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은 열린 비평형계가 미시적 요동(fluctuation)을 통해 무질서한 외계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거시적으로 안정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밝혔다. 이 구조를 소산구조라 하고 그 과정을 자기조직화라고 한다. 프리고진 업적의 의의는 이러한 발견이 카오스로부터 질서가 형성되는 메커니즘과 생명현상을 설명하는 실마리가 된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의 업적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그의 저서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한 ‘있음에서 됨으로’이다. 고전 열역학이 다룬 것은 안정된 평형상태인 ‘있음(being)’뿐이었지만 프리고진은 열역학의 영역을 ‘됨(becoming)’으로 확장시켰다.
프리고진은 이러한 제안을 가상적인 화학반응계인 브뤼셀레이터(Brusselator)를 통해 수식화 했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반응들에 적용되리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이 이론은 러시아의 과학자 벨루소프(Belousov)와 자보틴스키(Zhabotinsky)에 의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말론산, 브롬산 이온, 세륨 이온을 묽은 황산 용액에서 반응시킬 때 특정 온도가 되면 분기현상(bifurcation)이 일어나고 복잡한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벨루소프-자보틴스키 반응을 설명하기 위해 오리건 대학의 학자들은 프리고진의 이론에 따라 오레고네이터(Oregonator)라는 반응 모델을 세웠으며, 이 모델을 통해 이 새로운 화학반응을 성공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하여 프리고진의 학설은 공인되었으며 이 업적을 인정받아 그는 1977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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