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내용을 모두 기억해야 좋은 포스테키안일까?
전공 내용을 모두 기억해야 좋은 포스테키안일까?
  • 이준희 / 전자 14
  • 승인 2016.03.0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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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앞둔 요즈음, 학생들은 지난 학기에 배웠던 전공과목들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나를 비롯해 주위 친구들을 보면 지난 학기에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배웠던 대부분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핵심적인 개념 몇 개 정도만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성적을 위해, 장학금을 지키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로 공부했던 전공과목들에 대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지난 학기에 과제가 많았다거나, 보고서를 매주 수십 장씩 썼다거나, 시험을 몇 번 쳤는지에 대해서만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열심히 배우고 공부했던 전공과목들이 방학만 지나버려도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공부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배울 당시에는 열심히 배웠지만 시험 직전에만 잠시 기억하고 곧이어 다음 학기가 될 때에 내용을 잊어버린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특히 선수 과목이 있는 전공과목들은 선수 과목들의 내용이 기초가 되고 그 내용을 모두 안다는 가정하에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 선수 과목들의 내용을 방학 동안 꾸준한 복습을 통해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의문점과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도움 아닌 도움을 요청했었다. 이에 대하여 대부분 선배들은 “방학 때는 놀아야지. 다시 보면 다 기억나”라는 어딘가 무책임해 보이는 답변을 했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아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던, 뭘 배웠고 어떤 이유에서 배웠는지조차 헷갈렸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답이었다.
지난 학기 전공과목을 배울 때, 전에 배웠던 개념들이지만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 개념들이 곳곳에서 사용될 때가 있었다. 확실한 것은 그 개념을 보았을 때 바로 무엇인지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학습 자료를 참고해 찾아보게 되었다. 즉 기억된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익혔던 경험을 통해 책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분명히 처음 그 개념을 배울 때에는 교수님의 반복된 설명과 책의 설명들을 읽어가며 이해하려 했음에도 어렵고 배운 이후에도 무얼 배우는지에 대한 확신 또한 없었지만, 한 번 공부한 다음에 필요 때문에 찾아볼 때는 훨씬 짧은 시간이 걸리고 배웠던 내용이 명확해진다는 것이 확실했다. 어설프게라도 개념에 관련된 문제를 풀어보며 응용하는 방법을 익혀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 또한 ‘다시 보면 다 기억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원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도 계속하여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들에게 이 질문을 해보았는데 마침내 한 선배의 답변이 가장 인상 깊게 들려왔다. 선배 또한 몇 년 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고, 비슷한 답변들을 들었다고 말했다. 선배의 전공과목 교수님은 수업 첫날, 이런 말을 했다고 했다. “물론 시험을 봐야 하므로 전공 내용들을 외우고 이해하라고 시키지만, 굳이 이 내용을 계속 기억할 필요는 없다. 단지 나중에 이 내용이 필요한 경우에, 이 책의 어느 부분을 펴야 그 내용이 나오는지만 알면 된다”라는 이 말 한 줄이 그의 모든 고민을 내려놓게 하였다고 말해주었다. 나 또한 여러 선배들의 답변 중 가장 현실적이고 와 닿는 답변이었다. 우리가 배운 내용이 기억에서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교수님 또한 겪은 일이고 자신이 궁금할 때 찾아볼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짧게는 2년, 길게는 5, 6년 정도 학업을 이어나갈 우리대학 학생으로서 모두가 한 번쯤은 지나치듯 고민해보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학기 중에 바쁘게 습득한 전공지식들은 비교적 단기간에 우리 머릿속을 대부분 빠져나간다. 즉 우리는 모든 학습 내용을 기억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번 우리가 학습한 내용의 흔적은 기억 속에 남아 배웠던 개념이 새로운 내용의 기초가 될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찾아보며 학습을 돕게 된다. 즉 우리는 우리가 전공 내용을 잊어버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해본 포항공대 학우가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모두가 겪는 흔한 현상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과목을 익힌 경험은 우리에게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