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학위 수여식을 마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포스테키안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소속한 기관이나 조직에 대한 애정보다는 불만을 가지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환경에 살고 있을까?’, ‘내 학교는 왜 이 모양일까?’, ‘내 지도교수는 나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할까?’ 등 친구, 선후배, 동료들과 모이면, 함께 속한 조직을 비방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으며 버텨왔던 것 같다.
박사과정 시절, 같은 연구실을 졸업한 선배를 한 학회에서 만나 지도교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때 한국의 한 교수님이 우리에게 다가와 지도교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하고 있던 행동은 결국 내 얼굴에 침을 뱉고 있는 것이구나, 나부터 내 지도교수와 내가 속한 조직에 애착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나는 불만보다는 지도교수의 본받을만한 점을 말하고, 내가 속한 학교의 좋은 점들을 주변에 말하다 보니, 지도교수의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연구실이 자랑스러워졌고, 지도교수가 존경스러워졌으며, 내 학교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묻는다. 포스텍 출신도 아니고, 포항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경상도 출신도 아닌 사람이 왜 이렇게 학교를 사랑하고,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에너지를 쏟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생긴 주인의식이 없었다면 쉽게 그러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학내 전자게시판에 많은 학생이 학교는 왜 더 해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맞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항상 처음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처음 수험생으로 포스텍에 왔을 때의 합격에 대한 간절함을 생각해보라고, 그 때의 마음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처음 가지고 있던 마음이 주인의식이 아닐까 한다. 살다 보면 거의 항상 내가 가진 것보다는 상대방의 것이 더 좋아 보이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면 나 자신과 내 주변을 비관하며 불만을 품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고, 그 처지가 되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마음에 행복과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가 싶다.
포스텍 재직 도중 산업체에서 1년간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내가 가진 산업체에서의 경험으로 회사나 산업체는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했지만, 다시 가보니 왜 사람들이 이 회사에 오고 싶어하는지 알게 되었다. 삼시세끼 맛있는 식사와 백신 접종의 혜택 등 이 회사 소속인이라면 외부의 사람들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자부심을 가지게 해주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정말 회사를 사랑하고 일하며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0%가 채 되지 않아 보였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회사의 발전 보다는 본인의 경제 활동과 관련된 일에 시간을 쏟고, 회사에서의 시간을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그들에게는 업무 이후의 시간이 ‘진짜 본인의 삶’이었고,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저 의미 없는 소모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졸업을 하고 사회로 나가는 포스테키안도 있을 것이고, 학업을 모교에서 혹은 다른 학교에서 이어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잘 모를 수 있다. 당장 불만스러웠던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기대감에 들뜨고 즐거울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한때 불만이었던 것들이 사실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고, 그때가 좋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이미 반쯤은 성공한 것이라 본다 .그렇게 내가 있었던 곳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내가 현재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을 가지며 노력한다면 그것이 자신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뿐만 아니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비록 시간이 지난 뒤라도 자신이 있었던 곳을 돌아보며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부심, 소속감, 주인의식, 그것이야말로 여러 조직에 속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작이 아닐까 한다.
사랑하는 포스테키안이여, 영원한 포스테키안으로 좋은 기억으로 함께하기를 바라며, 포스테키안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며, 앞으로 더 멋진 삶을 살아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