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라는 구호를 다시 내세웠다. 그의 경제 정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관세’다. 관세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수입품의 가격에 따라 책정되며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에서도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도 그는 ‘공정한 무역’을 내세우며 대규모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두 번째 관세 전쟁의 서막
지난 2월 1일, 트럼프는 미국의 3대 교역국인 △멕시코 △중국 △캐나다를 대상으로 대규모 관세 부과를 단행하며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는 25% 관세가 부과됐으며, 중국산 제품에도 기존 10%에서 추가 10%가 더해져 총 20%의 관세가 적용됐다. 트럼프는 무역 불균형 해소뿐만 아니라 불법 이민과 마약 밀매 차단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삼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정상 간 협의를 통해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한 달간의 유예를 얻어냈다. 중국은 미국산 농축산물에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한 달간의 유예는 미국과 캐나다·멕시코 간의 근본적인 무역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다음 달 2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또한 지난 12일에는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도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과의 갈등을 더욱 키웠다.
대한민국,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 한국도 점차 커지는 무역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면세 쿼터를 적용받아 관세 부담을 줄였던 한국산 철강도 이번 조치로 인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자동차와 배터리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도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2018년 개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한국산 자동차가 관세에서 일정 부분 면제받고 있었으나, 최근 이를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무역 적자 축소를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이번 관세 조치가 단기적인 압박이 아니라 더 광범위한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다음 타깃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점차 확대되면서, 다음 타깃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철강과 알루미늄, 농축산물 등에 대한 관세 조치가 시행됐지만, 앞으로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산업 등 첨단 기술 분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미국 내 제조업을 강화하고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등 핵심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특히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대만 △일본과 같은 반도체 생산국들이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미국이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거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유럽연합(EU)과의 무역 갈등도 심화할 조짐을 보이며, 독일산 자동차나 프랑스산 명품, 와인 등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점점 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흐르면서, 글로벌 무역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트럼프의 관세 공세가 거세지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해졌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 기존 면세 혜택을 유지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추가 관세 부과를 최소화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의 법적 대응도 고려할 수 있다.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미국 내 공장 투자 확대를 통해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을 줄이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무역 갈등이 단순히 관세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향후 관세 부과를 넘어 △부가가치세 조정 △시장 개방 확대 △환율 정책 변경 등의 추가적인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수출국으로서의 실익을 보호하고, 유리한 협상 조건을 선점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경제·외교적 협상력을 높이고 미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적인 협상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무역 전략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앞으로도 변동 가능성이 크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들은 이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협상과 법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무역 전략을 수립해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무역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유연한 전략과 신속한 대처가 더욱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