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일상’이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 는가? 일상의 사전적 정의는 ‘날마다 반복되 는 생활’이다. 사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하루를 똑같은 일과로 보낼 수는 없다. 날마 다 듣는 수업이 다르고, 어떤 날은 동아리 모임이 있다. 사람마다 일상의 주기는 다르 겠지만, 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일상은 ‘새롭지 않고 익숙한 나날’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익숙한 수업들을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규칙적으로 듣고, 주기적으로 동아리 모임에 나가며, 때로는 열정적으로 도전에 나서기도 하는 일상을 만끽하고 있다.
대학생이 된 지 벌써 2년이 지나고 어느 새 3학년이 된 지금,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장 크게 체감한 것은 일상을 유지하는 것 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문장이 굉장히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일상이란 익숙해야 한다. 하지만 익숙한 날 을 보내는 데 에너지가 들어간다면 이를 익 숙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일련의 사고 가 특별한 논거 없이 그저 감각적으로 떠올 랐기 때문에, 차분히 이런 생각이 든 이유에 대해 정리해 봤다.
먼저, 일상의 변화는 특별한 계기로 인해 급격히 일어날 때도 있지만, 서서히 일어나 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내가 운동 을 매일 하기로 다짐했다고 가정해 보자. 매 일 꾸준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몇 개월 뒤에는 운동이 나의 일상이 돼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삶 속에서 가지는 의 지와 다짐들로 만들어지는 변화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꽤 많은 에너지 를 투입해야 한다. 비슷한 예로 나는 1학년 때부터 도서관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나의 주변인들은 내가 도서관에 있는 것을 당연 히 여길 정도로, 공부와 과제를 도서관에서 하는 것은 내 일상적인 루틴으로 자리 잡았 다. 하지만 3학년이 된 지금조차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은 약한 의지로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한 번 에너지를 쏟아 도서관으로 간 다면, 공부를 끝냈을 때의 뿌듯함으로 나에 게 돌아온다. 이렇듯 우리는 평소 일상을 유 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면서도 그곳에서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이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에서도 마찬가지 다. 1학년 때는 분반 친구들과 ‘일상적으로’ 대화하면서 가깝게 지내고, 효자시장에서 같 이 식사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점차 학년이 올라가면서 친구들과의 일상적인 대 화와 식사는 띄엄띄엄 안부를 묻는 연락들 로 치환됐다. 친구들과 식사하거나 대화하려 면 나의 시간을 따로 내야만 하기에 일상과 는 거리가 생긴 것이다. 1학년 때의 일상을 유지하고자 했다면, 나와 친구의 에너지를 사용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럼 에도 1학년 때와 다름없이 자주 연락하면서 교류하는 친구들도 있다. ‘일상 유지’에 필요 한 에너지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 즐거 움으로 채워진다.
나는 지금 1학년, 2학년 때와 다른 3학년 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공부도 하 기 싫고, 몸이 지쳐 혼자 침대에 누워서 쉬 고 싶은 날도 많다. 하지만 △공부하며 느끼 는 보람 △친구들과 만나서 얻는 즐거움 △ 그런 일상들에서 오는 뿌듯함이 곧 나의 원 동력이 된다. 나는 이렇듯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고, 이는 또다시 나의 일상 을 활기차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어느 날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면, 작은 보람에서 오는 에너지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