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교수직 제도와 우리대학 정년 연장의 움직임
종신교수직 제도와 우리대학 정년 연장의 움직임
  • 유영주 기자
  • 승인 2025.02.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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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대학 최초 종신교수가 임명됐다. 성균관대 박남규(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박 교수는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최초로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7월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비롯한 여러 국내외 상을 수상했다. 박 교수는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임명되며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받았고, 아직 정년을 남겨둔 상태에서 종신교수에 미리 임명됐다. 국내 대학에도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는 존재했으나 해외 대학과 같은 본래 의미의 ‘종신교수’가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대학 역시 올해부터 50대 우수 교수의 정년을 70세까지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해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할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우리대학의 정년조기연장제도나 KAIST의 정년 후 교수 제도 등 교수들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종신교수직 제도는 교수를 해고와 정년퇴직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종신교수라는 단어는 흔히 정년을 보장받는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는 한 곳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수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종신교수직 제도 안에서 연구자들은 더욱 도전적이고 성과에 얽매이지 않는 연구를 할 수 있다. 긴 호흡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자신의 연구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은 장기간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대학이 다른 대학보다 긴 정년을 보장하는 것은 우수 연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종신교수직 제도는 국가별, 대학별로 다양하게 운영된다. 영국은 1988년 제정된 교육 개혁법에 따라 교수가 무조건 은퇴해야만 하는 나이가 없다. 교수뿐만 아니라 많은 직업에 특별한 퇴직 나이가 없는 국가인 영국은 임용 초기 1~3년간의 수습 기간을 거치면 자신이 원할 때까지 교수로 재직할 수 있다. 보통 건강이나 연금 수령을 고려해 65세 전후로 그만두는 편이나 자신이 원한다면 70대 이후에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더욱 분명한 제도를 두고 있다.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교수는 임용될 때부터 ‘Tenure-Track’인지 아닌지로 나눠 약 5~7년간 대학에서 근무하고 자신의 실적을 심사받는다. 이때 교수는 △연구 △강의 △행정 및 봉사를 종합적으로 평가받아 통과하면 종신교수가 된다. 하지만 탈락 시 연봉을 낮추고 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학교를 떠나야 한다. 사실상 대학에서 연구를 계속 이어가는 교수는 종신교수이므로 정년이 없는 셈이다. 한편 정년 보장을 받은 후 연구에 대한 열정이 느슨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일부 주에서 종신교수를 없애려는 시도가 2023년에 있었다. 비록 현재까지는 모든 주에서 종신교수직 제도가 유지되고 있으나, 교수들에게 지속적이고 활발한 연구·교육 활동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우리대학 유니버시티 프로페서로서 활동하다 작년에 은퇴한 화학과 김기문 교수
▲우리대학 유니버시티 프로페서로서 활동하다 작년에 은퇴한 화학과 김기문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교수 정년은 65세이지만 최근 주요 대학들은 별도의 제도를 통해 실적이 우수한 교수의 정년을 연장해 오고 있다. 우리대학은 2017년부터 ‘POSTECH 유니버시티 프로페서(POSTECH University Professor)’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2009년에 도입됐던 ‘포스텍 펠로우(POSTECH Fellow)’를 대체한 것으로, 연구 성과가 뛰어난 교수를 ‘유니버시티 프로페서’로 임명하는 제도다. 이와 유사한 교수직 제도는 1930년대 미국 하버드대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이후 여러 해외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유니버시티 프로페서’로 선정되면 실험실 추가 지원과 같은 다양한 혜택과 함께 정년을 5년 연장해 최대 70세까지 연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하지만 해당 제도로 정년을 연장받은 교수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6명에 그쳤다. 추가로 우리대학은 작년부터 50대 교수의 정년을 조기에 70세까지 늘려주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제2 건학의 핵심 방향 중 하나인 교원 혁신에서 우리대학은 세계 최고 수준 석학 유치와 연구 경쟁력 강화 부분에서 각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실행되는 조기정년연장제도를 통해 장기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 성과 향상과 중견 연구 인력 초빙을 적극적으로 이룰 예정이다. 지난해 8월 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대학 김성근 총장은 “교수가 20년간의 장기적인 연구 계획을 짜고 연구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점은 해외 우수 교수 영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연구 인력 유지와 적정 은퇴 시기 증가 등의 필요성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종신교수직 제도까지 도입되는 추세다. 우리대학 역시 경쟁력 강화와 교수들의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해 정년 보장 및 연장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정년 연장의 흐름에 맞춰 다양한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우리대학에 건강하고 도전적인 연구 생태계가 정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