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1월 18일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연 뒤 다음 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라며 오전 3시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에서 구속 반대 집회를 이어가던 지지자 100여 명이 서부지법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법원을 습격해 건물 유리창과 집기를 부쉈고, 영장을 발부한 차 부장판사를 찾아 나섰다.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에 이어,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폭동으로 인해 무법지대가 된 순간이었다.
극도로 흥분한 폭도들은 법원 진입을 저지하던 경찰을 향해 격한 욕설로 위협하며 경찰 방패와 경광봉을 빼앗아 폭력을 행사했다. 법원 내부로 진입한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며 판사 집무실 여러 곳을 수색하듯 돌아다녔다. 일부 폭도는 시민과 기자에 대한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오전 4시경 폭도를 향해 퇴거 경고 방송을 내보낸 뒤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진압 작전을 개시했다. 경찰은 약 두 시간의 대치 끝에 오전 6시 무렵 폭도 진압을 완료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19일 오전 서부지법 피해 현장을 방문한 뒤 이번 사태에 대해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판사들이 신변 위협 없이 재판을 소신껏 독립적으로 할 수 있어야만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또한 서부지법 사태를 ‘불법 폭력 사태’로 규정하고, “경찰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훼손한 이번 사태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고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곧바로 경찰과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불법 행위자 전원에 대한 구속수사 등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서부지법 사태 경과보고서’에 따르면 법원의 물적 피해액은 약 7억 원으로 추산됐다. 또한 서부지법 사태로 다친 경찰관은 2월 4일 기준 56명으로 보고됐다. 유리병에 맞아 머리가 찢어지고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등 전치 3주 이상의 중상도 11명에 이른다. 이외에도 경찰 버스, 방송 조명 차량과 같은 장비 532개가 파손되기도 했다. 언론인을 포함한 민간인 부상자는 41명으로 파악됐고, 취재진을 협박해 메모리카드를 갈취하고 영상 송출 장비를 파손한 사실이 전해졌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 10일 서부지법 사태와 관련된 62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63명 중 49명은 서부지법 내부에 난입한 행위에 대해 특수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유형으로 구분하면 △법원 난입 39명 △침입 후 기물 파손 7명 △침입 후 판사실 수색 2명 △침입 후 방화 시도 1명이다. 나머지 14명은 지난달 18일 경찰을 폭행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량을 공격한 행위 등에 대해 △공무집행 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감금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달 31일까지 경찰이 송치한 전원으로, 검찰은 이후 추가 구속된 8명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이어짐에 따라 재판에 넘겨지는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부지법 사태 가담자 전원은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법원의 물적 피해와 관련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법 제760조는 공동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우 가담자 전원이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명시적으로 협력하지 않더라도, 여러 명 중 누가 직접 행위자인지 알 수 없다면 공동 책임을 적용할 수 있다. 물적 피해뿐만 아니라 법원의 행정적 손실과 직원들의 정신적 피해 또한 손해배상액에 추가될 수 있어 법원 내부에 난입한 가담자는 최대 수천만 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폭력 사태 당시 경찰과 언론사 등이 입은 인적, 물적 피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부지법 사태 이후 가담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고 있지만, 추가 범행 모의에 대한 우려는 불식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은 탄핵 심판이 열리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겨냥해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이에 경찰은 헌법재판소 난입 사전 모의글과 댓글 20건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관들에게 실탄을 착용한 경호팀을 배치했다. 헌법재판관의 연락처와 같은 개인정보를 공유하거나 헌법재판소에 불을 지르겠다는 등 노골적인 위협이 늘어나는 만큼 선제적인 수사와 철저한 경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법부는 법치주의의 근간으로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과도 같다. 재판에 대한 불신을 넘어 과격한 의사 표현과 폭력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더 이상 헌정질서와 사법 체계가 폭력에 의해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서부지법 사태에서 폭력으로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사법 체계를 유린한 세력에 대해서 철저한 수사와 무관용 원칙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