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있는 ‘愛’에 대하여
사라지고 있는 ‘愛’에 대하여
  • 서우현 / 무은재 23
  • 승인 2023.12.0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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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면 미성숙했던 학창 시절의 내 모습은 사라지고 마땅히 성숙한 어른으로 바뀔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곧장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제야 어른이 되는 출발점을 밟고 있던 것이다. 그 출발 과정에서 내 정체성을 돌이켜 봤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인생은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홀로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교수님들과 고민을 나누다 보면 고민의 가닥이 잡힐 듯싶어 김진택(융공) 교수님과 백승태(생명) 교수님께 개인적으로 면담을 요청했다. 두 교수님과 면담하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됐고,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동력은 모두 인류애(人類愛)로 귀결됐다.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인류애의 가치를 드높이고, 여러 사람이 서로 배려하고 아끼며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인생의 방향성을 정한 뒤로 현재 나는 장애아동 시설 봉사, 멘토링 등 삶 속 작은 인류애의 가치를 키워가고 있고, 더 따뜻해질 세상에서 내가 맡을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젊은 연령층의 인류애가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한때 성인들만의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 구역에서 어린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 유행처럼 번졌다. 또한 최근 세금 낭비를 이유로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 공공 일자리 등 노인복지를 축소, 폐지해야 한다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면 기술의 온라인 전환으로 인해 소외되는 약자들의 고충도 뉴스를 통해 자주 전해온다. 이를테면 키오스크 사용과 온라인 택시 호출 서비스에 익숙지 않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시·청각장애인과 노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을 때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젊은 세대 상당수가 △아동 △노인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고충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 침묵하고, 때론 그들에게 향하는 혐오에 동조하는 현실이 더욱 큰 문제다.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사회를 함께 구성하는 이웃임을 망각하고 자신의 실리만 챙기려는 젊은 세대의 태도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언젠가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두 불과 몇 년 전까지 아이였고, 후에 부모가 되고, 자연스레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타인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랑’과 ‘배려’의 정신이 시급해 보인다.

사랑이 쌓이고 일상 속 작은 배려들이 이어지다 보면, 따뜻한 사회는 자연스레 결과로써 따라올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사랑을 베풀고 함께 끌어주는 그런 세상 말이다. 인류애와 사랑이 가득한 세상을 소망하는 내 마음이 독자에게 닿아, 중요한 것들을 잊고 지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있길 바란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 주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응원과 사랑의 온기를 나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