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을 믿나요?
아름다운 이별을 믿나요?
  • 류나은 / 무은재 22
  • 승인 2023.05.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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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이 감정을 느끼며 많은 성장을 했기에 관련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내가 20대가 되고, 대학교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년째가 됐다. 20대가 되기 전의 나는 내가 느끼는 세세한 감정을 살피기에 너무나도 바빠 흘려보내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나는 최대한 많은 감정을 마주하고 되새김질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발맞춰 내가 어른이 됐듯이, 주변인들도 각자의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정신없이 흐르는 시간에 따라 살아오다 보니,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일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영향이 컸던 것이 작년과 올해 맞이한 소중한 사람들의 부고이다.

작년에는 나의 영원한 단짝이었던 할머니가, 올해에는 아버지처럼 나를 챙겨 주시던 고등학교 스승님이 내 곁을 떠났다. 내 앞에 주어진 현실에 쫓겨 살다 보니 주변을 살필 여력이 없었고,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무기력하기만 했다. 당시 바쁜 대학 생활을 보내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외로이 기숙사에서 눈물을 절제하지 못한 채 흐느끼는 것이었다. 눈물의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가장 나를 슬프게 만든 것은 내가 그동안 이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느낀 상실감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서 그 당시의 나에게 생각해 보라고 했다면, 나는 단연코 들은 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순간에 차오르는 슬픔 앞에서 이를 어떻게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의 슬픔을 잔잔하게 덮어준 뒤, 나는 비로소 이별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방법에 관한 고민에 빠졌다.

사람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이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이를 믿는가? 물론 사람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이별을 겪겠지만, 나는 이별의 시간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신을 굳건하게 지키는 방법을 배웠다. 소중한 사람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수긍하고 상실감을 오히려 회복력으로 채워 넣고자 노력했다. 일상으로의 완전한 복귀는 어려웠지만, 마음이 점차 건강해지고 비로소 굳건한 삶으로 돌아간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별은 아프다. 항상 채우고 있던 자리에서 그의 그림자마저 보이지 않는 순간, 물밀듯 차오르는 외로움은 주체할 수 없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이 감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하나씩 느껴가는 과정에서 나는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별은 아픔을 불러오기에 이별을 통해 스스로를 키워나가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새로운 모습을 찾도록 해줄 것이다. 어디선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중 지금 이별의 슬픔을 느끼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고통을 모두 헤아리기는 어렵겠지만, 이 감정을 귀중히 여겨 본인의 미래를 꽉 채울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모든 이들에게, 특히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아픔으로 비롯된 회복력을 발판 삼아 본인의 새로운 모습을 가꿔나가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