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항해
삶이라는 항해
  • 이민주 / 무은재 23
  • 승인 2024.01.0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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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책을 즐겨 읽는가? 필자는 대학생이 되면 책을 즐기는 사람이 돼 있길 바랐다. 그러나 바쁜 학교생활에 책 읽기는 뒷순위가 됐고, ‘리더스 클럽’이라는 장치를 둠으로써 책을 읽고자 했다. 리더스 클럽은 한 학기 동안 3권의 책을 읽고 모임을 가지며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이다. 마지막 모임에서 ‘노인과 바다’라는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혼자 가지기 아까운 교훈을 얻어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노인과 바다는 한 노인의 고기잡이 이야기다. 노인은 소년과 고기잡이를 나가지만, 84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 결국 소년의 부모가 반대해 소년은 다른 배를 타게 되고, 노인 혼자 먼 바다로 나가 사흘의 싸움 끝에 거대한 청새치를 잡는다. 그러나, 상어 떼의 공격으로 고기 뼈만 가지고 돌아오게 된다.

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 ‘낚시’, ‘항해’라고 느껴 당황스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읽다 보면 우리의 삶이 항해와 닮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노인은 자신을 잘 따르는 소년이 있으나 ‘항해’를 할 때는 혼자다. 죽을 위기를 다해가며 큰 물고기를 낚시하는 동안, 노인은 이따금 소년을 떠올리지만 혼자 힘으로 이겨내고 돌아온다. 기진맥진해서 돌아와 잠든 노인에게 소년은 이불을 덮어주고 따뜻한 차를 데워 온다. 이렇듯 곁에 함께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원동력이 돼주지만 인생의 고난과 역경은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은 그 과정을 함께해 줄 수 없다. 그들은 단지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왔을 때, 혹은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돌아왔을 때 위로와 응원을 보내줄 뿐이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삶의 태도를 바꿔 놓는다. 인생은 한편으로는 혼자 사는 것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뱃전에 달린 무거운 짐이 없어진 배가 얼마나 가볍고도 순조롭게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지만 느낄 뿐이었다. 배에는 이상이 없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키 손잡이 말고는 전혀 피해가 없어. 손잡이 같은 거야 쉽게 갈아 끼울 수 있지.’ 노인은 키 손잡이가 부서지는 등 배에 손상이 간 모습을 보고도 태연하게 반응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삶은 무수히 많은 사건 사고로 진행된다. 그 결과가 본인에게 긍정적으로만 돌아올 수는 없다. 분명 상처받기도 하고, 잃는 것이 있을 터인데, 너무 무너지지 않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들만 남아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오히려 항해하면서 ‘이 부분이 약하구나,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고쳐 더 근사한 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다는 가변적이어서 배를 밀어줄 수도 있지만, 곧장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 노인과 같이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항해는 외롭고 힘든 순간의 연속이겠지만 바다 위의 노인을 떠올리며 잘 이겨내길 바란다. 다들 근사한 항해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