 문준혁 / 전자 21
  • 승인 2024.03.2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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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라왔기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세상 뉴스에도 별로 관심이 없어 시사상식도 풍부하지 못하고, 부끄럽지만 대학에서도 높은 성적이 아니며 잘하는 운동이 있지도 않다. 성실하고 멋있는 우리대학 학우들과 내 모습은 비교할 점들이 많았고, 신입생 시절 내 자존감은 매우 낮았다.

분야를 막론하고, 능수능란한 사람들은 내게 정말 멋있게 비춰진다. 특정 부분에 강점을 보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다. 그래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는 욕구가 강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집단 내에서 1등이 되고 싶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친한 형이 속해 있어서 별생각 없이 연극부 활동을 시작했다. 첫 무대로 중학교 2학년 시절 지나가는 경비 역할로 무대에 섰을 때 내 주변 친구들로부터 그런 발연기는 처음 본다고 혹평을 들었다. 하지만 무대에 섰을 때의 그 짜릿함과 커튼콜에서의 감동을 잊지 못해 계속해서 연극 생활을 이어갔다. 거듭된 연습과 쌓여가는 경험들로 점차 발성과 액팅이 자연스러워지며 연극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는 주연까지 맡으며 연극에 대한 자부심이 최대치에 달하기도 했다.

대학에 와서도 연극 동아리에 입부해 연극 생활을 이어나갔지만, 연극에 대한 내 자부심은 고꾸라졌다. 대학 생활을 잘하려는 마음에 여러 활동들을 병행하며 피로가 쌓여갔고, 학업도 급급했기에 연극 준비가 매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연이 상영 2주 전에 엎어지는 일도 일어났다. 한때 연극이 정말 싫증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장 자신 있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연극을 놓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도전해 최근 ‘그 여자 사람 잡네’라는 극의 주인공 역을 맡아 공연을 진행했다. 극을 준비하면서 내 오랜 연극 생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울 점과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음을 느꼈다. 그렇기에 어떤 애드리브를 넣을지, 대사는 어떻게 구사할지 끊임없이 생각하며 더 완벽한 연극과 더 좋은 연기를 만들려 노력했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극을 해냈다. 연극이 끝나고 “너 연기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대학로 연극보다 재밌었다”라며 지인들이 해줬던 말들로 나의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 정말 기뻤다. 이 연극을 통해 드디어 나도 우리대학에서 연극 하나만큼은 정말 잘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만의 확실한 장점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든다.

자존감은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연극 활동을 기점으로 점점 나에 대한 확신을 채워가는 중이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무기력한 기분이 든다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실하게’ 잘하려고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