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보편화된 성문화
문화 - 보편화된 성문화
  • 박정민 기자
  • 승인 2016.01.0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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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고 갈래?’, 개방적인 성문화
2013년 8월 2일, 방송 채널 JTBC에서 마녀사냥이라는 토크쇼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15세 관람 가 프로그램으로서, 이성에 대한 마음을 고민해보고 분석하는 연애 상담 토크쇼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13년 10월부터 19세 관람 가가 되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14년 1월 3일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JTBC의 간판 예능으로 떠올랐다. ‘이성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의미인 그린라이트라는 유행어도 탄생시켰다.
마녀사냥은 분명 특별했다. 기존의 소위 ‘19금’들처럼 과감한 옷차림의 남녀가 나오지도 않았고 그런 남녀가 드러낸 몸매를 과시하지도, 시청각적 요소를 최대한으로 자극하거나 성적인 상상을 극대화한 성적 판타지가 나오지도 않았다. 어쩌면 기존 19금에서는 최하점을 받을 만한, 그냥 멀쩡한 남녀가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다만,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 내용이 성적인 내용이라는 점이다.
마녀사냥은 자극을 위한 자극이 아니라, 감추거나 돌려 말하는 대신 대담하게, 그러면서도 더럽지 않게 일상에서의 솔직한 성 이야기를 담아냈다. 소위 섹시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혼전 동거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전국 20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인과의 동거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35%로 나타나 동거에 대한 20대의 인식이 개방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예전이라면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되었을 성적인 발언도 ‘섹드립’이라는 말로 방송에서 방영되고 있고, ‘철컹철컹’, ‘음란마귀’라는 단어나 ‘라면 먹고 갈래?’같은 말도 이제는 평범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원래의 ‘자극적인’요소들과는 거리가 있다. 현대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얼굴을 크게 붉히지 않고도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대가 되었으며, 성적인 요소는 음지에 숨겨져 있다가 환상적이거나 자극적인 요소로 치장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의 질타를 받으며 등장하기보다는, 남녀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알 수 있는 매개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우리 문화가 성적으로 개방적이 된다는 것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의 상품화도 지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고,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성’에 대한 인식만큼 성 상품화와 자극적인 요소도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 대중문화에서의 걸그룹의 노출은 지속해서 심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따라 왜곡된 성 인식이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성에 대해 사람들이 개방적이 되면서, 성적 요소에 대한 존엄성도 낮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소위 섹드립의 경계 또한 모호하다. 재미있으면 섹드립, 심하다고 생각하면 성희롱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개인마다 각자 다르므로 같은 말로 농담이 될 수도 있고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솔직함과 문란함의 경계 또한 대단히 모호하다. 개방적인 성문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지만, 문란하고 불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 성에 대한 솔직한 담론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던 마녀사냥도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프로그램이었으며, 작년 12월 18일 노골적 성적 표현으로 중징계를 받아 종영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