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에서 줄을 서서 맛볼 정도로 인기 있는 ‘마음샌드’를 아는가? 우도의 특산물인 땅콩과 버터, 캐러멜을 활용해 만든 쿠키로, 파리바게뜨가 제주도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한 디저트다. 제주마음샌드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자, 파리바게뜨는 2021년부터 지역성을 담아낸 한정판 디저트를 잇달아 선보였다. △가평 특산물 잣을 담은 ‘가평맛남샌드’ △판교 IT 인재들의 두뇌를 상징하는 호두를 활용한 ‘판교호감샌드’ △인천공항 이용객들을 위해 조청으로 맛을 낸 ‘인천안녕샌드’ 등이 그 예다. 이렇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들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농가에는 소득 증대의 기회를, 기업에는 ‘상생’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상호 이익을 창출하는 중이다.
로코노미란 무엇인가?
최근 소비 시장에서 ‘로코노미’가 주목받고 있다. 로코노미는 Local(지역)과 Economy(경제)의 합성어로, 지역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소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지역 농산물과 특산물을 활용한 △식품 △전통 공예품 △지역 기반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질 좋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고, 지역성과 희소성이 결합한 특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다. 또한 로코노미는 유통 거리를 줄여 탄소 발자국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어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23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이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로코노미 활용 식품 관련 U&A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6%가 로코노미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주요 구매 이유로는 ‘지역 특색이 반영돼 재미있어서’(49.6%),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어서’(39.2%) 등이 꼽혔다. 또한 10명 중 8명이 앞으로도 로코노미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대별 소비 경향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청년층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며 지역의 특색을 직접 체험하는 데 가치를 두는 반면, 중·장년층은 원산지가 명확하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로코노미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50대 응답자의 41.7%가 ‘원산지가 확실해서’, 36.4%가 ‘재료가 신선할 것 같아서’ 로코노미 제품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각 세대가 다른 이유로 로코노미 상품을 소비하지만,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소비문화 확산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기업들이 이끄는 로코노미의 확산
기업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차별화된 로코노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맥도날드는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한정판 버거와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경남 창녕군의 마늘을 사용한 ‘창녕 갈릭 버거’ △전남 보성의 돼지고기를 활용한 ‘보성녹돈 버거’ △진도 대파가 들어간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등이 대표적이다. 창녕 갈릭 버거는 출시 한 달 만에 조기 품절됐으며,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는 1주 만에 50만 개가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맥도날드는 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 8월 전남 진도군수 표창과 12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로코노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우유는 제주산 한라봉을 활용한 ‘한라봉 생크림빵’을 출시했고, GS25는 충주 사과를 사용한 ‘충주맨 애플도넛슈’, ‘충주맨 애플크림떡’을 출시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뚜기의 ‘죽장연 빠개장면’ 역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사례다. 포항시 죽장면 상사리의 해발 450m 청정 지역에서 재배한 콩과 신안 천일염으로 만든 전통 된장 ‘빠개장’을 활용해 매콤하고 구수한 맛을 강조한 제품이다. 오뚜기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염도를 낮추고 매운맛을 강화한 ‘빠개장 된장국’도 출시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철도 기반 유통업체인 코레일유통도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로코노미200+ 프로젝트’를 통해 철도역에서 각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문경시와 협력해 선보인 ‘문경 오미자에이드’와 김천 자두를 활용한 ‘김천 자두 애플티’가 있다. 문경 오미자에이드는 5,000잔 이상 판매되며 예상보다 빠르게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이에 힘입어 올해 시즌 음료로 재출시를 검토 중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로코노미 트렌드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현실적인 해법으로 주목받으며 확산하고 있다. 이는 특산물을 새로운 가치의 소비재로 재해석했으며, 일회성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소비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로코노미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와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