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색다른 매력을 찾아, 얼터콘텐츠를 톺아보다
영화관의 색다른 매력을 찾아, 얼터콘텐츠를 톺아보다
  • 양지윤, 조유현 기자
  • 승인 2025.04.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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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영화관, 관객들은 어디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중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다. 그중 주된 변화 양상은 ‘영화를 즐기는 공간’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영화를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즐기는 형태로 변모한 것이다. 특히, OTT의 주요 이용자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확대되며 영화관에서 직접 영화를 보는 관람객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1월 개봉한 김윤석 주연의 영화 ‘대가족’은 관객 수 32만 명, 올해 2월 개봉한 김남길, 하정우 주연의 영화 ‘브로큰’은 관객 수 19만 명을 기록하며 소위 ‘흥행 보증 수표’라고 불리는 유명 배우를 주연으로 앞세웠음에도 흥행에 실패했다. 또한 지난해 극장 관객 수는 1억 2,313만 명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약 60%의 인원도 회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해 지난달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409만 4,084명으로 집계되며 전월 대비 64만 2,162명 증가했다. 이런 OTT 쏠림 현상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가성비’가 뽑힌다. 넷플릭스 기준, 매달 이용료 1만 7000원만 지불하면 수백 편의 △영화 △드라마 △예능을 볼 수 있는 OTT와 달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한 편에 1만 5000원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OTT 쏠림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영화관만이 가진 도구적 장소로서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

▲용산아이파크몰에 위치한 CJ CGV의 ScreenX 상영관에서 KBO 프로야구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다(출처: CJ 뉴스룸)
▲용산아이파크몰에 위치한 CJ CGV의 ScreenX 상영관에서 KBO 프로야구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다(출처: CJ 뉴스룸)

OTT 쏠림 현상을 위한 돌파구, 영화관 얼터콘텐츠란?

OTT 쏠림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영화관들은 영화관이 색다른 장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얼터콘텐츠’다. 얼터콘텐츠란 ‘대안 콘텐츠’라는 뜻으로, △콘서트나 뮤지컬 실황 △스포츠 △게임 중계 등을 영화관 대형 스크린으로 즐기는 것이다. 얼터콘텐츠를 통해 휴대용 전자기기의 작은 화면으로만 즐기던 콘텐츠를, 영화관만의 특수상영관과 몰입감 높은 음향으로 즐길 수 있어 OTT와의 차별성을 확보하며 관객층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관객들이 콘서트 티켓에 비해 합리적인 금액으로 현장감을 느끼고, 영화관이라는 장소에서 즐기는 색다른 콘텐츠 속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어 큰 인기와 함께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스크린으로 즐기는 야구부터 낮잠에 이르기까지, 영화관의 대변신

그렇다면 현재 극장가에서 살펴볼 수 있는 얼터콘텐츠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멀티플렉스 극장인 CJ CGV와 지난달 12일 ‘2025~2026 KBO 리그 CGV 극장 단독 생중계 상영 및 프로모션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스크린을 통한 야구 경기 생중계는 지난해 평균 50%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급성장한 프로야구의 인기와 맞물려 극장이라는 공간의 특색이 야구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고, 극장계는 빈 객석을 관객으로 채우며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올해도 개막전을 비롯한 △정규시즌 매주 2경기 △올스타전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 이르는 주요 경기를 극장에서 생중계하며 야구팬들에게 직관과는 다른 매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또한 극장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의 현장감을 살려야 하는 장르의 특성이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집에서 편안히 시청하게 되는 OTT와 달리 극장의 대형 스크린, 입체 음향 시스템을 통해 실제 공연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지난해 개봉한 가수 임영웅의 상암월드컵경기장 공연 실황을 담은 ‘임영웅: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공연 실황 영화 중 처음으로 35만 명의 누적 관객을 돌파했다. 나아가 2D 영화를 넘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콘서트를 즐기는 시대가 도래했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하이퍼포커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VR 콘서트’를 상영했다. 극장은 VR 콘서트 상영 시 VR 기기 착용으로 관객의 식음료 섭취가 불가능해 식음료 매출을 낼 수 없다. 대신 아티스트 포스터와 포토카드가 포함된 패키지 티켓을 2~3만 원대의 가격으로 판매하며 수익을 보완했다. VR 콘서트는 일반 영화보다 비싸지만, 오프라인 콘서트에 비하면 합리적인 가격과 낮은 티켓팅 부담 덕분에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단순히 스크린으로 다른 콘텐츠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 극장이라는 공간을 색다르게 활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메가박스 강남지점은 전관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리모델링한 뒤, 이를 알리기 위한 ‘메가쉼표’ 이벤트를 열었다. 이 이벤트는 ‘점심시간마다 눕고 싶은 직장인과 학생을 위한 쉼터’를 콘셉트로, 단돈 1,000원에 리클라이너 좌석에서 2시간 동안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5일간 진행된 이벤트는 티켓 오픈 당일 빠르게 전석 매진됐고, 인근 직장인과 학원가 수강생으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었다.

 

얼터콘텐츠 붐, 포항에도 찾아올까?

시들어 가던 영화 업계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으며 얼터콘텐츠가 하나의 돌파구로 떠올랐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최근 상영 중인 2025 KBO리그-NC다이노스vs삼성라이온즈는 △서울에서 2관 △경기에서 1관 △대구에서 1관 △경상에서 2관으로 해당 야구팀의 연고지인 경상도와 대구를 제외하면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도에서만 상영 중이다. 이처럼 영화관의 다양한 콘텐츠가 수도권에만 집중돼 지방 거주민들은 문화, 예술적 측면에서 소외되는 상황이다. 포항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절찬리 상영 중인 세븐틴[라잇 히어]월드투어인시네마는 포항의 주요 영화관 5곳(△북포항 CGV △롯데시네마 포항 △메가박스 남포항 △메가박스 포항) 중 어느 곳에서도 상영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얼터콘텐츠 붐은 이미 다양한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있던 수도권 시민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얼터콘텐츠가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돼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늘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