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순간, 머무는 시선
떠나는 순간, 머무는 시선
  • 김민준 / 전자 20
  • 승인 2024.11.27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멀리 떨어진 본가에 갔다가 학교로 돌아올 때면 부모님은 항상 나를 배웅해 주신다. 배 웅은 만남의 끝자락에서 이뤄지는 짧고도 긴 순간이다. 나를 배웅하는 부모님의 시선은 특 별하다. 그 시선에는 수많은 말이 묻혀 있고, 그리움과 애정이 깊이 담겨 있다. 이것은 단 순한 배웅이 아니라 ‘눈바래기’라는 말로 더 깊이 표현될 수 있다. ‘눈바래기’는 떠나는 사 람을 배웅할 때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을 의미하는데, 단순히 떠나는 사람을 바라 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시선에 수많은 감정 과 마음을 담아 보내는 말 없는 인사이자 걱 정, 그리고 다정한 응원의 표현이다. 

눈바래기의 순간은 따뜻하다. 떠나는 내가 등을 돌린 순간에도 그 시선은 나를 감싸고 있다. 그렇게 부모님의 눈바래기를 받고 학교 로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불씨가 심겨 있다. 그 불씨는 언제나 함께라는 응원과 위로를 준 다. 이처럼 눈바래기는 말로 다 전하지 못할 사랑과 응원, 그리고 염려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배웅을 넘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속에 항상 함께함을 상기시킨다. 눈바래 기의 따뜻함은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의미가 깊어진다. 그것이야말로 소중한 사람의 마음 이 닿는 순간이다. 

나 역시 그런 눈바래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사람, 말없 이도 그 사람의 안위를 기원할 수 있는 사 람 말이다. 세상은 점점 빠르고 바쁘게 돌 아가며 서로에게 무심해지기 쉽다. 그러나 눈바래기의 따뜻함은 사람 사이의 정을 잃 지 않게 해준다. 우리는 눈바래기할 만큼의 시간을 갖지 못하거나, 그것을 사치로 여길 때가 많다. 하지만 짧은 순간에도 마음을 담은 눈길은 큰 의미를 전할 수 있다. 그것 은 상대방에게 우리가 그들을 생각하고 있 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요즘 세상에는 눈바래기의 따뜻함이 절실 히 필요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 치여 서 로를 돌볼 시간을 잃고 일상 속 배웅조차 의 미 없이 지나가곤 한다. 그러나 짧은 순간의 눈바래기는 관계를 이어주고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떠나는 이를 마지 막까지 지켜보는 시선은 그들이 혼자가 아님 을 알려주고 어디를 가든 자신을 생각하는 사 람이 있다는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를 눈바래기하는 그 순간, 나 자신도 그 사람을 마음속에 새긴다. 

나 역시 누군가를 배웅할 때 내 시선이 그 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 말없이 전하는 안녕, 다정한 눈길로 배웅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 눈바래기는 단순한 배 웅이 아니라 다시 만날 때까지 이어지는 마음 의 끈이다. 세상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눈바래기의 따뜻함은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감정이다. 그래서 나는 눈바래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다정한 시선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길을 응원 하며 그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머무르는 그 마음. 눈바래기는 떠나는 이에게도, 남는 이에 게도 그 순간의 따뜻함을 오랫동안 간직하게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 사이의 소중한 연결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