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종이는 일반 종이같이 유연하고 가볍고 보는 각도에 따라 가독성이 변하지 않지만, 종이와는 달리 디지털 파일 형태의 정보로 계속 새롭게 갱신될 수 있는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일종이다. 미국 Xerox는 ‘Gyricon’이란 전자종이를 개발하여 3M과 함께 상용화에 들어가고 있고, 미국 Rucent Technology는 E ink와 공동으로 플라스틱 전자 표시장치(active matrix drive circuitry)에 전자잉크가 결합된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다. 일본의 미놀타는 올해 8월 세계 최초로 컬러 전자종이 개발 성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전자종이 디스플에이들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진다. 잉크 같은 색소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밝기(brightness)와 명암(contrast) 면에서 기존의 LCD 보다 훨씬 뛰어나다. 가볍고 유연하여 접고 구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휴대성을 가지며, 더군다나 흰 색 바탕 덕에 역광(backlight)이 필요없어 전력 소모가 적고 눈이 덜 피로하기 때문에 전자종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이끌 후보로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
전자잉크의 기본적 원리는 액체속에서 전하를 띤 입자들이 떠있을 때에 전기장의 영향하에 이동하는 전기영동(electrophoresis) 현상이다. 전자종이에서는 얇은 투명판의 양면에 서로 다른 극성을 가지는 전극이 배치되고, 그 사이의 현탁액(suspension)속에 색깔을 띈 입자를 포함하여 양면의 극성을 조절하여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느린 응답속도로 인한 잔상현상, 낮은 해상도 면에서 많은 진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계를 이끌 혁명적 기술이라는 면에서 조만간 극복될 것으로 보이며, 벨 연구소측은 3~5년 내에 100dpi 수준을 가진 전자종이 개발을 자신하고 있을 정도이고, 최근 개발된 일본 미놀타의 컬러 전자종이는 2048×11440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종이출판 시장의 규모는 80억 달러에 달하나 전자출판의 규모는 2004년에 이르더라도 5억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종이 출판업계에서 자신하는 것은 누구도 딱딱한 컴퓨터 화면에서 ‘전쟁과 평화’를 읽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고, 화장실에 컴퓨터를 들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며 종이책을 보는 것은 수천년간 인간의 몸에 밴 습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개발 담당 부회장 딕 브래스가 뉴욕 타임스는 2018년을 마지막으로 종이신문을 펴내지 않을 것이라 예언을 했듯이, 조만간 우리들이 화장실에서 읽고 있는 것은 전자종이에 담긴 ‘Pulp Fiction’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스위치 하나 누르는 순간 [오늘의 증권] 뉴스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휴지 대용으로 쓰기는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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