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자원·지질·정치 복합적 문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에너지는 자원·지질·정치 복합적 문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5.03.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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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교토대학교 르포 - 교수 인터뷰 (1)
▲교토대 Julie de los Reyes 교수
▲교토대 Julie de los Reyes 교수

교토대 Julie de los Reyes 교수는 현재 교토대 동남아시아 연구센터(CSEAS)에서 연구하고 있다.

금광 산업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했는데, 어떤 계기로 금에 연구적 흥미를 느끼게 됐는가?

‘왜 금일까?’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금 채굴은 수익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고, 전 세계 자원 채굴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캐내는 금의 양은 전체 공급의 극히 일부고, 대부분의 금은 이미 지상에 있다. 그냥 금고에 놓여있고, 장식품에 들어있다. 사람들은 왜 산업적 기능이 그렇게 크지도 않은 금에 열광하는 걸까? 금을 가지려는 욕구는 대부분 심리적이고, 아시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전 세계 보석으로써의 금은 대부분 아시아에 있고, 중앙은행은 수요에 맞춰 금을 보유하려고 한다. 그런데 금광은 매우 비싸고, 일부는 개발이 거의 불가능하다. 금광업에는 대체 누가 투자하는 걸까. 금광업에 어떤 종류의 자금이 조달되는지, 투자를 유치하는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또한 금광업은 심한 오염과 이주민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금을 둘러싼 이런 역동성을 이해하고 싶었다.

현재는 동남아시아의 에너지 전환과 석탄을 연구하고 있는데, 동기가 무엇인가?

필리핀은 석탄이 거의 나지 않지만, 에너지 생산의 약 60%를 석탄이 차지한다. 이는 석탄의 가장 큰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와 거의 같은 수치다. 필리핀도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석탄에 의존하기로 한 것은, 자원 안보 관점에서도 놀라운 일이다. 석탄에서 벗어나 재생 에너지를 개발해서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도 필리핀이 석탄 의존국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이런 질문들이 눈길을 필리핀으로 돌리게 했다.

지정학적 역동성이 동남아시아 에너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

자원 그 자체뿐만 아니라 자원과 연결된 모든 기술·사회적 요인들이 어떤 자원에 의존할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필리핀의 석탄 발전소는 전부 다른 나라의 기술을 사용하고, 석탄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리핀이 석탄에 의존하기로 한 것은 국가 간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학계는 정책, 특정 기술에 대한 반대, 자금 조달 등 사회적 요인이 에너지 전환을 방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발전소를 폐쇄하려면, 특히 예정보다 일찍 폐쇄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개발도상국은 이런 전환 비용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기술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사회 전체가 변화해야 하며,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에너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가지고 있는 책임과 마음가짐은 어떤가?

에너지 문제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고, 많은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 환경에 학문적으로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학계를 넘어서 사설 기사를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기후 목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협정에 관한 사설을 투고했다. 연구자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중요하다. 연구 결과가 여론에 닿으면 대중과 입법자에게 영향을 끼친다. 정책의 방향을 재고하게 할 수도 있다.

정부나 기업에서 먼저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 예로 캐나다 정부는 에너지 공급자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 태평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진다. 물론 정부와 소통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환대 뒤에 숨겨진 동기를 조금 경계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정부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모든 의견과 조언은 연구에 기반한 것이어야 하며, 비판받아 마땅한 것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